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불쑥 "의대 정원 매해 2000명 증원"
정부, 탄핵 정국 속에 1년 만에 원점 회귀
최악의 국정 실패 사례...붕괴 복구 절실
지역 의료 주요 안건으로 오르지도 못해
조기 대선을 맞아 지금 상황을 만든 윤석열 정부 1060일을 되짚습니다. 내란은 무모한 권력자가 한순간 판단 착오로 저지른 실수가 아닙니다. 그런 판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누적된 비합리와 부조리가 있습니다.
정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내년도 의대 정원을 기존 5058명에서 2024학년도와 같은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렸다. 다만 수업 참여율을 봐야 한다는 이유로 아직 내년도 모집 인원을 확정하지 않았다. 버티던 다수 의과대학 학생은 학교로 복귀해 증원 철회를 요구 중이다.
윤석열 정부는 애초 국민 지지에도 의료 개혁을 성공하기는 커녕, 의료 시스템을 사실상 붕괴시켰다. 윤 전 대통령은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두 달 앞둔 시기에 불쑥 의과대학 2000명 증원을 선언했다. 왜 2000명인지는 근거도 대지 못했다. 그래 놓고 증원 철회는 없다고 못 박았다. 잘못 꿴 정책을 계속해서 밀어붙였다. 결과는 국가적 혼란과 의료체계 붕괴로 이어졌다. 갈수록 열악해지는 지역 의료 문제는 갈등 상황에서 뒷전으로 밀려났다.
◇의료 현장 붕괴 몰고 온 의정 갈등 1년 = 의정 갈등은 지난해 2월 6일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 계획을 내밀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2025년도부터 매해 2000명 증원으로 2035년까지 의사 인력을 최대 1만 명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지역·필수 의료 분야 위기를 막으려면 의사 인력 확충이 필수적이라는 게 추진 이유였다.
이에 반발한 의료계가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대학병원 전공의들은 집단 사직서를 제출했다. 의대생은 집단 동맹 휴학에 들어갔다. 정부는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업무 개시·진료 유지 명령을 발령했다. 불응하면 법적 조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복귀 마지노선까지 정해놓고 복귀를 요청했다. 그래도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았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와 의사단체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것처럼 행동하는 듯하더니 단체 행동에 동참했다. 이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강행에 지난해 3월 25일 이후 집단 사직에 들어갔다. 수리되지 않았지만, 일부 교수는 정부 조치에 항의하며 삭발까지 했다.
◇환자에게 전가된 전공의 집단 이탈 피해 = 정부와 의료계 대치가 이어지는 동안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떠안았다. 의료 공백 여파로 제때 수술이나 응급처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백혈병환우회를 비롯한 9개 환자단체로 구성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의정 갈등 1년을 맞아 올해 2월 19일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1년간 사상 초유의 장기간 의료 공백이 이어지면서 입원과 검사·수술·항암치료 등이 연기되거나 취소돼 질환이 악화하거나 사망하는 환자들까지 발생했다”며 “특히 암·희귀 난치성질환 등과 같은 중증 환자와 응급환자들이 적시에 치료받지 못해 큰 피해를 보았다”고 밝혔다.
이어 “출구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1년간의 혼란 속에서, 환자와 국민은 각자 알아서 살아남는 수밖에 없었다”면서 “여전히 전공의가 없어 당장 수술하기 어렵고, 6개월 뒤나 1년 뒤로 치료와 수술 일정을 잡아 주는 상황이다.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수소문하고 하루하루 피 말리는 심정으로 치료 일정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벅찬 것이 환자들의 현실”이라고 밝혔다.
◇숫자로 드러나는 피해 규모 = 전공의가 빠져나간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의사를 구하지 못해 각종 검사와 치료·수술 연기가 빈번했다. 그러는 사이 사망 환자도 늘어났다. 김윤(더불어민주당·비례) 국회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병원 입원 환자·입원 결과 사망 현황 자료(2015~2024년 연도별 2월~7월 기준)를 분석한 내용을 보면, 2024년 2~7월 의료 공백 기간 전국 입원 환자는 467만 명, 그중 사망자는 4만 7270명(1.01%)이다. 2015~2023년 2~7월 사망률(0.81%)과 비교해 높아진 수치다. 사망자 수는 3136명 더 많다.
반면 수술 수는 줄어들었다. 한지아(국민의힘·비례) 국회의원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분석 현황을 보면, 의료 공백 기간인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 위암·간암·폐암·대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 6대 암 수술 건수는 전년 대비 16.78% 줄었다.
의정 갈등 영향으로 응급실 내원 환자 수는 반토막 났다. 진선미(더불어민주당·서울 강동구갑) 국회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환자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6만 4416명이다. 2023년 9월 내원 환자(14만 9307명)에 견줘 8만 4891명(56.86%) 감소한 수치다.
◇뒷전으로 밀린 지역 공공의료 = 의료 대란이 아니더라도 경남을 비롯한 지역 의료 현장은 늘 사정이 열악했다. 필수 의료 공백 등으로 지역민들은 수도권에 사는 시민과 비교해 동등한 의료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보건복지부·국립중앙의료원이 낸 2023년 의료취약지 모니터링 연구자료 등을 보면, 경남지역 18개 시군 가운데 분만 취약지는 13곳, 응급취약지는 14곳, 소아 취약지는 1곳이다. 2022년 기준 경남 인구 10만 명당 치료 가능 사망률(현재 의료서비스 수준과 의료 지식을 적용한 검진 및 치료 등으로 피할 수 있는 사망자 수)은 전국 평균 46.2명보다 낮은 47.5명이다. 2023년 기준 경남지역 보건의료 수요 자체 충족률은 69.5%에 불과하다. 군 단위일수록 점수가 더 낮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보건의료 인력 수급도 좋지 않다. 경남 의사 수는 감소세가 뚜렷하다. 2020년 5619명이던 도내 의사 수는 2024년 5474명으로 145명(2.6%) 줄었다. 경남 18개 시군 가운데 14곳에서 의사 수가 감소했다. 특히 도내 모든 군 단위는 의사 수가 줄었다. 2024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전국 평균 2.13명, 경남은 1.70명이다.
정백근 경남보건의료지원단장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 의료 대란 수습과 더불어 지역 공공의료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의사 수가 갈수록 줄면서 인력이 더 부족해진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므로 제도적 개선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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