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하청 노사 2024년 임단협 최종 합의
김형수 지회장 19일 오후 철탑서 내려올 예정
한화오션 '대승적 차원' 470억 손배소 취하 준비
'노조법 2·3조 개정안' 통과 여론 더 거세질 전망

서울시 중구 한화빌딩 앞 30m 높이 철탑 위에 김형수 조선하청지회장이 농성 중인 고공농성장. /김형수 조선하청지회장
서울시 중구 한화빌딩 앞 30m 높이 철탑 위에 김형수 조선하청지회장이 농성 중인 고공농성장. /김형수 조선하청지회장

한화오션 하청 노사가 임단협에 합의하면서 김형수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고공 농성 97일 만에 땅을 밟는다.

한화오션은 하청노동자들에게 제기한 470억 원 규모 손해배상소송 청구를 취하할 예정이다. 그러나 원청이 하청노조 교섭을 외면하는 현실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임단협 타결·손배소 취하 결정 = 한화오션 하청 노사는 1년 넘는 협상 끝에 ‘2024년 임단협’을 매듭지었다. 하청 노사는 핵심 쟁점인 상여금 50% 인상 합의에 이어 세부 단협 사항을 조율해 17일 오후 늦게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청지회는 18일 오후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임단협 타결 절차를 마무리했다.

김형수 조선하청지회장은 서울 한화그룹 본사 앞 30m 철탑 고공농성을 마치고 땅을 밟는다. 김 지회장은 19일 오후 2시 상징적인 의미로 고공농성 철탑에서 죄종합의안에 서명한 후 내려와 임단협 타결 기자회견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는 노동계·진보정당 등이 함께해 노조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 옵티칼·세종호텔 고공농성 해결을 촉구할 계획이다. 다만 경찰이 김 지회장을 상대로 체포영장 집행을 예고하고 있어 어수선한 상황도 우려된다.

한화오션이 하청노동자들에게 제기한 470억 원 규모 손배소도 취하된다. 한화오션은 구체적 시점과 내부 절차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른 시일 내 정리’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상생과 협력 원칙 실현을 위해 대승적으로 470억 원 소송 취하를 준비 중”이라며 “경영진 배임 등 문제가 있지만, 이사진에 노사 화합 조치가 장기적으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과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도 노사 상생을 위해 상호 진행 중인 고소·고발을 18일 일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정치권·자치단체는 임단협 타결·손배소 취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허성무(더불어민주당·창원성산) 국회의원은 “한화오션이 어렵고도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려 대화의 문을 열고, 상생의 길로 나아가기로 한 선택은 진정으로 책임 있는 기업의 자세”라며 “이번 타결이 노사 모두에 신뢰를 회복하고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변광용 거제시장도 “이번 합의는 갈등을 대화와 상생으로 풀어가는 진정성 있는 결단이자, 노동존중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의미 있는 전환점”이라고 환영했다.

유최안 전 조선하청지회 부지부장이 2022년 대우조선해양 독에서 스스로 가둔 감옥을 형상화한 작품. 신유아 미술가가 제작했으며 고공 3노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유아 미술가
유최안 전 조선하청지회 부지부장이 2022년 대우조선해양 독에서 스스로 가둔 감옥을 형상화한 작품. 신유아 미술가가 제작했으며 고공 3노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유아 미술가

◇원-하청 교섭 의무화 필요성 절감 = 김형수 지회장을 비롯한 조선하청노동자들은 몸을 내던지는 희생으로 임단협 타결에 이르렀지만, 원청은 교섭 당사자에서 빠졌다. 결국 제도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2의 김형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노조법은 원청의 사용자성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 조선하청지회는 처우 개선 등을 놓고 수년 동안 “진짜 사장인 원청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며 직접 교섭을 요구했지만, 원청 한화오션은 이를 외면해 왔다.

조선하청지회 관계자는 “2024년 교섭을 보면 실질적으로 상여금 인상 결정권은 한화오션에 있고, 하청노동자 상여금 재원은 한화오션에서 나온다”며 “2024년 임단협 테이블에서도 하청업체는 ‘상여금 50% 지급 여력이 없다’고 밝힌 것처럼 임단협은 한화오션이 개입해야 풀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이 하청과 단체교섭에 나서게 하는 노란봉투법 통과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원-하청 교섭 의무화 등이 가능해지고, 쟁의행위를 두고 손해배상 청구 또한 제한된다. ‘노동존중’을 강조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교섭권 확대를 향한 노동계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김순희 금속노조 경남지부 부지부장은 “하청노동자가 원청에 노동 조건을 개선해달라고 하면 사용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인력 감축을 중단하라고 하면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며 “노란봉투법뿐만 아니라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등으로 노동자 교섭권을 박탈하는 제도 또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당 경남도당·거제시위원회도 논평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번번이 좌절된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새 정부에서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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