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아 씨 
최현아 씨 

저를 뭐라고 소개하면 좋을까요. 문화 기획자란 표현은 충분치 않은 것 같아요. 도시 재생·공간 기획을 하고, 사람 간 소통을 돕는 일도 하거든요. 어찌 됐든 전 지역에 살고, 오고 싶게 만드는 일을 해요. 거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동네 기획사 '공유를 위한 창조'에 소속돼 있고, 현재는 밀양소통협력센터에서 로컬 브랜딩 사업을 도맡고 있어요. 이곳은 중간 지원 조직이예요. 국가 주도 사업을 진행하는 실무자이자 준공무원이라고 볼 수 있어요. 국가가 하는 일을 실행하고 반대로 시민들이 원하는 바를 행정에 전달하죠.

그러다 보면, 한계를 느낄 때가 있어요. 국가에서 지원하는 주민 주도형 사업은 대부분 길어봐야 5년 안쪽에서 끝나요. 대통령이 바뀌면 기조가 바뀌거나 아예 손을 놓아서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허다해요. 결과적으로 시민들은 이런 사업에 효능감을 못 느껴요. 도시재생·문화 기획 사업은 세금 낭비였다고 인식하게 돼요. 저처럼 계약직 실무자들도 곤란하긴 마찬가지예요. 중간 지원 조직은 매해 존립을 증명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써요. 정작 우리가 해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없는 경향이 있죠.

그럼에도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제가 사랑하는 지역에 사는 이웃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돕고 싶기 때문이에요. 내 이웃이 지역에서 사는 게 더 즐거웠으면, 의미를 느꼈으면 해요. 그걸 혼자서는 할 수 없고, 같이 해야 할 수 있어요. 같이 실현할 동료와 도움받을 전문가가 필요하죠. 하지만, 지금 제도 틀 안에선 그 의지가 꺾일 때가 많아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사업은 지역에서 재밌는 일을 하려는 이웃들의 바람과 간절함을 뒷받침해 주지 않거든요.

그래서 애초에 지금보다 더 긴 호흡으로 사업이 설계됐으면 좋겠어요. 혹은 사업이 끝난 뒤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뤄진다거나, 다시 한번 사업을 재검토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봐요. 또, 제가 속한 중간 지원 조직은 임시 조직이거나 위탁 기구로만 여겨지는데, 공공성을 더 유지할 수 있도록 법적인 지위가 명확했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자율성 보장도 중요해요. 단순히 정부 부처에서 지시하는 일을 수행하는 사기업에서 나아가길 바라요. 지역에 밀착해서 시민들 입장을 보다 더 강하게 전달하고 조율하는 핵심 축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줬으면 해요. 

그렇다면, 중간 지원 조직은 지원자, 시민들은 수혜자로 만드는 수직적인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제가 늘 바라는 듯 시민들에게 같이 살고 싶은 동네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동반자가 돼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현아(29·밀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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