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블로우 백(blow back)'은 우리말 역풍에 해당된다. 명저 을 쓴 찰머스 존슨은 이렇게 말한다."아마도 21세기 세계 정치는 주로 20세기 후반의 역풍(블로우 백), 다시 말해 냉전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와 탈냉전하의 세계에서도 냉전적 태도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중대한 결정으로부터 야기되는 역풍에 의해 추동될 것이다."표현이 조금 어렵긴 하지만 역사를 조금이라도 깊이 있게 탐구한 이라면 무릎을 치며 탄복할 만한 식견이다. 찰머스 존슨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제정세 분석 자문관을 지낸 사람이다. 그는 말년에
주주·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 해 다들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잘 풀리길 기원합니다.속절없이 흐르는 게 세월이라지만, 2020년은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도달한 한 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만큼 2019년에 대두된 이슈가 우리를 힘들게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격동으로 점철된 2019년을 복기하면 한 가지 뚜렷한 흐름이 나타납니다. '다원화'라는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한국 사회가 복잡해지고, 특히 첨예한 이해 충돌이 빚어지면서 그 틈을 타 가짜뉴스가 전면에 등장했다는 것입니다.복잡다기한
1972년 2월 2일 전 육군하사 요코이 쇼이치가 온 국민의 관심 속에 도쿄 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태평양 전쟁 말기인 1944년 적에게 체포당하지 말라는 지휘관의 명을 받고 이를 지키느라 28년간 괌 섬의 정글에서 숨어 지내다 귀환한 병사다. 기다리고 있던 TV 기자들에게 요코이가 한 말은 이렇다. "요코이 쇼이치, 괌에서 돌아와 보고합니다. 부끄럽게도 살아 돌아와 패전을 보고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저는 아직 작동하는 소총을 휴대하고 있습니다. 기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천황 폐하께서 주신 이 총의 개머리판은 흰개미들
"무황제가 나라를 건국했을 때는 제도가 미비하고 민심이 불안해 작은 허물이라도 범하면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교사(校事)라는 관직을 만들었으니 이는 힘으로 천하를 장악하려는 사람의 임시방편이지, 덕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황제에게 맞는 법도가 아니다. 그러나 교사가 점차 황제의 신임을 얻게 되자 제 마음대로 감찰을 하게 됐다. (감찰 대상이 될지 안 될지 여부가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자) 조정에서는 관리를 선택할 때 근면하고 신중하게 하는 자는 소홀하다 하고, 바빠서 허둥대는 자는 능력 있다고 했다. 또 일을
8월이 7월보다 훨씬 더 뜨겁다. 날씨가 아니라 일본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일컫는 말이다. 그동안 한국과 선린관계로 포장돼온 일본을 까발리는 글과 영상이 도처에 넘쳐난다. 감정에 치우친 것들이 많지만, 개중에는 일본의 본질을 꿰뚫는 수작도 더러 보인다. 온 국민이 일본 공부 하나는 확실하게 하는 듯하다.'일본의 퇴행'을 이야기할 때 빠트릴 수 없는 게 있다. 역사가 브루스 커밍스가 한 말이다. "국제 전쟁에서 차지하는 일본의 대미종속적인 위치가 변하지 않는 한 일본의 전후는 끝나지 않는다!"를 쓴 나카무라 마사노리는 "
주주, 독자, 후원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경남도민일보가 창간 스무 돌을 맞았습니다. 6300명에 달하는 주주들이 힘을 합쳐 창간 기치를 든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주주·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경남도민일보가 오늘로 지령 5000호를 맞았습니다.주주·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처음 신문을 내놓던 날을 떠올리며 5000호라는 숫자를 되뇌니 만감이 교차합니다.'경남을
주주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설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다들 28일 너그러운 덕담과 풍성한 식탁을 기다리고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바람이 찹니다. 날씨도 날씨거니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내우외환으
주주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1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 해 만사형통하시고, 건강 잘 지키시길 빕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랬듯이 '언론 외길'을 저버리지 않는 경남도민일보에 변함없는 격려 부탁드립...
