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매곡동 한국궁중꽃박물관
조선 신정왕후 팔순잔치 재현
궁중채화 작품과 문헌, 예술품도 전시

양산시 매곡동에 있는 한국궁중꽃박물관은 조선시대 궁정 꽃장식을 연구하고 전시하는 곳이다. 꽃은 조선시대 궁중에서 왕 즉위 행사를 열거나 생일잔치를 벌일 때 빠질 수 없는 장식품이었다. 궁중에서 사용하는 꽃을 ‘궁중채화’라고 한다. 채화(綵花)는 고급 비단으로 만든 조화다. 조선 시대 궁중 연회는 꽃 잔치라고 할 만큼 채화로 연회장을 가득 채웠다. 채화는 머리에 꽂는 잠화, 상 위 음식을 장식하는 상화, 항아리에 꽂혀 있는 준화 등으로 구분한다.

◇다시 핀 궁중 채화 = 일제강점기 조선왕조 궁중 문화 말살 정책에 따라 궁중 꽃장식은 기록으로만 남았었다. 이를 되찾기 위해 국가무형문화재 제124호 황수로 궁중채화장은 50년 간 고문헌을 샅샅이 뒤져 조선왕조 궁궐 꽃장식을 복원하는 데 힘썼다. 그 결과물이 모여 지난 2019년 9월 21일 한국궁중꽃박물관 개관으로 이어졌다.

한국궁중꽃박물관에 들어서자 보이는 수로재. 수로재는 팔작 지붕으로된 누각을 양쪽으로 지닌 한옥 건물./백솔빈 기자
한국궁중꽃박물관에 들어서자 보이는 수로재. 수로재는 팔작 지붕으로된 누각을 양쪽으로 지닌 한옥 건물./백솔빈 기자

한국궁중꽃박물관은 아담하고 단정한 건물 두 채로 이뤄졌다. 전통 궁궐 건축 양식으로 지은 수로재와 비해당이다.

솟을대문을 열면 긴 마당 끝에 수로재가 보인다. 팔작지붕으로 된 누각을 양쪽으로 거느린 한옥이다. 한국 최고 장인들의 손을 거쳐 10년 동안 지었다. 수로재 제1전시실은 현재 1887년 1월(고종 24년)에 열린 조선 신정왕후 팔순 잔치 ‘고종정해진찬의’를 재현해 전시하고 있다.

1887년 1월(고종 24년)에 열린 조선 신정왕후 팔순 잔치 ‘고종정해진찬의’를 재현한 전시./백솔빈 기자
1887년 1월(고종 24년)에 열린 조선 신정왕후 팔순 잔치 ‘고종정해진찬의’를 재현한 전시./백솔빈 기자

황수로 장인이 <고종정해진찬의궤>, <국조오례의>, <악학궤범>을 포함해 병풍인 ‘만경전진찬도병’ 등 사료를 통해 고증한 것이다.

왕좌 앞 왼쪽엔 하얀 벽도화가, 오른쪽엔 붉은 홍도가 보인다. 그 꽃들에 새와 벌들이 날아들고 있다. 이 궁중채화는 준화(항아리에 꽂은 꽃)에 해당한다. 준화는 각각 하얀색과 붉은색을 띠어 음양을 이루고 있다. 홍도를 표현한 주화 꽃잎은 비단에 여러 번 빨간 물을 들인 후, 인두로 모양내 만들었다. 꽃술은 모시를 한올 한올 푼 다음 풀을 먹여 완성했다. <고종정해진찬의궤> 내용 그대로 준화 한 개당 꽃송이 2000개를 달았다. 꽃은 임금을 상징하고, 날아드는 새와 곤충들은 백성과 군신을 뜻한다. 그래서 준화는 왕과 백성·군신이 하나를 이룬다는 뜻을 지닌다.

왕좌 앞 왼쪽 하얀 벽도화의 준화./백솔빈 기자
왕좌 앞 왼쪽 하얀 벽도화의 준화. 그 꽃에 새와 벌들이 날아들고 있다./백솔빈 기자

◇정교하고 아름다운 장식들 = 잔뜩 쌓인 음식 위에 꽂힌 상화도 저마다 뜻을 품고 있다. 왕이 앉은 자리 바로 앞으로 대수파련을 놓았다. 대수파련은 파도를 이루는 듯한 커다란 연꽃이다. 한 줄기 길게 뻗은 줄기가 대수파련 상화의 중심이다. 줄기 맨 아래 좌우로 가지가 전체를 떠받드는 모양새다. 상화 가장 위엔 장수를 나타내는 노인이 상서문을 들고 사슴을 타고 있다. 상서문은 건강하고 부귀영화 누리고 자손 번영해 500년을 이루라는 내용이다.

한편엔 지당판도 있다. 지당판은 궁중 무용에서 쓰는 장식 도구다. 침상처럼 생긴 널빤지를 꽃으로 꾸며서 만든다. 수로재 지당판엔 채화로 꾸며진 연못이 있다. 궁중에서 잔치를 열면 보통 2~3일은 하기에 밤이 되면 지당판 연꽃에 불을 밝혀 사용했다. 지당판은 방등이 돼 밤 연회를 더욱 밝히는 역할을 했는데, 시대별로 그 모양은 조금씩 달랐다.

음식 위에 꽂힌 상화./백솔빈 기자
음식 위에 꽂힌 상화./백솔빈 기자

비해당은 무형문화재 문화위원장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7·8대 총장을 지낸 김봉열 건축가의 작품이다. 2층 한옥으로 1층은 기둥만 있는 필로티 구조다. 2층 전시실에는 현재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의 비 순정효황후가 한국전쟁 때 지내던 부산 장지마을 내실을 재현했다.

이 외에도 한국궁중꽃박물관에는 조선왕조 궁중채화 작품들과 문헌, 제작 도구를 비롯해 관련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은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 공휴일에 개관한다. 방문은 네이버에서 사전 예약 후 가능하다. 성인 1만 원, 청소년 5000원이다. 문의 055-362-3661.
/백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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