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법 시행 늦추고 원하청 교섭 시행령 위임
노조 손해배상 책임 존치 자본 논리 수용 '논란'
'부진정연대책임' 그대로 유지하는 조항 삽입도
노동계·진보정당 "법안 강화, 통과 좌고우면말라"
당정, 내달 4일 국회 본회의 통과 목표 손질 나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내달 4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추진하기로 했다. 노동계와 진보정당으로부터 민주당이 야당이던 때보다 후퇴했다고 평가받는 정부안 초안은 최대한 야당 시절 민주당 안에 준하는 내용으로 조정될 전망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진보당 의원들과 고용노동부는 28일 오전 국회에서 당정간담회를 열고 노란봉투법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김주영 환경노동위 민주당 간사는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통과했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기초로 논의했고, 조금 더 세부적인 부분을 담을 수 있도록 의견을 조율했다”며 “유예기간 논의가 필요하지만 통과했던 안대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안은 오는 8월 4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이 28일 국회 환노위 소회의실에서 열린 고용노동법안소위에서 노조법 2ㆍ3조(노란봉투법) 개정안 심사를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이 28일 국회 환노위 소회의실에서 열린 고용노동법안소위에서 노조법 2ㆍ3조(노란봉투법) 개정안 심사를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은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11월과 2024년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전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국민의힘 측의 조직적 방해에 따른 재의결 가결 정족수 미달로 폐기됐다. 폐기된 법안은 법으로 정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협력업체 노동자의 원청기업에 대한 교섭권을 보장하고, 노동조합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 관련 사측의 무차별적인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공포 후 6개월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에서 노란봉투법 통과·시행을 공약했다.

◇이재명 정부 고용노동부 후퇴 획책? = 이재명 정부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초안에는 사용자 정의를 확대하는 노조법 2조 2호에 부칙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장관이 단체교섭의 대상, 방법, 절차 등을 법 시행일까지 마련하고, 시행일은 1년 뒤로 유예한다는 내용이다.

노동계와 진보정당은 이를 두고 “원·하청 교섭 대상과 방식, 절차를 대통령 시행령에 위임해 제안함으로써 법 취지를 왜곡했다”며 “시행 시기를 1년 유예하기로 한 것은 내란 정권하에서 통과시킨 내용보다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자마자 자본의 요구를 적극 수용했다”고 쏘아붙였다.

노동부는 이에 더해 제2조 5호에도 애초 민주당 법안대로 ‘근로조건의 결정’을 ‘근로조건’으로 개정하는 게 아니라, ‘근로조건의 결정 및 근로조건의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이라고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많은 노동자들이 분쟁으로 가는 이유 중에는 체불임금, 부당해고 복직 등 권리분쟁에 해당하는 사안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이런 사항은 쟁의행위에서 제외됐다”고 평가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가 열린 소회의실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여야 의원들에게 '온전한 노조법 2ㆍ3조(노란봉투법) 즉각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가 열린 소회의실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여야 의원들에게 '온전한 노조법 2ㆍ3조(노란봉투법) 즉각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조뿐만 아니라 3조에서도 내용이 후퇴했다는 게 진보정당들 평가다. 특히 노동부는 폐기된 민주당 안 3조 2항을 ‘법원은 사용자의 불법행위 등 책임 있는 사유를 고려하여 노조의 손배 책임의 범위를 정한다(또는 감면할 수 있다)’라는 표현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노조나 근로자 이익을 방위하기 위해 부득이 손해를 가했을 경우 배상 책임이 없다’는 조항에서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3조 3항도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한다는 표현에서 ‘각 호에 따라 책임 비율을 정한다’는 설명 아래 ‘노동조합 내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동참의 경위 및 정도’ 등을 나열해 사실상 ‘부진정연대책임’은 그대로 유지하려 한 정황도 발견됐다. 쟁의행위에 따른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을 무력화하는 내용이라는 게 노동계와 진보정당 생각이다.

진보당과 민주노총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손해배상·가압류 남용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자회견과 함께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속 국회 본청 앞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민주당 원안 최대한 준용” 한다지만 = 이날 당정간담회에서는 법안이 야당 시절 민주당 안대로 유지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김주영 간사는 노동쟁의 인정 범위를 두고 “원래 통과한 (민주당) 안과 유사하게 의견 접근을 하고 있다”며 “최종 법안이 성안되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법 시행 유예 기간을 두고는 “거부권 행사 법안에 충실히 하려고 한다”며 정부 초안상 1년이 아닌 애초 민주당 안인 6개월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손해배상 청구 제한 조항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부분에 논의가 조금 더 필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 진보당, 사회민주당 등 정당 당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후퇴 저지 및 신속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 진보당, 사회민주당 등 정당 당원들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후퇴 저지 및 신속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환경노동위는 이후 국회 본청에서 법안소위를 열어 노란봉투법 심사를 진행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후퇴 저지 및 신속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를 압박했다.

이들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권을 확고하게 보장하고자 ‘노동자 추정’ 조항을 포함시켜야 한다”며 “간접고용노동자의 노동권을 분명하게 보장할 수 있도록 ‘사내하청의 원청에 대한 사용자 간주’ 조항도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또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노동조합 이외에 노동자 ‘개인 손해배상청구 금지’를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두 번이나 국회 문턱을 넘었던 노란봉투법을 더는 좌고우면할 이유가 없다”며 “국회 환경노동위에 임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말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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