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은 거센 변화의 물결 속에서 표류하는 침몰 직전의 거함으로,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에서 몸부림은 고사하고 누가 건져주리라는 희망만 안고 노력은 없이 살아가는 불쌍한 고장이다.

우리가 태어나고 뿌리를 내리고 삶을 영위하는 고향, 밀양은 찬란한 농경문화 속에서 인구 25만 이상의 도시로 성장했다. 하지만, 농경문화의 쇠퇴와 더불어 산업 발전으로 지속적인 인구 유출과 더불어 밀양대학교의 이전과 통합 등의 요인으로 지역 상권이 무너져 이른 저녁임에도 밀양의 야경은 빛을 잃은 지 오래다.

밀양인이면 고향 현실 고려한 의무 다하길

여기에 철도문화의 중심에서 고속도로 개통과 자동차 문화의 급격한 확산으로 말미암아 인구 유출에 이어 지역 자금 유출 또한 심각하다. 이런 가운데 밀양은 그저 밀양을 중심으로 고속철도, 도로 등의 교통 입지와 신공항 후보지의 기대감, 영남권 1000만 인구의 중심지라는 낙관적인 말만 내어 놓을 뿐 과연 시민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다하는 밀양인이 있는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지적한 바 있지만 지리적 여건과 1000만 인구의 중심에 있다고 하여 과연 아무런 노력과 희생 없이 영남권 중심도시로 성장한다면 어느 지자체가 발전을 위한 노력을 연구하겠는가.

여기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 밀양인인지 시민인지를 먼저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 밀양에서 태어났다면 누구나 밀양인이 될 수가 있지만 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밀양인은 시민일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국민으로서 권리와 의무가 있듯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도 있기에, 우리가 현재의 밀양이 처해 있는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고 대처해 나가지 않으면 고향 밀양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지역의 최대 이슈로 대두하는 765kV 송전선로는 몇 년 동안 해당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반대 위원회를 구성해 투쟁을 펼쳐오고 있지만, 시민 대다수가 초대형 송전선로가 건설됐을 때 밀양의 미래는 아랑곳없이 내가 사는 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밀양시에서 '미르피아'라는 공동상표를 개발하면서 '하늘이 내린 축복의 땅'이라는 부연설명을 달고 있다. 과연 송전선로가 밀양을 관통해 간다면 하늘이 내린 축복의 땅이 될 수 있겠는가. 아니다. 밀양인이 막지 못한 죽음의 황무지가 되고 말 것이다. 천혜의 환경과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축복 받은 땅 밀양에 송전선로가 건립되면 그곳에 누가 살 것이며, 지자체 간 경쟁으로 우수 농산물 생산에 혈안이 돼 있는 가운데 유해성이 규명되지 않은 송전선이 관통하는 지역의 농산물을 누가 애용하겠는가.

송전선로·신공항 갈등 슬기롭게 대처해야

또한, 밀양은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로 부산의 가덕도와 경쟁을 펼치고 있다. 부산은 상대적으로 밀양보다는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밀양은 부산을 제외한 4개 광역단체가 든든한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음에도 너무나 소극적인 자세다. 자칫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기에 국회의원, 시장, 도의원, 시의원 등 시민의 지지로 선출된 지도자들이 신공항 유치의 염원을 담은 현수막 게시나 지역행사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더욱 적극적인 유치활동을 시민과 함께 펼쳐 지역발전에 후회가 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외에도 우리 지역에는 크고 작은 갈등의 불씨가 존재하기에 그저 밀양인이 아니라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시민으로 행복한 밀양을 건설해 자손만대에 물려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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