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승복하지 못한 야당 압승
부정선거, 내란의 명분이 되다
국민의힘 안에서 벌어진 부정공천 문제
책임 정치로 이어지지 못한 정당공천제
조기 대선을 맞아 지금 상황을 만든 윤석열 정부 1060일을 되짚습니다. 내란은 무모한 권력자가 한순간 판단 착오로 저지른 실수가 아닙니다. 그런 판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누적된 비합리와 부조리가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야당이 압승한 22대 총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의에 승복하기는커녕 선거 체계 자체를 의심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수사기관은 서른 차례에 걸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압수수색했다. 무리한 수사 배경에는 보수 유튜버들이 쏟아내는 가짜뉴스가 있었다. 이런 가짜뉴스는 결국 불법 계엄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정작 선거 체계는 국민의힘 쪽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윤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대선·총선·지방선거 경선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활용된 여론조사 등이 후보 선출 과정에서 부정하게 작동했다. 이 같은 부정은 느닷없는 명태균 씨 등장으로 노출됐다.
◇내란 명분이 된 부정선거 의심 = 부정선거 가짜뉴스는 내란을 일으킨 주요 명분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군대를 보냈다. 군은 영장도 없이 사무실을 수색했고 직원들을 포박했다. 헌법이 규정한 독립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대를 투입한 자체가 위헌이다.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한 의혹이 부당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공격은 공정한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헌법재판소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법과 영장주의, 선거관리위원회의 독립성 등을 위반하고 침해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할 방법이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선거관리위원회는 법원의 현장검증과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도 응했다”며 “형사 절차를 통해서도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제기된 부정선거 의혹은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아 그 의혹이 해소됐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보안을 강화하고,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수검표 제도를 도입하는 조치를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윤 대통령 주장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공천 거래로 부정선거 = 정작 부정선거 의혹은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불거졌다. 장본인은 윤 전 대통령 자신이었다. 명태균 씨가 등장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배우자 김건희 씨와 함께 공천 개입과 불법 여론조사 문제로 논란 속 중심에 선다. 각종 의혹에 윤 전 대통령은 초기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래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자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결백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부부 육성이 담긴 녹음이 공개되면서 결과적으로 대국민 담화는 뻔뻔한 사기가 됐다.
명 씨는 12.3 불법 계엄을 부른 계기로 지목된다.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밀접한 관계를 내세워 공천권을 행사하고 대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구속을 앞둔 명 씨는 “내가 구속되면 한 달 안에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명 씨와 김영선 전 국회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두 사람은 공천을 대가로 2022년 8월~2023년 11월 16회에 걸쳐 8070만 6000원을 주고받은 의혹이 있다.
명 씨는 2022년 6.1지방선거에 출마하려 했던 경북 고령군수·대구시의원 예비 후보에게 각 1억 2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당시 명 씨는 이들에게 “시골 군수나 시의원 그거 뭐라고 발로 차도 공천이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내 경선 제도가 얼마나 무너졌는지 드러나는 모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 등 자치단체장도 명 씨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검찰은 명 씨와 김 전 의원이 윤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내세워 여러 정치인에게 권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관련 조사를 이어갔다.
상당수 의혹은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김 전 의원 회계 담당자 강혜경 씨 폭로를 시작으로 여론조사 조작 과정과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저지른 공천 개입 과정 등이 담긴 녹음도 공개됐다. 12.3 내란이 아니었더라도 윤 전 대통령은 명 씨 관련 의혹을 계기로 탄핵 논란에 엮일 가능성이 컸다.
◇무색해진 공천, 무너지는 민주주의 = 정당 공천은 당 처지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확보하는 방법이다. 공천한 후보 보증을 정당이 서는 것인 만큼 ‘책임 정치’로 이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거 권력은 공천권을 정당 장악 수단으로 활용하곤 했다. 중진 정치인이든 정치 지망생이든 공천에 목숨 걸기는 마찬가지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공천 체계를 확보하는 과정은 당내 민주화 과정 그 자체다. 잘 다듬은 체계 속에서 공정하게 경쟁한 후보들은 정치 수준을 조금씩 끌어올렸다. 하지만, 국민의힘 안에서 정당 공천 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권력과 조작된 여론조사가 공천 과정에 개입했다. 불투명하고 허술한 경선 과정은 명태균 씨가 끼어들 틈이 됐다. 민의보다 권력자 의사에 예민한 이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국민의힘 의원들은 탄핵 정국에서 실력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4일 국회는 불법 계엄 압박 속에 계엄 해제 요구결의안을 긴급하게 상정했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가운데 이 표결에 참여한 의원은 18명뿐이었다.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 직무를 정지하고자 12월 7일 상정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가한 국민의힘 의원은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 3명이었다. 탄핵소추안은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며 무산됐다.
한발 더 나아가 내란을 감싸는 정치인도 등장했다. 일부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월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려고 할 때 관저로 몰려간 경남 국회의원은 7명(강민국·김종양·박대출·서일준·서천호·정점식·이종욱)이다.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이 대통령을 감싸고 들자 지방의원도 동요했다. 1~4월 일요일마다 창원광장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한 국민의힘 지방의원은 40여 명 정도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에도 자기 행동과 발언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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