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한 궁중채화 연구·전시 시설
수로재·비해당서 보는 전통한옥의 멋

양산 한국궁중꽃박물관 수로재 전시실.
양산 한국궁중꽃박물관 수로재 전시실.

 

왕실의 품격, 영원불멸한 꽃으로 피어나다

화려했던 조선시대 궁중문화를 엿볼 수 있는 ‘한국궁중꽃박물관’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궁중채화를 연구·전시하는 공간이다.

‘궁중채화’는 아름다운 비단이나 모시에 자연염료로 색을 입히고 이를 꽃잎 모양으로 오려 다림질하고 꽃술과 꽃잎마다 송화, 밀랍을 다시 입혀 손으로 빚어 만드는 일종의 조화다. 조선시대 궁중에서 큰 행사를 열거나 잔치를 벌일 때 빼놓을 수 없는 장식품으로, 왕조의 영원불멸을 염원하며 ‘시들지 않는 꽃’으로 표현한 조선왕조 궁중문화를 보여주는 최고 예술작품이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조선왕조 궁중문화 말살 정책으로 궁중채화는 그 모습을 감췄으며 역사 기록에만 남게 됐다.

황수로 궁중채화장.
황수로 궁중채화장.

황수로 궁중채화장(국가무형문화재)은 50여 년간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의궤 채화도>, <윤회매십전> 등 고문헌을 샅샅이 뒤져 조선왕조 궁궐 꽃 장식을 완벽하게 복원·제작하는 일에 앞장섰다. 그리고 노력이 결실을 봐 2019년 한국궁중꽃박물관이 양산시 매곡마을에 문을 열었다.

양산 한국궁중꽃박물관 전경.
양산 한국궁중꽃박물관 전경.

멋스러운 전통한옥에 깃든 품격

솟을대문을 거쳐 박물관에 들어서면 한국전통 궁궐 양식으로 지은 멋스러운 한옥이 눈에 들어온다.

하늘로 날갯짓하듯 뻗은 팔작지붕 누각을 양쪽에 거느린 수로재(水路齋)는 단정하게 정돈된 주변 조경과 어우러져 인증사진부터 찍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수로재는 특별전시실을 비롯해 도구전시실, 밀랍실, 문헌자료실, 수장고 등을 갖추고 있다. ‘수로’는 박물관 설립자인 황수로 궁중채화장 아호다.

양산 한국궁중꽃박물관 비해당.
양산 한국궁중꽃박물관 비해당.

또 다른 한옥인 비해당(匪懈堂)은 조선 세종대왕이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에게 직접 내린 당호에서 따 왔다. ‘비해’란 <시경> 중민(重民) 편에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잠들어 두 사람을 섬긴다’는 말로, 부모와 임금을 잘 섬기며 일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곳에는 전시공간과 함께 궁중채화전수교육관을 설치해 조선왕조 궁중채화 전승과 발전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수로재와 비해당 모두 10년에 걸쳐 조선시대 궁궐 내 건물을 재현해 건립한 전통한옥이다.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과 조정구 구가도시건축연구소 대표가 설계를 맡았고, 대목장 이수자 조재량, 단청장 동원 스님, 석장 이재순, 석공예 김규영, 석공예 김상규 등 10여 명의 국가무형문화재 장인과 명장이 공사에 참여했다. 상량문은 조계종 종정인 통도사 방장 성파 스님이 직접 써 눈길을 끈다.

양산 한국궁중꽃박물관 비해당 전시실.
양산 한국궁중꽃박물관 비해당 전시실.

영원불멸로 다시 피어난 궁중채화

궁중채화는 머리에 꽂는 잠화, 상 위 음식을 장식하는 상화, 항아리에 꽂는 준화 등으로 구분된다.

수로재 2층에 있는 제1전시실에는 현재 1887년 1월(고종 24년) 열린 조선 신정왕후 팔순 잔치 ‘고종정해진찬의’를 재현해 전시하고 있다. 황수로 궁중채화장이 <고종정해진찬의궤>, <국조오례의>, <악학궤범>을 포함해 병풍인 ‘만경전진찬도병’ 등 사료를 바탕으로 고증한 것이다.

