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산불 이후 조림 실패해" 주장
무차별 벌목에 숲 회복력 저하 지적
산 연접지 난개발 영향도 계속 언급
마을별 복합적 요인 분석·복구 중요
극한호우에 따른 산청군 대규모 산사태 원인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산불 이후 벌목과 숲 관리 부실, 지역별 지질 차이, 무분별한 산지 개발, 부족했던 사방사업 등이다. 앞으로 마을을 제대로 복원하려면 마을별로 피해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복구 대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는 산청군에서만 이번 기습적 폭우로 300곳 안팎에서 크고 작은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도내 전체는 27일 기준 935곳이다.
먼저 마을을 둘러싼 숲 상태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 산청읍 모고마을 박인수 이장은 "과거 산불이 난 지 18년째로 기억한다. 그때 부리에서 불이 넘어왔는데 발화 지점이 그곳이었다"고 말했다.
산청읍 모고리와 부리 사이에는 와룡산(해발 416.7m)이 있다. 19일 폭우로 산청읍 부리에서는 70대 남녀와 20대 여성 등 3명이 숨졌고, 모고리에서는 70대 남성이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산청읍 내리 지성마을 강용호 이장은 "주로 골짜기 중심으로 산사태가 났는데 부리 쪽과 내수마을, 송경마을 피해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는 23일 드론을 띄워 산청 산사태 현장을 살펴봤다. 최 대표는 "부리 쪽에 산불이 난 이후 벌목하고 조림한 모습을 담은 2010년 사진을 발견했는데 조림한 나무 가운데에도 살아난 나무가 많지 않고 고사한 나무도 많았다"며 "조림 상태, 소나무 사면 영향, 숲 경사도 등이 모두 연결돼 있어 부리와 모고마을을 비교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나무와 활엽수가 절반씩이었는데 불에 안 탄 활엽수도 베어내는 싹쓸이 벌목으로 건강한 숲이 아니었기 때문에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산불 이후 그나마 20년은 돼야 뿌리를 단단히 내리면서 최소한 산사태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 자료도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3월 산불이 났던 시천면에서 이번에 일어난 산사태는 불에 탄 나무가 쓰러져 발생한 것이 아니라 워낙 많은 토석류가 쓸려 내려온 것"이라며 "시천면에서는 소나무만 거의 타죽고 참나무 등 활엽수는 다시 살아났는데, 땅 지지력에 손상이 없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30년 주기로 벌목과 조림으로 업자들이 돈을 챙겨가는 구조이다 보니 탄소 흡수율은 떨어지고 산사태 위험은 커지고 있다"며 "나무가 자랄 시간을 주고 정부가 근원적으로 산림 정책을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산림청은 기본적으로 산불 피해지에서 산사태 위험이 증가한다고 본다. 이미라 산림청 차장은 올 5월 '2025년 산사태방지대책' 발표 당시 "산불 피해지에는 나뭇잎이 강우를 차단해 주는 우산 효과, 그리고 나무뿌리와 토양을 잡아주는 말뚝그물 효과가 감소하다 보니 산사태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면서 "민가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1000여 그루 산불 위험목 제거 등을 우기 전까지 완료하겠다"고 설명했다.
산사태 원인을 두고 산지 훼손 영향도 언급되고 있다. 박완수 도지사는 24일 '경남도·산청군 호우피해 복구상황 점검회의'에서 "산지 훼손 지역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며 "앞으로 계곡·산지 개발행위 제한 등 제도 개선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국회 산불피해지원대책특별위원회에 산 연접지 난개발 방지 대책도 건의했다.
같은 날 박 지사는 '호우피해 재난복구 3차 대책회의'에서 "마을이 제 기능을 회복해야 진정한 복구"라며 "주택이 무너진 지역부터 신속히 복구하고 장비·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또 산사태 발생 지역 인근 토석 채취장 등 위험지역도 전문가와 함께 점검하라고 당부했다.
산림청은 산청군이 시천면과 단성면 산불피해지에 설치한 4개 사방댐이 이번 폭우 때 토사 유출을 줄이는 효과를 보였다고 봤다. 하지만 인명피해가 컸던 산청읍 쪽에는 그간 사방사업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명피해 신고 기준으로 산청 산사태는 산청읍 등 반경 12㎞ 이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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