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옹호·민주 이재명 대표 저격 '정쟁' 의안 발의
전문가 "지방정치, 중앙정치에 예속된 결과" 우려
경남지역 지방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정부를 옹호하고 야당을 저격하는 ‘정쟁’ 의안을 밀어붙이면서 지방정치가 중앙정치 ‘꼭두각시’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국민의힘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도의회와 창원시의회에 ‘정쟁’ 의안이 많다.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우세한 결과로 출범한 경남 지방의회 한 단면이다. 국회지방의회의정포털에서 2022년 6월 지방선거 이후 경남도의회와 18개 시군의회가 가결한 건의안·결의안은 총 194건이다.
특히 12.3 내란 사태 이후 국민의힘에서 반격성 의안들이 두드러진다. 도의원 64명 중 국민의힘 소속 60명 전원은 ‘사법부의 신속하고 공정한 판결 촉구 건의안’을 지난 24일 발의했다. 주요 내용 △1심 선고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조속한 2심 판결 촉구 △위증교사죄 재판 조속한 2심 판결 촉구 등을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안건이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두고 헌법재판소에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입각해 공정한 판단을 내릴 것”을 요구하는 등 의안보다는 ‘탄원서’에 가까운 내용도 담았다.
대표 발의한 정쌍학(국민의힘·창원10) 의원은 의안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국정 혼란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상당한데 국가적 위기 사태를 수습하고 민생을 우선 살펴야 하는 야당 행보는 국민을 바라보기보다 정권 교체에 매몰돼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지방의회 건의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경남도의회 의원 일동’ 이름으로 정부 등 관계기관에 전달된다. 정당 간 숙의가 필요한 사안을 국민의힘은 도의회 다수당임을 앞세워 정쟁 도구로 남용한 셈이다.
창원시의회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정하고 신속한 판결 촉구 결의안’은 재석 44명 중 민주당 시의원 18명 반대, 국민의힘 시의원 26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창원시의회에서 지난 9일 원안 가결된 ‘민생 예산 삭감 반대 및 국회 정상화 촉구 건의안’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기조에 따른 ‘맞춤형’ 안건이다.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절대 다수석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야당의 비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지속되고 있다”며 “판사를 겁박하고 다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이재명 방탄 의회’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내란 사태 이전에도 국민의힘이 주도한 정쟁 의안들이 있었다. 도의회는 지난해 4월 ‘노동·연금·교육 3대 분야 조속하고 철저한 개혁촉구 대정부 건의안’을 원안 가결했는데, 갈등 의제인 ‘노동시장 유연성’ 등 국정과제 추진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창원시의회도 지난해 3월 노동계 반발을 샀던 ‘노조 회계 공개’ 등 윤 정부 정책을 강조하는 ‘합리적, 인간적 노동을 존중하는 노동개혁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1월 도의회가 가결한 ‘북한 도발 규탄 및 방첩역량 강화 대책 촉구 결의안’도 내란 사태 이후 재조명을 받고 있다. 북한 무인 항공기 도발을 규탄하면서 방첩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인데, 발의 당시에도 ‘색깔론’ 논란이 있었다.
당시는 진보 진영 방첩당국 수사가 이뤄지던 때다. 이 때문에 도의회가 공안정국에 가세해 불안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통과됐다. 문제는 지난 3일 불법 비상계엄 선포 때 국군방첩사령부 등이 투입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내란 사태와 관련이 있다는 비판을 받는 모양새로 역전됐다.
조재욱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쟁 의안을 두고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된 결과라며, “지방분권을 후퇴시키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결의안을 도구로 당에 충성심을 보이려는 모습”이라며 “2026년 9회 지방선거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난제 등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자 중앙정치 관심과 지원을 요구하는 식으로 완전히 별개가 될 수는 없지만, 정쟁적으로 비판하는 결의안만으로는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정치인 행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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