왕좌 앞 왼쪽엔 하얀 벽도화가, 오른쪽엔 붉은 홍도가 놓여 있고 주변으로 새와 벌이 날아들고 있다. 준화는 하얀색과 붉은색으로 음양을 나타낸다. 홍도를 표현한 주화 꽃잎은 비단에 여러 번 빨간물을 들인 후, 인두로 모양을 냈다. 꽃술은 모시를 한 올 한 올 푼 다음 풀을 먹여 완성했다.

양산 한국궁중꽃박물관에 전시된 홍벽도준화.
양산 한국궁중꽃박물관에 전시된 홍벽도준화.

<고종정해진찬의궤> 내용 그대로 준화 한 개에 꽃송이 2000개를 달았다. 꽃은 임금을 상징하고, 날아드는 새와 곤충은 백성과 군신을 뜻한다. 그래서 준화는 왕과 백성·군신이 하나를 이룬다는 뜻을 지닌다.

잔뜩 쌓인 음식 위에 꽂힌 상화도 저마다 뜻을 품고 있다. 왕이 앉은 자리 바로 앞으로 대수파련을 놓았다. 대수파련은 파도를 이루는 듯한 커다란 연꽃이다. 한 줄기 길게 뻗은 줄기가 대수파련 상화 중심이다.

줄기 맨 아래 좌우로 가지가 전체를 떠받드는 모양새다. 상화 가장 위에는 장수를 나타내는 노인이 상서문을 들고 사슴을 타고 있다. 상서문은 건강하고 부귀영화를 누리고 자손이 번영해 500년을 이루라는 내용이다.

한편엔 지당판도 있다. 지당판은 궁중 무용에서 쓰는 장식 도구다. 침상처럼 생긴 널빤지를 꽃으로 꾸며서 만든다. 수로재 지당판엔 채화로 꾸민 연못이 있다. 궁중에서 잔치를 열면 보통 2~3일 하기에 밤이 되면 지당판 연꽃에 불을 밝혀 사용했다.

지당판은 방등이 돼 밤 연회를 더욱 밝히는 역할을 했는데, 시대별로 그 모양은 조금씩 달랐다고 한다.

1층에 있는 제2전시실(납매실)에는 사군자의 하나인 매화를 표현한 ‘윤회매’가 걸려 있다. 조선 최고 문장가 가운데 한 사람인 이덕무가 지은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 수록된 ‘윤회매십전(輪回梅十箋)’을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양산 한국궁중꽃박물관에서 열린 찻자리 대회.
양산 한국궁중꽃박물관에서 열린 찻자리 대회.

벽에 걸려 있는 매화 가지에 피어난 꽃은 비단과 밀랍을 이용해 제작했으며, 뒤편 벽에는 홀로 지팡이를 짚고 눈길에 매화를 찾아 떠나는 방랑시인 김시습을 표현한 영상을 배경 삼아 더욱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제3전시실은 아름다운 <금강사위색보살도>를 중심으로 조선 후기 서화류와 신라·고려·조선시대 기명을 전시하고 있다. 제4전시실은 길쌈실로 조선시대 여인들의 한과 삶을 담은 베를 짜는 풍경과 각종 채화 도구를 볼 수 있다.

비해당에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의 비 순정효황후가 한국전쟁 때 지내던 부산 장지마을 내실을 재현했다. 순정효황후는 전쟁을 겪으며 고종의 문신이자 백부인 윤덕형 묘소가 있는 부산 해운대 장지마을에서 3년간 피접 생활을 했다.

아울러 이곳에서는 궁중채화로 장식한 사인교(가마)와 순조 기축년진단 지당판도 만날 수 있다. 박물관은 궁중채화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찻자리 대회’, ‘특별기획전 차(茶), 그릇에 담다’ 등과 같은 행사를 마련해 옛 선조 풍류를 재현하고 올바른 다도(茶道) 문화를 확산하는 일도 한다.

양산 한국궁중꽃박물관 정원.
양산 한국궁중꽃박물관 정원.

 

주소 : 양산시 매곡외산로 242

전화: 055-362-3661

관람 : 사전 예약제 운영 / 전시·해설

수·목요일 오전 10시·11시, 오후 1시 30분·2시 30분

토·일요일, 공휴일 오전 10시·11시, 오후 1시 30분·2시 30분·3시 30분

입장료 : 성인 개인 1만 원·단체 7000원

어 린이·청소년 개인 5000원·단체 3500원

누리집 : http://royalsilkflower.co.kr

관련기사

관련기사

키워드
#경남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