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폐업 재검토 요구' 공문 공개로 새국면…도의회 개정안 심의 보류 전망
진주의료원 문제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위해 내놓은 조례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입법예고)이 끝나는 27일을 분수령으로 일주일 남짓이 진주의료원 존폐를 가르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는 오는 30일까지 휴업을 예고해 놓았고 이후 '적절한 시점에' 휴업이라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번 조례 개정안이 상정될 도의회는 내달 9일 개원한다. 의료원 폐업 때 정부 인가를 받게 하는 민주통합당 발 지방의료원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심의도 이 기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27일 보건복지부가 경남도에 보냈다는 공문이 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실 출처로 공개되면서 진주의료원 문제가 상당한 변화를 맞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경남도에 '진주의료원 휴·폐업 추진 관련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공문을 보내 폐업은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신중히 추진'하되 '소통의 과정을 거쳐 발전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26일에도 공문을 통해 진주의료원을 폐업하더라도 의료원에 투입한 국비 처리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승인이 필요하고, 그때는 국비를 환수조치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보건복지부는 2008년 진주의료원 신축 때 200억 원과 장비구입비 33억 원을 투입한 바 있다.
사실상 폐업 재검토를 요구한 것으로, 지난 25일 홍준표 지사와 진영 장관의 면담 때 이 같은 뜻이 전달된 데 이어 전국 이슈로 확산한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에 공문을 통해 보건복지부 입장을 명확히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경남도는 "원론적이고 일상적인 수준의 권고로 참고만 할 뿐"이라는 반응이지만, 대체로 진주의료원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입장을 보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역 정가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청와대가 도내 진주의료원 폐업 동향을 보고받고 있고, 홍 지사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면담 때 배석한 국장급 인사 입을 통해 '홍 지사에게 폐업 재검토를 요청했다'는 보도는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 입장을 우회적으로나마 전달한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이번 진주의료원 사태 향방을 좌우할 4대 주체로 홍준표 지사와 보건복지부, 도의회, 진주의료원 노동조합을 꼽아볼 때, 홍 지사와 경남도의 폐업 입장은 궁지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의 이 같은 입장은 도의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인데, 특히, 앞서 개정안을 심의할 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에게 현 정부의 입장을 알린 것이어서 적어도 '심의 보류'할 명분을 준 셈이다. 여기다 김오영 의장이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개정안을 직권상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고, 김 의장 또한 "직권상정을 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심의가 보류되면 공은 국회로 넘어가고 시간을 벌게 된다.
요컨대 4대 주체 가운데 보건복지부, 도의회, 노조 등 3개 주체가 모두 홍 지사의 반대편에 서게 돼 경남도 폐업 입장이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이제는 진주의료원 노조의 유연성이 관심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 지사에게 일종의 '출구 전략' 혹은 '퇴로'를 열어줄 수 있는 쪽은 폐업 여부를 떠나 고강도 자구책이 요구되는 노조이기 때문이다. 홍 지사가 폐업이라는 칼을 꺼내 든 원인을 해소하고 폐업에 준하는 경영 정상화 방안을 이끌어냈다는 명분을 줄 수 있는 주체는 노조다.
여기에 더해 보건복지부는 이번 공문에서 '필요한 지원은 강화'하되 '의료원의 책임도 강화'할 계획이라 밝혔다. 보건복지부를 매개로 경남도와 노조 합의로 진주의료원 경영진단과 대책 마련, 이후에 국비 지원 등으로 윈윈할 여지가 생겼다.
박석용 진주의료원 노조 지부장은 "103년 된 진주의료원을 우리 세대에 문 닫게 할 수 없다. 수익성만을 잣대로 폐업을 위한 억지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지만 노조에서도 뼈를 깎는 수준의 대책을 고민하고 있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진주의료원 노조는 지난해 말 경영개선책을 내놓으며 2015년까지 전 직원 10%에 해당하는 31명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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