(10) 계몽? 내란!
'계엄'을 계몽이라 우겼지만 내란으로 결론
괴상한 논리 궤변으로 뒷받침 결과 '8대 0'
한덕수·최상목 등 건재해…친위쿠데타 지속
사법부도 내란 수괴 피의자 스피커 키워 줘
내란 종식하고 가담자 단죄 없이 봅은 멀어
조기 대선을 맞아 지금 상황을 만든 윤석열 정부 1060일을 되짚습니다. 내란은 무모한 권력자가 한순간 판단 착오로 저지른 실수가 아닙니다. 그런 판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누적된 비합리와 부조리가 있습니다.
계몽령. ‘계몽’과 ‘계엄령’을 합친 말이다. 12.3 내란 사태를 가리켜 극우 세력이 사용한 단골 용어다.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고자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극우 세력은 ‘계엄령’을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패악을 국민에게 알리려는 불가피한 조치로 해석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를 맡은 헌법재판관 출신 조대현 변호사는 “국민은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이해하는데 반국가 세력은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죄로 몰아서 국방 책임자들을 구속한 데 이어서 대통령까지 구속한 것”이라고 변론했다.
◇진정 반국가세력은 누구였나 = 그가 그토록 부르짖던 자유민주주의는 삼권분립, 표현의 자유, 문민통제, 시민 자유를 포함한 민권 보호와 법 앞의 평등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바탕으로 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을 세우고, 민주적 절차 아래 다수에 의해 선출된 대표자들이 입헌주의 틀 안에서 의사 결정을 하는 체제를 의미한다.
윤 전 대통령은 그러나 취임 때부터 ‘반(反)지성주의’를 언급하며 다수 야당을 ‘반지성적 집단’으로 몰아세웠다. 대화와 타협에 기반을 둔 ‘정치’에는 소극적이고 통치에 적극적이었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독선은 정치 영역에서 머무르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사회 갈등을 정치가 나서서 조정하려는 법안에는 줄줄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2년 10개월 동안 41건에 달했다. 거부권은 대통령 자신과 가족을 감싸는 데 악용됐다. 네 차례 ‘김건희 특검법’, 세 차례 ‘채 상병 특검법’ 거부가 대표적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명품백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등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숱한 의혹에 제대로 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명확한 기준도 없는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은 ‘의료 개혁’은커녕 의료 체계를 붕괴시켰다. 비상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부정선거 의혹 해소를 들었지만, 대통령 부부는 숱한 ‘공천 개입’ 의혹 중심에 선 채 정당민주주의를 훼손했다.
일본 핵 오염수 바다 투기에 미온적으로 대응해 국민은 물론 전 세계 시민 건강권을 지키는데도 소홀했다. 산업 생태계 복원을 명분으로 핵오염수 투기 원인이 된 핵발전소를 늘리는 데 앞장섰다. 이는 재생에너지 분야 쇠퇴와 세계 표준이 되는 RE100(재생에너지 100%로 생산) 대응에 차질을 불렀다. 국내 산업 경쟁력 악화가 뒤따랐다.
종합부동산세와 법인세 기준 완화로 세수 부족 원인을 제공했으며 이는 장기적인 불황과 내수 경기 침체, 물가 상승 원인이 돼 민생을 파탄 지경에 몰아넣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전 대통령은 ‘검찰 조직’만큼은 끔찍이 사랑했다. 이 ‘검찰 공화국’은 정권 비리에는 하나 같이 눈 감은 채 대통령 정적인 야당 대표를 표적 수사하고 망신주기에 열을 올렸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북한의 존재 등으로 강대국 사이 실용에 기반한 균형외교를 펼쳐야 했음에도 이를 외면한 채 미·일 의존적 외교를 펼쳤다. 중국과 러시아와 무역에서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렇다고 ‘바이든-날리면’ 사태에서 보듯 우방은 존중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북한에는 대북 전단지를 살포하고, 무인 정찰기를 보내 도발을 유도했다.
시민들은 이를 두고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은 국정 운영”이라며 목소리를 냈다. 이 목소리를 받아 안아 정부를 견제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변화시키자고 요구하는 게 야당이 할 일이다. 이 같은 요구를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고 버티다 못해 내린 결단이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반헌법적·불법적 비상계엄 선포였다. 진정 ‘일거에 척결해야 할 반국가세력’은 누구였을까.
