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화그룹 본사 앞 30m 철탑 고공농성 종료
지회장 2024년 임단협 합의안 직인 찍고 내려와
다음 임단협 땐 원청 한화오션과 직접 교섭 의지
"노란봉투법 통과, 고공 농성 해결에 목숨 걸 것"

19일 김형수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한화오션 하청 노사 2024년 임단협 합의서에 직인을 찍고 있다.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김형수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97일 만에 땅을 밟았다. 김 지회장은 아직도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에 먼저 내려와 미안하다며, 모두가 내려올 수 있게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19일 오후 2시께 김 지회장이 지난했던 한화오션 하청 노사 2024년 임단협 타결의 마침표를 찍었다. 김 지회장은 서울 한화그룹 본사 앞 30m 철탑 고공에서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이 건넨 2024년 임단협 합의안에 지회장 직인을 찍으며 임단협 타결·고공농성 해제를 알렸다. 김 지회장은 2024년 임단협에서 상여금 50% 인상을 촉구하며 3월 15일 30m 높이 철탑에 오른 바 있다.

같은 시각 금속노조는 김 지회장 고공농성 해제 기자회견을 철탑 아래서 개최했다. 더불어민주당 허성무(창원성산) 국회의원, 민병덕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장, 이언주 최고위원, 그리고 정혜경(진보당·비례대표) 국회의원,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김일식 금속노조 경남지부장, 김은형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장 등이 이 자리에 함께 했다.

정혜경·허성무·한창민 의원은 크레인에 탑승해 30m 고공 철탑에 올랐다. 김 지회장은 철탑에서 나와 크레인에 올랐다. 김 지회장이 금속노조 깃발을 흔들자 철탑 아래 있던 노동자들은 ‘반갑다 형수야’, ‘김형수 고생했다’ 등으로 화답했다.

19일 김형수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허성무, 정혜경, 한창민 국회의원과 함께 고공농성장에서 내려오고 있다.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19일 김형수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허성무, 정혜경, 한창민 국회의원과 함께 고공농성장에서 내려오고 있다.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김 지회장이 오후 2시 30분 땅을 밟자마자 경찰들이 그를 에워쌌다.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체포 영장을 현장에서 집행하려 했다. 국회의원·노동자 등이 이를 막아섰고, 김 지회장이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것으로 조율됐다.

김 지회장은 하청지회 조합원이 건넨 물로 목을 축인 후 간이 의자에 앉았다.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든 모습에 하청지회 조합원들은 그를 부축해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했다. 김 지회장은 종교인, 노동자 등으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고 악수를 나눴다.

김 지회장은 “박정혜(한국옵티칼하이테크) 동지는 529일째, 고진수(세종호텔) 동지는 127일째 고공농성하고 있는데 먼저 내려와 정말 미안하다”며 “두 동지가 땅을 밟을 때까지 하청지회가 함께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발언 도중 북받치는 감정에 눈시울을 붉히며 떨리는 목소리로 발언을 이어갔다.

김 지회장은 “97일 동안 고공농성장을 지키고 사태 해결에 힘써주신 말벌 동지, 노동자, 시민 연대, 국회의원 등 정당 인사들에게 감사드린다”며 “2025년 교섭에서는 반드시 원청 한화오션을 교섭 테이블에 앉히겠다”고 밝혔다.

김 지회장은 발언을 마친 후 녹색병원으로 이송됐다. 김 지회장은 병원에서 건강 진단을 한 후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19일 김형수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고공농성 해제 기자회견에서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기자회견장에 모인 이들은 하나 같이 김 지회장은 내려왔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은 “김 지회장이 내려온 오늘은 기쁜 날이지만, 해결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우리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 무능으로 망가진 노동권을 바로 세우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들은 한화오션의 470억 원 규모 손배소 취하와 노동법 2·3조 개정이 하루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허성무 의원은 “한화오션 하청 노사 임단협 체결에 이어 한화오션도 470억 원 손배소 취하를 예고해 다행이다”며 “앞으로도 정치권은 어떤 현장에서도 노동자 절규가 들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혜경 의원도 “조선하청 노동자가 2022년부터 대우조선 독 안에서 스스로 몸을 51일간 가두고, 49일간 단식하고, 97일간 고공농성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이토록 잔인한 투쟁이 새 정부에서도 일어나선 안 되기에, 정치권이 노조법 2·3조 개정으로 원하청 교섭 문제를 풀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강인석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2022년부터 3년간 생지옥 조선소를 바꾸기 위해 목숨 걸고 투쟁해왔고 변화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노조법 2·3조 개정, 세종호텔·한국옵티칼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위해 목숨 걸고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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