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하청지회 직접 교섭 거부
서울행정법원 부당 노동 행위 판결
"노사 관계 근간 위협" 설득력 잃어
온전한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 탄력
한화오션은 '조선하청지회의 직접 교섭 요구'를 거부해 왔다. 법원은 이를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이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정당성을 재차 확인해 줬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최수진 부장판사)는 한화오션이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25일 원고 일부 패소 판결했다.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2022년 4월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5개 의제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해당 의제는 △성과급 지급 △학자금 지급 △노조 활동 보장 △노동 안전 △취업 방해 금지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이러한 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았으며 실제 응하지도 않았다. 이에 조선하청지회는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며 구제 신청했지만,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그해 6월 기각 결정했다
조선하청지회는 그해 8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중앙노동위는 그해 12월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은 사내 협력업체 노동자의 노동 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범위에서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며 부당노동행위 판단을 내놓았다.
그러자 한화오션은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이번에 법원 판단이 나온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는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법원은 '한화오션 옥포조선소에서 근무하는 하청 노동자 업무 방식'과 '사내 하청 업체의 종속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한화오션이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5개 의제 가운데 △성과급 지급 △학자금 지급 △노동안전만 인정했다. 즉 한화오션이 이 3개 항목 관련해서는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하청 노동자들은 이번 판결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동안 끊임없이 외친 '진짜 사장 한화오션이 단체교섭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조선하청지회는 △노조 활동 보장 △취업방해 금지 부분을 인정받지 못한 것과 관련해 "증거를 보강해 항소심에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현행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당사는 조선하청지회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로 볼 수 없지만, 재판부 판단을 존중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노란봉투법' 관련 재계 주장을 허무는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 확대, 손해배상 책임 제한 등을 골자로 한다. 그동안 재계는 "근로자·사용자·노조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해 노사 관계 근간을 무너뜨린다"고 주장해 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판결 후 "법원이 거듭(현대제철 관련해서도 비슷한 취지 판결)하여 노조법 2·3조 개정의 정당성을 확인하고 있다"며 "이제 공은 국회에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기자회견에서 "이제 입법기관은 원청 교섭에 새 패러다임이 열린 것을 확인하고 노조법 개정안을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 정부안은 후퇴 우려를 낳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시행령을 통해 사안별 교섭 범위·대상을 결정할 수 있는 내용 등을 담고 있어서다. /남석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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