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아픈 청소년 늘어나지만
고비용 탓 상담 엄두도 못 내

청소년 상담자로 일하면서 자해 및 극단적 선택 위험군 청소년, 위기·경계 청소년들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청소년을 상담하며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무 외로워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아무도 제 힘듦에 공감해주지 않아요." "화나는 감정을 해소할 방법을 몰라요." "사람들은 저를 문제아로만 봐요. 제 이야기를 들어줄 생각은 안 해요."

지금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정신건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가정, 학교, 사회 어디에서도 그들의 감정과 고통을 제대로 받아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은지 씨
김은지 씨

상담자로서 가장 절실히 느끼는 것은 '행동은 옳고 그름의 판단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감정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실의 청소년들은 자신의 감정을 탐색하고, 이를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심리 상담'입니다. 그러나 1회에 6만~10만 원 넘는 상담 비용은 많은 가정에 큰 부담이 되어, 엄두조차 내기 어렵게 만듭니다.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힘들면 말하라"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그들이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 공간, 시스템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상담 보험 제도'는 그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장치입니다.

정신건강은 '아프면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기 전에 지키는 것'입니다. 청소년의 우울, 불안, 자해 충동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가정 내 갈등, 학교 폭력, 성적 압박, 관계 단절, 사회적 고립 등 복합적인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이 상처들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평생 영향을 미치며,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집니다.

이 문제는 비단 청소년만의 것이 아닙니다. 청년은 생계와 취업, 중장년층은 돌봄과 고용 불안, 노년층은 고립과 우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모든 세대가 정서적으로 무너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 개인의 회복만으로는 버틸 수 없습니다. '상담 보험 제도'는 전 세대가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기본 기반입니다. 이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투자이자 사회적 비용 절감의 해답입니다.

상담은 이제 선택이 아닌, 국민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이제는 실질적인 제도화가 필요합니다. /김은지(26·창원시 마산 회원구)

키워드
#경남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