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극약 처방으로 여지 없앤 상황…만병의 묘약은 대화, 돌아 앉아 말하라
당기 적자 62억 원. 누적 부채 252억 원. 폐업 파동의 빈사상태에 놓인 도립 진주의료원의 가계명세표다. 좀 참담하기는 하다. 103년의 역사를 가진 공립의료기관의 경영상태로는 체면이 안 서게 됐다. 그러나 반대로 영리를 최고 가치로 여기지 않는 병원이라 역사가 깊은 그만큼 서민 의료에 기여한 재정적 손실이 층층이 쌓여온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사정이 여하튼 자립 경영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현실 세태와는 괴리감이 존재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홍준표 지사의 폐업 방침에는 숨은 의도도 있을 것이다. 노조원의 주머니만 불린다는 지론도 그 중의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병원을 문 닫고 다른 기제를 이용해 서민의 의료와 복리 후생을 늘리겠다는 해명은 논리 면에서는 그럴듯하지만, 노조에 대한 적대감이 잉크처럼 배어난다. 이 논리를 2차 방정식에 대입하면 노조를 그대로 두고는 경영정상화나 폐업 철회는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공익의료원이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사정은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안다. 수익보다는 의료시혜에 치중하다 보니 경영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전국을 살피더라도 자치단체가 운영주체인 공공의료시설이 일반 시중병원과 같이 자립경영에 성공하는 예는 없다. 다만 적자 폭이 어느 만큼인가에 따라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진주의료원이 도저히 회복하기 어려운 국면에 빠졌다는 진단은 그래서 상대적일 수밖에 없긴 하나 경남도의 해법은 '침몰'이라는 극약처방 외에 다른 방도는 허용치 않을 태세다. 이런 상태에선 대화와 논의는 제자리에 돌아와 앉을 여유가 생길 수 없다.
최근 4년 동안 두 차례에 걸친 자체 감사가 경영정상화를 촉구했으나 병원 경영진이 실무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 됐음은 숨길 수 없다. 경남도의 폐업방침이 그 연장선 상에서 나왔기 때문에 뾰족한 개선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홍 지사는 강경드라이브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먼저 찬반양론이 시민 간 마찰을 일으켜 지역갈등으로 번졌고 이제는 정치권으로 비화해 파워게임으로 변질하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집단 여론이 여러 갈래로 나누어 분출하는 바람에 뭐가 암까마귀인지 수까마귀인지 분별하는 일도 쉽지가 않다. 이렇게 나가다간 폐업 방침 자체가 진퇴양난에 빠질지도 모른다.
일상의 약방문을 따르자면 문제 해결의 묘약은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개의 중요한 접근관점이 있어야 한다. 우선 도정 파트너인 도의회와의 논의 채널을 가동하는 것에서 시작의 진통을 다스려야 한다. 도가 결정하고 그에 따른 조례 제정이나 개정만을 의회가 맡는다면 의회의 역할은 거수기와 같지 않겠는가. 더구나 공익 의료기관의 존폐를 행정의 일방통행적 사고방식에 의해 결정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의회와의 대화를 통해 선악의 난제를 소화하는 준비를 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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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는 병원 경영진과 노조와의 소통은 이미 포기한 듯하다. 경영진인 의사들은 근로계약을 해제하는 것으로 그만이고 노조는 이미 대화 대상으로 인정치 않고 법에 따라 고용관계를 청산하는 것으로 끝내려는 의사가 다분하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측면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부연하자면 진주의료원 폐업으로 서부 경남지역 소시민들의 진료를 받을 권리가 위축되는 일은 생기지 않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과제다. 폐업으로 대체 방법을 찾아 더 나은 복지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공명을 얻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자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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