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국민의힘(2)우경화 선택 결말
민주주의 회복 당내 목소리에 오히려 탈당 요구
친윤석열계 중심 우경화 동조해 벼랑 끝 내몰아
전문가, 전략적 판단일지라도 고립 불가피 지적
“우리 당은 병들었습니다. 어느새 극우의 암덩어리가 자라났고, 독재의 향수를 그리워하며, 상대방을 빨갱이로 몰고 전체주의적 권위주의적 배타적 분위기가 팽배해졌습니다. 왜 2024년에 전두환 독재의 독재수단이었던 빨갱이론과 종북론 그리고 지역감정을 다시 입에 담습니까? 누가 그렇게 만들었습니까? 그리고 그것이 보수정당의 이념입니까? 누가 암덩어리이며 누가 살입니까?”
지난달 29일 “종양은 살이 되지 않는다”는 홍준표 대구시장 누리소통망(SNS) 게시글에 김상욱(국민의힘·울산 남구 갑) 국회의원이 반박하며 올린 글은 집권야당인 국민의힘이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12.3 내란을 기점으로 상식과 작별하고 지역 기반, 강성 지지층에만 안주하기를 선택했다. 정당 존재 이유와 별개로 오로지 실리만 따진 이기적인 결과다.
◇수구에서 반동으로 ‘우클릭’ = 김상욱 의원은 12.3 내란 때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달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안철수(경기 성남 분당 갑), 김예지(비례) 의원에 이어 국민의힘 의원 중 세 번째로 참여했다. 비록 당론에 따라 반대 표결을 했다고 밝혔지만, 국회의원 책무인 투표 참여를 강조해 주목받았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 때는 아예 팻말을 들고 동료 의원에게 탄핵에 찬성할 것을 설득하고 나섰다.
지난달 26일 헌법재판관 임명 국회 본회의 표결 이후 김 의원은 비상계엄 사태는 진영 논리, 보수와 진보 대립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반민주주의의 문제”라고 짚었다.
민주주의 회복에 초당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상식적 발언이었지만, 김 의원에게 쏟아진 것은 탈당 요구와 비난이었다. 오히려 국민의힘 대응은 윤 대통령과 극우 성향 지지자 반응에 발을 맞추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대국민담화에서 비상계엄 정당성을 주장하며 다수 보수층마저 외면하는 음모론을 공식화했다. 국민의힘은 대국민담화 직후 친윤석열계인 권성동(강원 강릉)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하는 등 오히려 동조하면서 스스로 벼랑 끝에 내몰았다.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도 윤 대통령 태도는 여전하다. 1일 수사당국 체포영장 발부에 불복해 관저에 칩거하는 와중에는 지지자에게 “나라 안팎의 주권 침탈 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고 말해 선동 논란까지 일으켰다.
12.3 내란 사태 이전 불안정한 당정 관계를 우려하는 ‘위험 신호’도 무시됐다. 22대 총선 패배 원인을 분석한 <국민의힘 총선백서>에 선거 전 확인된 낮은 국정운영 평가를 관리하지 못한 잘못이 지적됐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 호주대사 임명 논란, 의과대학 정원 정책, 대파 논란 등 잇단 논란에 정권심판론이 불거졌는데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자성이었다.
백서특위는 “이슈에 당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정부 기조를 따라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 당정 사이에 건강하고 생산적인 긴장감이 조성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당정관계가 얼마나 왜곡되고 당내 민주주의가 어떻게, 왜 무너져 내렸는지 통렬한 반성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짚었다.
뼈아픈 내부 반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도 윤 대통령 국헌 문란 행위를 두둔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건강하고 생산적인 긴장감’ 조성에 잇달아 실패한 셈이다.
지역에서 국민의힘은 이미 보수를 넘어 극우 성향이 체화되는 조짐을 보였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미나(비례) 창원시의원 이태원 압사 사고 유가족 모욕이 한 가지 사례다. 의원직 박탈 징계 요구에도 국민의힘이 다수인 창원시의회는 ‘30일 출석정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자정 기능을 잃은 모습이었다.
최근 비상계엄 선포를 ‘고유 권한’, ‘헌법 최고 수호자 직무수행’으로 두둔한 박선애(월영·문화·반월중앙·완월동)·남재욱(내서읍) 창원시의원 발언에도 국민의힘은 동조했다.
◇‘꼼수’로는 궤멸 불가피 = 12.3 내란 사태 이후 급박한 정국에도 국민의힘에 자멸 위기를 피할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민의힘 선택은 한결같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 불참, 두 차례 탄핵소추안 표결 때 반대 당론, 헌법재판관 임명 반대 등 선택지마다 국민 여론과 반대로 ‘대통령 감싸기’에만 급급하다.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지지자에게 보낸 선동 편지에도 당 지도부는 공식적인 견해를 내지 않고 입을 굳게 닫았다.
극우화와 더불어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을 끊어내지 못하는 이유를 정치 지형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사실상 양당제로 유지되는 상황에 버티기만 해도 유권자 재신임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극단적인 태도를 보이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조재욱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이 당정관계를 지속하는 이유는 공통분모가 있다는 뜻이고, 유·불리를 가늠해 사안에 대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문제는 국민 여론과 달리 공학적으로 접근하는 태도가 불만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조 교수는 “박근혜 탄핵 때보다 지지율이 높고,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하면 보수가 궤멸하리란 우려가 동력이 돼 더 집결할 가능성도 있다”며 국민의힘 태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국민의힘이 폭주하는 이유로 ‘부정적 당파성’을 꼽는 전문가도 있다. 지지하는 정당을 향한 긍정적 감정보다 반대하는 당을 향한 부정적 감정에 기반을 둔 정치 행위에 국민의힘이 기대를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배진석 경상국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이 퇴행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반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서에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적대적 공생관계가 더 지속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도 우파 성향을 보이는 유권자가 지지할 진영이 마땅찮은 만큼 우향우 전략을 강화하더라도 승산이 있다는 것이 국민의힘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배 교수는 “유권자는 균형을 잡기 때문에 국민의힘 대신 다른 정당에 표를 몰아주지는 않겠지만 그것이 곧바로 국민의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기존 정당에 비판적인 유권자가 지지할 만한 대안 보수세력이 등장하느냐 여부에 국민의힘 생존이 달렸다”고 덧붙였다.
지금 국민의힘은 변화하는 유권자 기대치를 만족하지 못해 가까스로 지역 기반만 남을 가능성이 크고, 당장 궤멸은 피하더라도 끝내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 진단이다. <끝>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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