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 마천면의 용유담은 백무동과 한신계곡, 그리고 그 유명한 칠선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이 만나 형성된 계곡 명승지로 지리산 자연경관 중 백미로 꼽히는 곳이다. 문화재청이 지난해 말 용유담을 명승지로 지정을 예고한 것은 만시지탄의 느낌이 없지 않았으나 길이 보전해야 할 자연유산으로 제 품격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다행이었다. 그런데 올 들어 슬그머니 지정을 보류한바 이유를 알고 보니 그곳이 지리산 댐 예정부지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그게 사실이면 문화재청은 두 개의 상반된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첫째는 댐 건설을 유보시켜서라도 용유담 수몰이나 훼손을 막는, 이른바 '적극적 문화재 보전 정책'을 펴는 것이요, 둘째는 알려진 대로 꼬리를 내리고 정부정책을 따르는 것이다. 결국, 후자가 채택됨으로써 개발만능주의 문화후진성이 다시 한 번 용인되기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한 논란의 핵심이 힘없는 정부외청으로 전가될 수는 없다. 값진 문화유산일지언정 정부정책이 개발로 일원화되면 달리 도리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그동안 수그러든 줄 알았던 지리산댐 건설계획이 제도권 안에서 꾸준히, 그것도 아주 왕성하게 추진되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이다. 정부정책이 전략적 입지를 굳히고 있고 관련부서는 사업비 책정을 위한 간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니 말문을 잃을 지경이다.

지리산 댐 건설논의가 남강댐 계통 홍수조절이라는 명분에서 출발됐지만 낙동강 사업으로 상수원을 잃을 위기에 놓인 부산시가 국토해양부와 함께 남강댐 물로 눈을 돌리면서 본격화됐음은 움직일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그 과정에서 빚어졌던 주민반대와 환경문제는 전혀 공론화의 절차를 거치지 못했지 않았는가.

정부의 일방적인 댐 건설계획은 예측하기 어려운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환경과 문화에 대한 잔인성은 별도로 하더라도 여론이 반영되지 못한 사업이 민심이반을 자초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럴 때 흔히 소통과 대화의 중요성이 강조되거니와 지리산 댐을 비롯한 일련의 수자원 변화는 일대 주민들의 권익과 생존에 직결되어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를 얻는 작업을 먼저 시작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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