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유담 명승 여부따라 문정댐 건설 희비 엇갈려…명승 지정하면 댐 사업 백지화
'제2의 구럼비 우려'를 받는 문정댐(지리산댐·함양군 휴천면 문정리) 건설문제가 다음 달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문정댐 건설의 반대편에서 수몰 위기를 맞은 용유담의 운명도 결정된다. 다음 달 27일에는 용유담의 명승 지정 여부가 결정되고, 국토해양부가 진행한 문정댐 간이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도 나온다.
용유담이 명승으로 지정되면 문정댐 건설은 사실상 물 건너가고, 명승으로 지정되지 못하면 문정댐 건설에는 여타 걸림돌이 없어진다. 그러나 한때 명승(名勝;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예술적인 면이나 관상적인 면에서 기념물이 될 만한 국가 지정문화재)이 될 뻔한 용유담은 수몰되고, 찬반으로 갈라진 위·아래 마을 주민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질 것이다.
◇그간 추진 배경 = 문정댐(당시 함양댐)은 1984년부터 건설교통부와 수자원공사에 의해 기본·실시계획이 수립되면서 최초 입안됐다. 그러나 2001년 시민사회단체 반발로 댐 건설 장기계획(2001∼2011년)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2002년 태풍 '루사'로 함양군은 지역주민 목소리를 빌려 댐 조기 건설을 거세게 요구했고, 2007년 7월 결국 댐 건설 장기계획(2007∼2011년)에 반영됐다. 2009년에 함양군은 함양댐 조기 추진 주민서명부를 청와대 등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다 2010년에는 뜻밖의 문제가 제기된다. 2010년 이전까지 홍수 예방을 목적으로 추진하던 문정댐을 2010년 1월 국토부가 '경남·부산권 물 문제 해소'용으로 통보하면서 경남도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급기야 2011년 6월 부산 물 공급 목적을 제외하고 '홍수조절댐'으로 추진했지만, 아직도 문정댐 건설을 남강댐 물 부산 공급 전초전으로 보는 눈총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수공은 지난해 10월 남강유역 수자원개발조사 용역을 마무리하고 남강댐 상류 홍수조절댐(문정댐) 건설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못 박는다.
◇6월 27일 최종 판단 = 지난해 12월 문정댐 계획은 또 하나의 반전을 맞았다. 문화재청이 문정댐과 3.2㎞ 떨어진 용유담을 명승으로 지정예고한 것이다. 국토부가 문정댐의 간이예비타당성 조사를 시작한 때였다. 수공과 함양군은 올 1월 문화재청에 용유담이 문정댐 건설 예정지에 있다며 명승 지정 제외 요청을 했고, 문화재청은 재검토에 들어갔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분과위원회(위원장 이인규 서울대 교수)는 지난 3월 20일 현장 재조사를 벌였고, 4월 18일에는 위원회를 열었지만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수공과 국토부에 용유담 보전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와중에 용유담 명승 지정을 둘러싸고 찬성 반대 기자회견과 집회가 갈등 수위를 높여갔다. 용유담을 명승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쪽은 경남환경운동연합과 지리산댐함양군대책위원회, 지리산종교연대 등이고, 지정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쪽은 문정댐추진위원회, 마천면발전협의회, 마천면체육회 등이다. 함양군도 공식적으로 반대 측 움직임을 돕고 있다.
명승 지정 예고일부터 6개월 안(2012년 7월 8일)에는 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다음 위원회 개최일인 6월 27일에는 최종 결정이 난다.
◇댐 건설이냐 수몰이냐 = 이날 위원회가 용유담을 명승으로 지정하면 문정댐 건설은 사실상 물 건너간다. 문정댐은 용유담 하류 3.2㎞에 계획돼 있다. 용유담을 제외하고 건설하려면 상류에 하나, 하류에 하나 댐을 지어야 한다. 비용이 2배로 들어 경제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국토부와 수공 모두 용유담을 빼고 건설하기는 어렵지 않으냐고 보고 있다.
반대로 명승 지정에서 제외하면 국토부의 예타 결과에 맞춰 문정댐 건설은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용역을 맡겨 댐규모 141m, 길이 896m, 총 저수량 1억 7000만 t 규모로 연간 1억 2100만 t 홍수를 조절하는 댐으로 건설 적절성을 물어놓은 상태다. 애초 5월 최종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었지만 다소 늦춰졌다. 규모 적절성을 묻는 조사라 건설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용유담이라는 걸림돌이 없어지면 곧바로 사업에 착수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셈이다. 물론, 문정댐이 건설되면 용유담은 수몰되고, 수몰지역 주민들은 실향의 아픔을 겪어야 한다. 주변 실상사의 국보와 보물 보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변 지자체와 경남도 입장 = 함양군은 관광지 조성, 지역개발 활성화, 안정적 용수공급을 이유로, 사천시는 사천만 침수와 어업피해 예방차원에서 찬성하고 있다. 진주시는 남강댐 물 부산 공급을 전제로 한 보조댐만 아니라면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산청군은 현재 계획된 지점보다 하류로 5.5㎞ 내려와 함양군과 산청군 접경지역에 설치해 달라고 요구하며 현재 계획에는 반대하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 4월 문정댐 건설계획을 두고 두 차례 현안 회의를 열었다. 김두관 지사는 "문정댐에 대해 전반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신중하게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도는 문화재청과 국토부 결정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입장만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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