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 단체 "당연히 올 줄...아쉽다" 쓴소리
방명록 글과 다른 행보 비판 피하기 지적도
두 의원실 "일정 많아 참석 어려웠다" 해명

마산을 지역구로 둔 윤한홍·최형두 국회의원이 새해 첫날 국립3.15민주묘지 참배에 나서지 않았다. 이들이 국회의원 뱃지를 단 이후 국립3.15민주묘지 신년 참배를 하지 않은 건 이례적이다. 이를 놓고 한편에서는 그간 자신들이 적은 방명록 글과 배치되는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을 피하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박완수 경남도지사, 홍남표 창원시장,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새해 첫 일정으로 1일 오전 국립3.15민주묘지(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동)를 찾았다. 각각 별도 일정에 따라 어두운 정장 차림으로 3.15민주묘지에 들러 분향·묵념했다.

박 지사는 방명록에 ‘을사년 새해! 3.15정신을 이어받아 共存(공존)과 成長(성장) 희망의 경남을 만드는 데 힘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홍 시장은 ‘3.15영령들의 혼을 기리며 반듯한 창원을 만드는 데 매진하겠습니다’라고 썼다. 박 교육감은 ‘국가 폭력에 항거한 3.15 영령들의 정신을 우리 아이들에게 잘 가르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또한 주임환 3.15의거기념사업회장, 이창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장도 민주묘지를 찾았다.

3.15의거기념사업회, 3.15의거희생자유족회 등 3.15 관련 단체는 이날 민주묘지 꼭대기 쪽에 있는 유영봉안소가 아닌 문화광장에서 합동 제례를 열고 3.15 영령을 기렸다. 몸이 불편해 봉안소까지 오르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 주차장 주변 광장에서 제례를 진행했다. 여기에는 3.15의거 희생자 유족 15명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윤한홍 의원
윤한홍 의원
최형두 의원
최형두 의원

하지만 3선 윤한홍(국민의힘, 창원시 마산회원구)·재선 최형두(국민의힘, 창원시 마산합포구) 국회의원은 이날 3.15민주묘지를 찾지 않았다. 두 의원 모두 본인 대신 보좌관 등을 보내지도 않아 이날 의원실 차원 신년 참배는 없었다. 이들이 신년 참배에 나서지 않은 것은 그간 행보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윤 의원은 2016년 4·13 총선에서 당선된 직후인 4월 14일 3.15민주묘지를 찾았다. 그리고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해 1월 1일 발걸음했고, 2022년에만 보좌관이 대신 참배했다.

최 의원은 2020년 4·15 총선에서 당선돼 다음 해인 2021년부터 매해 1월 1일 3.15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국립3.15민주묘지 관리소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지역 국회의원 민주묘지 참배는 신년마다 진행되고 있다”며 “역대 사례를 보더라도 신년 참배 의원 불참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두 의원도 그동안 매해 신년 당일 민주묘지를 찾았지만, 이번에는 지난 월요일쯤 전화로 미리 잡혀있던 참배에 불참하겠다고 통보했다”며 “불참 이유는 따로 듣지 못했고, 언제 오겠다는 말 또한 남기지 않아 알지 못한다. 일정을 보고 다시 연락 주겠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말했다.

3.15 단체는 갑작스러운 마산 지역구 국회의원 참배 불참에 아쉽다는 반응이다. 윤 의원과 최 의원이 방명록에 남긴 글과 다른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을 피하려고 참배에 불참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국립3.15민주묘지 참배단벽. 당시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는 조각이 벽에 새겨져 있다. /김구연 기자
국립3.15민주묘지 참배단벽. 당시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는 조각이 벽에 새겨져 있다. /김구연 기자

두 사람은 참배 때마다 빠짐없이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민주 영령 뜻을 받들겠다’는 말을 거의 빼놓지 않고 기재했다. 윤 의원은 지난해 방명록에는 ‘민주 영령의 희생을 받들어 반듯한 대한민국 만들기에 앞장서겠습니다’라고 썼다. 최 의원은 ‘315의거 선열 뜻 이어받아 더 큰 민주주의, 더 행복한 나라 함께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들은 민주주의 파괴를 시도한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행보를 보여 위선적이라는 원성을 사고 있다.

김영달 3.15의거희생자유족회 사무국장은 “국내 최초 유혈 민주항쟁인 만큼 3.15의거 신년 참배에 마산 지역구 국회의원 모두 100% 올 줄 알았다”면서 “둘 다 불참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도지사나 창원시장,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국가보훈단체 등 단체장과 여타 단체들도 찾았는데 분초를 다투는 업무를 보는 것도 아니면서 오지 않는다는 것은 의지 부족 때문”이라며 “그동안 민주묘지 방명록에 적은 글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모습에도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 의원 측은 다른 일정이 많아 참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윤 의원은) 1일 아침에 현충원에 들렀다가 그 뒤로 제주항공 사고가 난 무안에 갔다”며 “일정이 되지 않아 참석하지 못한 것이지 방명록 비판을 피하려고 안 간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최 의원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맡게 되면서 1일 현충원 참배, 국회 회의 등 일정이 많아 지역에 갈 시간이 없었다”며 “방명록에 적은 글과 다른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 때문에 안 갔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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