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학생 내용 작성 참여
"전수조사 더 면밀하게 해야"

창원지역 한 여자중학교 '스쿨미투' 대자보에 학생 두 명의 실명이 적혔고, 대자보 작성에는 다수 학생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들은 지난달 31일 교사의 성희롱·폭언 등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작성해 지난 3일 학내 게시판에 붙였다. 애초 '재학생 올림'으로 작성된 대자보에는 학생 두 명이 학년·반·번호·이름을 손글씨로 직접 적어 넣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교칙에 '게시물(의견 제시, 알림글)은 자유롭게 탈부착할 수 있다. 다만, 지정된 장소(학교 게시판 등) 및 기간, 작성자(단체 대표 등)를 실명으로 명시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학교 측은 대자보가 붙고 나서 이틀 뒤인 지난 5일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가 글을 게시한 학생과 학생회 임원에게 해명, 사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교사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글을 쓴 학생을 찾아서는 '왜 이런 글을 썼느냐'며 항의성 발언을 해 '2차 가해' 논란까지 일고 있다.

교육부 매뉴얼에는 '2차 피해 방지' 항목에 '피해자와 행위자 간의 화해나 합의를 종용하는 행위, 행위자를 옹호하는 의견이나 행위,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의심하는 행위, 성희롱 사안에 대해 관용적인 태도를 취하는 행위 등 유의'라고 규정하고 있다.

학교 측은 대자보가 처음 게시될 때 '재학생'이라고 익명으로 게재돼 가해 교사와 피해 학생에 대한 분리조치를 즉각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성희롱 사안에서 피해 학생 보호조치는 △학교장의 긴급조치를 통해 학생과 교직원 분리(담임 해제, 수업 참여 배제 등) △피해 학생에 대한 긴급 조치(심리상담 및 조언, 일시 보호,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했을 때 자치위원회에 즉시 보고 등이 있다.

학교장은 "창원교육지원청과 긴밀하게 협의해서 학생이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 교사 중 한 명이 글 게시한 학생을 별도로 불러서 (사과·해명 등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이번 사안에 대해 규정대로 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창원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에서 대자보 게시자를 몇 명 정도만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 누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조사가 안 된 상황에서 곧바로 분리조치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학교 측은 가해 교사로 지목된 한 교사는 사안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병가를 냈고, 또 다른 교사는 지난 5일부터 병가라고 밝혔다.

대자보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교와 교육당국의 대처가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교칙을 따른다는 의미로 대자보에 두 명이 대표로 이름을 적었을 뿐이고, 학생 다수가 참여했다"면서 "학교가 학생회 임원과 글 쓴 학생에게만 해명·사과하고 넘어갈 게 아니라 전체 학생에 대해 면밀한 피해조사를 하고, 그에 따른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창원교육지원청에서 시행한 전수조사도 형식적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에게 피해 사실을 적게 하는 시간이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당 10분씩 총 20분으로 짧은 시간이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우리는 대자보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면서 "우리가 겪은 사례와 더 많은 학생이 겪은 사례를 수집할 생각으로 대자보를 붙였다. 뜻을 모으고자 서명지도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교는 우리가 교칙을 준수해서 대자보를 붙였지만 대자보를 붙인 후 1시간 만에 다 떼어갔다. 각 반에 대자보 내용을 돌리려고 한 것도 다 수거해갔다"고 덧붙였다.

창원교육지원청은 지난 6일 1·3학년생 400여 명을 대상으로 피해 사실 조사를 한 데 이어, 11일 2학년생 200여 명을 대상으로도 조사할 예정이다. 전수조사를 통해 피해 사실이 확인되면,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에서 관련 교사의 성희롱 여부 등을 조사한다. 심의위에서 교사 성희롱 등이 확인되면 지역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징계 의결을 요구하게 된다.

앞서 학생들은 대자보에서 한 교사가 수업시간에 '이름에서 성을 바꾸면 성폭행이죠?, '백 백(百)에서 한 획을 빼면 흰 백(白)이 되는데, 왕이 침대에서 왕비의 옷을 한 꺼풀 벗기면 하얗다', '(강 강(江)을 읽자) 강간 아니고 강강' 등이라고 발언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교사는 '대가리에 총 맞은 소리 하지 마라' 등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2월 배포한 <학교내 성희롱·성폭력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교사에 의한 학생 성희롱' 예로 '언어적 성희롱'을 들고 있다. '수업 시간에(암기를 위해,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 성행위, 성적인 비유, 음담패설 등과 관련해서 언급하는 행위'가 해당한다. 학생들 주장대로라면 대자보 내용 속 수업 시간 교사의 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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