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국민의힘(1)영남 자민련 자초

윤석열 정부 3년차 정당 지지율 24%까지 추락
'12.3 내란' 여파 반등 필요한 시점에 수렁으로
영남 민심 기대 전략에도 수성 어렵단 불안 증폭

보수정당 국민의힘이 극우화하고 있습니다. 수구정당은 옛말, 12.3 내란 사태를 기점으로 반동 움직임마저 보입니다.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은 급기야 ‘부정선거’ 음모론을 언급해 우경화 불씨를 키웠습니다. 박근혜 탄핵 이후 강성 지지층 입김이 커진 탓에 ‘헤어질 결심’을 하지 못하고 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재차 뭉치는 우를 범하면서 끝내 대통령과 극우 세력에 동조했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국민의힘 안에서 불거지는 ‘영남 자민련’이란 자조도 대다수 국민 뜻을 거스르는 행보로 변명하기 어려워졌습니다. ‘확장성’을 스스로 내친 국민의힘에 기회가 다시 찾아올지 의문입니다.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은 1995년부터 2006년까지 대전·충남을 기반으로 활동한 보수 정당이다. 지금은 지역 정당 대명사지만, 한때는 제3지대로 공동정권 한 축을 꿰찼던 정당이었다.

자민련은 1995년 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등장했다.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50석을 획득하고 1998년 2회 지방선거에서 새정치국민회의와 연합해 괄목할 성적을 거뒀다.

충청권 맹주로 승승장구하면서 전국구를 노린 자민련은 연합공천을 거부하고 도전한 16대 총선에서 참패하고 만다. 이때부터 기울더니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역풍으로 몰락한다.

당 총재였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비례대표 1번으로 나섰던 2004년 17대 총선에서 자민련은 충청권 지역구 4석 획득에 그쳤고 하나둘 떠나면서 결국 해산했다.

3당 합당 이후 보수정당 국회의원 선거 영남권 지역구 의석수.
3당 합당 이후 보수정당 국회의원 선거 영남권 지역구 의석수.

◇‘영남 자민련’ 자초한 국민의힘 = 국민의힘 공식 기원은 한나라당이다. 정당 역사를 소개하는 누리집 ‘걸어온 길’에서도 1997년 11월 21일 한나라당 출범을 시작점으로 삼았다.

국민의힘이 처한 냉정한 현주소는 전신인 한나라당이 흡수·합당한 정당에 빗댄 ‘영남 자민련’이다. 지역정당으로 쪼그라들었다는 멸칭이다.

윤석열 정부 3년 차인 2024년, 한국갤럽 1월 2주차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6% 지지율을 기록했다. 2월 5주차 40%를 정점으로 하락하더니 5월 4주차에는 29%까지 떨어졌다.

등락을 거듭하던 지지율은 윤 대통령이 촉발한 12.3 내란 사태를 기점으로 추락했다. 국민의힘이 지지율 24%를 기록한 12월 3주차, 더불어민주당은 48% 지지율로 윤 정부 출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마찬가지 리얼미터 2024년 정당지지도 조사에서도 1월 1주차 36.6%였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12월 2주차 25.7%까지 떨어졌다.

반등이 필요한 시점이었지만 국민의힘은 스스로 늪에 빠지기를 선택했다. 윤 대통령 제명, 출당 등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서 국민 여론 대척점에 섰다.

아예 윤 대통령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소추에 찬성한 당내 소신파를 공격하면서 비판 빌미를 제공하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이 악수를 고집한 배경은 무엇일까. 내부에서는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를 변명으로 삼는다. ‘탄핵’ 여파로 궤멸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다시 말해 강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 역풍을 우려하는 동료 의원에게 “내일, 모레, 1년 후에 국민은 또 달라진다”는 윤상현(국민의힘·인천 동구미추홀구 을) 국회의원 최근 발언이 대표적이다.

대다수 국민 분노를 헤아리지 못하는 근시안적 판단력과 유권자 재선택을 기대하는 자만이 결국 ‘영남 자민련’ 입지마저 흔들고 있다.

◇“수성 어렵다” 불안감 증폭 = 한국 정치사에서 지역구도는 1990년 3당 합당을 기점으로 짙어졌다. 당시 집권여당인 민주정의당과 야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합당으로 거대 여당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은 당내 주도권 싸움에서 탈당을 배수진으로 쳤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했지만 결국 대선에 출마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김 전 대통령이 주도권을 쥘 수 있었던 배경은 부산·경남, 이른바 PK 민심이었다. 14대 총선 지역구 237석 중 민주자유당이 획득한 의석은 116석에 그쳤지만 경남과 부산에서만 31석을 얻은 것이 주효했다.

결국, 민주화 이후 최대 정계개편 사건이었던 3당 합당은 정치 구도를 거대 보수와 소수 중도개혁 구도로 재편한 변곡점이었다.

군사 독재 정권에 면죄부를 줬고, 국민 투표로 처음 구성된 여소야대 정국을 여대야소로 바꿔 국민 의사를 부정했다는 비판을 받지만 결과적으로는 부산과 경남, 대구와 경북 연결고리가 강화됐다.

호남을 고립시킨 지역정치 구도는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보수세가 약화하기까지 줄곧 이어졌다. 비록 이름은 계속 바뀌었지만 보수 정당은 3당 합당을 기점으로 영남 기반 세를 불렸다.

2007년 이명박, 2012년 박근혜, 2022년 윤석열 등 1997년부터 현재까지 대통령 세 명을 배출했다. 특히 윤 대통령 당선은 보수 정당에는 2017년 박근혜 탄핵 여파로 길게 이어진 ‘보릿고개’를 끊어낸 성과였다.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으로, 다시 미래통합당 신설 통합을 거쳐 국민의힘까지, 보수 정당이 부침을 겪는 동안 3당 합당 이후 다져진 영남권 지지가 결국 수복 밑거름이 됐다.

한나라당 때 2000년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이 서울 28석, 경기 22석을 얻은 반면 각각 17석, 18석에 그쳤지만 영남권 민심은 달랐다. 지역구 의석(112석) 절반 이상인 64석이 부산·울산·대구·경남·경북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 강행으로 민심 철퇴를 맞았던 2004년 17대 총선에서도 지역구 100석 가운데 부산 17석, 경남 14석 등 영남권에서만 60석을 수성했다.

패배를 거듭한 2016년 20대 총선, 2020년 21대 총선, 2024년 22대 총선 때도 영남권 민심은 지역구 48석(새누리당·총 105석 획득), 56석(미래통합당·총 84석 획득), 59석(국민의힘·총 90석 획득)을 약속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탄핵소추 정국에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배경이지만, ‘영남 자민련’조차 수성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내부에서 엄습하는 것도 사실이다.

22대 총선 패배 원인을 분석한 <국민의힘 총선백서>에도 우려가 담겨있다. 백서에 소개된 부산지역 출마자 간담회 발언은 영남권 국민의힘 현실을 말해준다.

“이제 부산도 만만한 동네가 아니다. 우리가 17석을 얻었지만 사실 착시효과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에 부산에서 얻은 득표율이 평균 45% 정도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기억을 해야 된다.”

윤 정부 심판론을 앞세운 강력한 야권 공세에도 영남권 압승을 거뒀지만 ‘착시효과’라는 자기반성은 읍소 전략으로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뜻이다.

신랄한 내부 평가에도 12.3 내란 사태에 ‘우경화’로 버티는 등 영남 민심마저 배반하는 행보를 밟으면서 국민의힘은 이제 궤멸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는 것이 안팎의 냉혹한 시선이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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