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정? 내로남불!
권력 충성 않는단 '대쪽 검사' 포장돼 대통령 당선
취임 후 '아빠찬스' 인사, 검찰 편향 인사로 무리수
'김건희 봐주기 논란' 검찰도 사조직화 비판 직면
조기 대선을 맞아 지금 상황을 만든 윤석열 정부 1060일을 되짚습니다. 내란은 무모한 권력자가 한순간 판단 착오로 저지른 실수가 아닙니다. 그런 판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누적된 비합리와 부조리가 있습니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 이런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2013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등검찰청 국정감사장. 당시 윤석열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외압을 폭로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 때 국가정보원과 국방부가 여론을 조작한 사건으로,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가 배제됐던 검사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귀환해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권력에 충성하지 않고 칼날을 휘두르는 대쪽 검사로 포장된 검사 윤석열은 그 뒤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와 대립해 대권 주자로 떠올랐고 결국 대통령 자리까지 올랐다.
11년 전,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상징적 대답에 앞서 그는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고 강조했다. ‘복선’이었을까, 조직을 사랑한 윤석열 정부는 결국 ‘검찰 공화국’ 본색을 드러냈다.
◇내로남불 검찰공화국 = 윤 전 대통령은 검사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비리 수사로 ‘공정성’을 한껏 자부했지만 대통령으로 취임하자 얼굴을 바꿨다. 특히 인사 문제에서 이른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보로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후보자 인사 청문회 당시 장남 외국 도박사이트 회사 근무 의혹을 감쌌고, 딸 중학교 진학을 목적으로 배우자가 위장 전입한 사실을 뒤늦게 인정했다. 딸이 미국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에 특혜 취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 임명은 강행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추경호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1기 내각을 구성한 나머지 인사도 이른바 ‘아빠 찬스’ 논란에 휩싸였다.
인사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아들 학부생 시절 KCI(한국학술지인용색인) 논문 공동저자 등재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낙마했다.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도 한국풀브라이트 동문 회장 시기 딸 풀브라이트 장학생 선발 논란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고 끝내 자진해서 사퇴했다.
윤 정부는 검찰 출신 인사를 대거 일선에 배치해 ‘검찰 공화국’ 비판을 강하게 샀다. 법무부, 대통령실을 비롯해 국정 전반에 검찰 인사를 포진해 임기 동안 인사 편중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등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요직을 꿰차는가 하면, 국민권익위원장이나 국가인권위원장과 같은 자리에도 이례적으로 검찰 출신을 앉혔다.
검찰 편향 인사 지적을 받자 윤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당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 인사를 억지로 비교해 ‘내로남불’ 비판을 샀다.
‘내 식구’ 편향 인사는 결국 뒤탈을 낳았다.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던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 부실 검증이 대표적인 인사 실패 사례다. 임명 당시 정 변호사는 자녀 학교 폭력 문제가 불거져 임기 시작 하루를 앞두고 사의했다. 정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과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에서 함께 일한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된다.
임명권자인 대통령부터 검증 과정 전반에 검찰 출신 인사가 관여했고 검증 대상마저 검찰 출신이었던 까닭에 국민 정서를 배반한 대형 인사 실패로 기록됐다.
◇무너진 공정 = 윤석열 정부가 편향성 등 인사 참사로 ‘검찰 공화국’ 비판을 받을 때, 마찬가지로 검찰은 사조직화됐다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했다.
정점은 지난해 10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서 ‘전주’ 의혹을 받는 윤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를 불기소했을 때다. 4년 6개월 동안 단 한 차례만 대면 조사한데다가 대통령 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출장 조사하는 등 ‘봐주기 수사’ 논란을 자초했다.
검찰은 최근에는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씨 공천 개입 등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얽힌 의혹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거센 외풍에도 사실상 묵묵부답이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이 선고되자 돌연 공천 개입 등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씨 소환 조사가 언급되는 실정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도 대법원이 주범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해 이전 김건희 씨 불기소 처분이 뒤집힐지 관심사로 부상하는 등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러한 배경 탓에 검찰을 바라보는 시선은 냉담하다. 법조계는 이런 검찰 정치 권력화가 윤 정부 때 경고 수위를 한참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검사 출신 차정인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검찰 정치 편향성은 늘 국민 걱정거리였는데, 이명박 정부 때 특히 심각했고 윤석열 정부 때 완전히 금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야당 대표 전방위 수사,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수사가 상징적 사례”라며 “최근 윤 전 대통령 구속 취소 때 즉시항고 포기는 충격적이었고 본분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정부 검찰은 사실상 정치 국면을 타개하는 수단으로 쓰였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번 조기 대선 과정서부터 검찰 개혁이 쟁점화한 배경이다. ‘해체 수준 검찰 개혁’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차 교수는 “앞서 형사법 학자 다수는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등 사안에서 검찰을 우위에 뒀었지만, 이런 견해는 거의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검찰은 경찰,과 정치적 사건 공정 처리를 쟁점으로 국민 신뢰를 획득하는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 교수는 “검찰 조직 민주화 방안으로 검사장 직선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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