◇헌법재판소 “계몽령? 아니 내란!”= 국회 탄핵소추안 통과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원인 제공자는 이렇듯 윤 전 대통령 본인이다. 그는 탄핵 심판 과정에서 ‘계몽령’이라는 괴상한 논리를 뒷받침하려 궤변을 늘어놓았다.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호소”, “계엄 선포 이유는 야당에 대한 경고가 아니다. 주권자 국민에게 호소해서 엄정한 감시와 비판을 해 달라는 것”, “이것은 실패한 계엄이 아니다. 예상보다 좀 더 빨리 끝났을 뿐”, “국회‘의원’이 아니라 ‘인원’을 빼내라고 했다”, “실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했니, 지시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아가는 것 같다” 같은 발언에 충격을 받은 국민이 한둘이 아니다.
2024년 12월 3일 밤 국회 위를 날아다니는 특전사 헬기, 완전 무장한 채 국회 창문을 깨고 본관으로 진입하는 계엄군과 본회의장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 국회 앞 도로를 휘젓고 다니는 군 전술 차량, 이를 맨몸으로 저지하고 나선 시민, 이들의 도움으로 담장을 넘어 국회로 들어가는 의원들. 국민은 이 미증유의 혼란상과 절규를 온 국민은 뜬 눈으로 밤을 새우며 지켜봤다. 그는 이 사실마저 애써 눈 감거나 까맣게 잊은 듯했다. 재판 내내 반성하는 기미도 없었다.
헌법재판소의 꾸짖음은 준엄했다.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하여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사회, 경제, 정치, 외교 전 분야 혼란을 야기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초월하여 사회공동체를 통합해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 군경을 동원해 국회 등 헌법기관 권한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함으로서 헌법 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
윤 전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불법이며 ‘계몽’이 아닌 ‘내란’ 행위임을 명확히 했다.
◇내란은 현재진행형 = 윤석열 전 대통령은 탄핵됐지만 내란 세력은 여전히 굳건하다. 계엄 실패 직후부터 선출된 권력이 아니라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당시 여당 대표와 국무총리가 국정을 분담하겠다고 나선 게 시초다.
국무총리는 국회 추천 절차가 완료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은 제한적’이라며 임명하지 않았다. 탄핵소추된 국무총리를 대신한 경제부총리는 후보자를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선별 임명했다. 이랬던 자들이 돌연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고 나섰다. 내란에 깊숙이 관련돼 수사기관에 수사를 받아야 할 자들이 벌인 일이다. ‘제한적 권한’만 있다는 이들이 40일 뒤면 새 정부가 출범하는데도 90일 유예 기간을 확보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매듭짓겠다 나서고 있다. ‘친위 쿠데타’가 끝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이 탓에 윤 전 대통령은 고압적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2년 10개월 만에 파면돼 사저로 돌아간 그는 “다 이기고 돌아왔다”며 의기양양했다. 추종자들은 “예수님 말씀 같다”며 호들갑이다. 전례 없는 기준을 적용해 구속을 풀어 준 내란 혐의 재판부는 여전히 그를 ‘전직 대통령’이라고 예우해주고, 장시간 발언권도 보장해줬다.
검찰 출신 전직 대통령에 사법 권력마저 저자세로 나오자 국민의힘 행태도 상식에 벗어나고 있다. 1호 당원인 대통령이 연이어 탄핵 파면을 당했음에도 제대로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탄핵 반대에 앞장선 이들이 대통령 선거 경선 후보로 나서고 여전히 내란을 옹호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 행위를 사실상 내란으로 규정했음에도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는 사정에 대한 책임은 야당에 있다”, “비상계엄은 실질적으로 피해가 없는 2시간 해프닝이었다”는 후보가 수위를 달리고 있다. 계엄을 저지한 후보에게는 ‘내란 몰이’를 했다며 배신자 낙인을 찍고 있다.
내란을 종식하고 이 사태를 일으키거나 가담한 이들을 철저하게 단죄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에 봄은 아직 멀었다. 〈끝〉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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