1876년 일본을 방문한 수신사 김기수는 라는 기록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일본인 구키 류이치가 '귀국의 학문은 오로지 주자만을 숭상합니까'라고 묻길래 '지난 500년간 우리는 오로지 주자(朱子)만 알 뿐
칼럼을 연재할 정도로 재즈를 좋아하고 즐긴다는 소문이 나면서 어쩌다 노래방에라도 갈라치면 동석한 사람들 눈치를 보느라 불편하다. 그냥 편한 국산 가요로 분위기 잡으면 그만인데, ‘그래도 기대치에 부응해야 할텐데’ 하는 욕심 탓에 늘 ‘선곡난(選曲難)’을 겪곤 한다.사실 정통 재즈 보컬 곡은 어렵다. 웬만한 가창력-팝 가창력과는 차원이 다른-을 지니지 않고서는 따라 부르기가 불가능하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90년대 중반 TV에서 본 장면이 아닌가 싶다. 클래식 아티스트들이 피아노 재즈 트리오 형식으로, 이른바 ‘열린 연주’를 하는 콘서트였다. 아마 장르간 벽을 허물고자 시도한 것이거나, 아니면 클래식 음악도 딱딱한 외피만 지닌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문제는 연주가 어설픈 것도 어설픈 것이었지만, ‘즉흥’을 표현하는 태도가 너무 유치해 온 몸에 ...
90년대 말로 기억한다. 늘 좋은 음악을 조달해주는 후배가 비디오테이프를 한 장 보내왔다. 제목은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아프로 쿠반(Afro-Cuban) 재즈를 세계에 알린 음악 다큐멘터리다. 먹고사는 일이 바빠 그땐 이런 음반이 나왔는지, 누가 기획했는지도 몰랐다. 전화로 ‘굉장하다’는 이야기만 듣고 테이프를 틀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세계에 감동...
주주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매년 해온 인사말인데 오늘 따라 '안녕'이란 말을 쓰니 기분이 묘해집니다. 지난해 말 도처에서 터져 나온 '안녕 못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인사말을 선택한 것은 올해만큼은 기필코 '안녕'해야겠다는 오기가 ...
재즈는 클럽 공연이 제격이다. 뮤지션들 숨소리도 들을 수 있고, 무대와 청중이 손쉽게 어울리는 맛도 좋다. 특히 어쿠스틱 음향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작은 무대를 선호하지 않을 수 없다.하지만 때때로 대형 야외무대나 콘서트홀 연주도 필요하다. 뮤지션들 입장에서는 압도적인 환호성이 새로운 결기(決氣)를 불러일으키고, 이것이 청중들에게 전달되는 ‘선순환’이 있기 때문이다.“낮 공연에 이렇게 많은 사람...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세계 음악시장은 크게 미국, 유럽, 일본으로 삼분된다. 기타 시장이 있긴 하나 이 세 곳에 비하면 아직 미미하다. 그래서 음악깨나 하는 사람은 세 곳을 일차 타겟으로 삼는다. ‘돈 되는’ 음악소비자가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지금은 다소 형편이 나아졌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 오는 유명 외국 아티스트는 일본공연이 주목적이었다. 한국은 기획사들이 남는 시간에 끼워 넣는 &lsqu...
북소리만큼 원초적인 소리가 또 있을까? 비단 아프리카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어느 나라건 민속 음악 체계에 ‘열정적인 타악’이 들어 있지 않은 경우는 없다. 그리고 이 전통은 근대 이후 생겨난 모든 음악장르에도 어떤 형태로든 스며들어 있다.재즈에서는 베니 굿맨(Benny Goodman) 빅밴드가 1938년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벌인 연주가 재즈 드러밍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킨 첫 계기다. 그 유명한 댄스곡 &...
피아노 트리오나 색소폰(혹은 트럼펫) 쿼텟 등 전통적인 악기편성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때때로 틀을 깨는 파격적인 구성에서 신선한 감흥을 느끼곤 한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접했던 피아노 색소폰 이중주나, 기타 세 대가 리드 악기로 등장하는 트리오 기타 등이 그러했다. 라이브 공연 도중 종종 벌어지는 피아노 드럼 이중주나 다른 조합들도 그러하다. 그렇지만, 과문한 탓인지 트럼펫과 기타, 드럼으로 이뤄진 3인조는 들어본 바 없다.처...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70~80년대만 해도 팝 신(Pop Scene)에는 ‘진정한 노장’ 대열에 세울만한 아티스트가 없었다. 기껏해야 달콤한 사랑노래나 읊던 앤디 윌리암스(Andy Williams)류 뿐이었다.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이런 풍경은 옛말이 됐다. 60~70년대를 음악성 하나로 휘어잡던 아티스트들이 나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현역’으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싱어송...
음악 감상에도 변곡점이 있다. 예를 들면 “어! 새로운 스타일이네!”라거나, 익숙한 멜로디를 “이렇게도 연주할 수 있구나”라고 느끼는 게 그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경험을 통해 감상자는 더 넓은 바다로 들어간다. 다양한 색깔을 자랑하는 재즈에도 이 법칙(?)은 그대로 적용된다.80년대 초반 자코 패스토리우스(Jaco Pastorius)가 백 밴드를 이끌고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에 참여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