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교사 성희롱 주장 대자보
학교 "사실 파악 중…자체해결"

창원 한 여자중학교에서 학생이 교사로부터 성희롱·폭언 등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대자보를 붙여 학교에서 진상 조사를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 학교 학내 게시판에 '재학생 올림'이라는 이름으로 두 가지 글이 붙었다. A4용지에 두 장씩 인쇄된 대자보는 이날 바로 떼어졌다.

글 하나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이 글에서 학생은 교사 두 명을 언급했다. 한 교사가 수업 시간 등에 학생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 등을 했다고 주장했다. 자기소개 시간에 '이름에서 성을 바꾸면 성폭행이죠?' 등의 말을 하고, 한 학생이 티셔츠 위에 교복 셔츠를 걸치고 단추를 열고 있자 '옷 그렇게 입지 마라. 나한테는 교복을 그렇게 입은 게 제일 야하더라. 야하게 보이려고 그렇게 입었나?'고 했다는 것. 또, 한자를 설명하면서 백 백(百)에서 한 획을 빼면 흰 백(白)이 되는데, '왕이 침대에서 왕비의 옷을 한 꺼풀 벗기면 하얗다'고 말했다고 대자보에 적었다.

글에 언급된 또 다른 교사는 한 학생이 학교에 교복 바지가 왜 없느냐고 묻자 '대가리에 총 맞은 소리 하지 마라. 교복 바지 입고 싶으면 전학 가'라고 말했다고 했다. '말 안 듣는 학생을 훈육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때리는 것도 필요하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글을 적은 학생은 "앞서 나열했던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을 학생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지속적으로, 의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수많은 인권 침해적인 발언을 들어왔다. 수업과 학생 선도의 연장선이라는 이유로 '별거 아닌' 말이라는 이름으로, 성희롱과 폭언 등을 용인해왔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난해 학생회 회의에서 한 교사의 성희롱과 폭언을 몇몇 학생이 고발했지만, 지금까지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바꿔야 한다. 재학생을 포함해 앞으로 학교에 다니게 될 학생들에게 이 상황들이 대물림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또 다른 글에서도 앞서 언급됐던 한 교사가 비 오는 날 체육복을 입고 하교하는 학생에게 우산을 휘두르며, 교복으로 갈아입고 하교하라고 윽박질렀다고 주장했다. 이 학생은 "더 이상 불이익과 훈계가 두려워 참지 말자"고 적었다.

이에 대해 해당 학교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면서 자체 해결하겠다는 견해를 되풀이했다.

학교장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부분이 없어서 취재를 거부한다. 지금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면서 "학생 두 명이 쓴 것으로 알고 있다. 학생이 오해하고 내용이 과장된 부분이 있다. 자체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5일) 학생 대의원회를 열어서 조사한다. 학교 자체 해결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학교 폭력 전담기구를 통해서도 학생과 교사 진술 차이가 있어서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지역교육지원청은 이날 담당 장학사와 변호사를 학교에 파견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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