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께 북태평양 고기압 물러나면 태풍 북상 가능성
산사태 전문가 "산림사업 등 진행된 곳은 미리 대피"

산불, 폭우, 산사태, 그리고 불볕더위까지. 연일 재해로 신음하는 산청군은 앞으로 태풍과 또 다른 폭우도 대비해야 한다. 산청군을 비롯한 수해지역 지반이 약해져 있어 많은 비를 동반한 태풍 북상 때는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태풍은 주로 한여름과 초가을에 자주 발생한다.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7~9월에 집중된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은 평균 △6월 0.4개 △7월 1.1개 △8월 1.3개 △9월 1.0개 △10월 0.2개로 7월부터 9월에 쏠렸다. 최근에도 2021년 8월 2개·9월 1개, 2022년 7월 3개·8월 1개·9월 1개, 2023년 7월 1개, 2024년 8월 2개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태풍은 최근 몇 년 사이 바람뿐만 아니라 많은 비를 동반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태풍이 발생해 강하게 발달한 다음 한반도로 북상하면, 특히 산악지대에는 태풍이 동반하지 않은 비구름 떼가 추가로 발생할 수도 있다. 산청 같은 지역은 다른 곳보다 많은 비가 내리고 강한 바람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산청군 생비량면 제보리 상능마을 29일 홍수 피해 현장 모습. 마을에는 산사태가 나 있고 도로는 지진이 난 것처럼 무너지고 갈라져 있다. /김구연 기자
산청군 생비량면 제보리 상능마을 29일 홍수 피해 현장 모습. 마을에는 산사태가 나 있고 도로는 지진이 난 것처럼 무너지고 갈라져 있다. /김구연 기자

다행히 당장 태풍 소식은 없다. 올해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태풍은 가을철 10~11월에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태풍은 한반도 북태평양 고기압 영향으로 중국 등으로 경로가 분산됐다”며 “북태평양 고기압이 물러날 가을께 태풍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를 유지하면 무더위가 이어진다. 피해 복구가 한창인 산청에도 29일 기준 폭염경보가 발령됐다. 당분간 최고기온이 30도 이상을 유지하는 등 무더위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경남지역 내달 초 예보도 낮 기온이 32~35도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보이고, 최고 체감온도도 33도 이상으로 전망된다.

한반도에 북태평양 고기압 기세가 약해지면 폭우가 내릴 수 있다. 이는 산사태 추가 피해 우려로 연결된다. 특히 태풍이 발생해 북상한다면 얼마나 많은 비가 내릴지가 관건이다. 지반이 폭염으로 다소 안정된다 하더라도, 폭우 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산사태로 암반이 노출된 지대는 흙이 없는 상태지만, 잔여물이 있는 곳은 산사태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지난 폭우 때 버텼던 산지도 토사가 다량 유출된 상태여서 다시 많은 비가 내리면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비·태풍이 올 때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선제 대피를 제언한다. 특히 산림사업 진행 인근 민가는 더더욱 그래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을 개간하면 지질이나 물길이 바뀌어 산사태가 촉진된다는 진단이다.

산사태 전문가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산사태가 발생한 지역은 주로 산 방향으로 벌목이나 임도 개설 등을 했을 개연성이 높다”며 “그 아래에 거주하는 주민은 비가 많이 올 것으로 예상되면 미리 선제로 대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교수는 “산림청 산사태 위험지도, 행정안전부 급경사지 안전지도에 포함되지 않은 위험지역이 더 많다”며 “예측하지 못하는 시스템으로는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태 파악이 중요하지만, 당장 올해는 많은 비가 올 땐 미리 적극적으로 대피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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