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가 개정된 농산물품질관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8일 관보에 게재함에 따라 쇠고기 원산지 의무표시 대상이 전국 64만여 개에 이르는 모든 식당과 급식소로 전면 확대됐다.

하지만, 쇠고기 원산지 의무표시제의 실효성에 대하여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전국의 모든 음식점이 의무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는가를 단속할 현실적인 방안이 있느냐는 것이다.

도내만 보더라도 원산지 단속 전문요원이라 할 수 있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의 112 기동대원은 15명에 불과하고, 단속과정에서 쇠고기 원산지 둔갑문제로 시비가 생겼을 때 이를 과학적으로 자체 검정할 기술과 인력이 없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 투입될 자치단체 공무원들 또한 단속에는 '신출내기'나 다름없어서 수입쇠고기 육안식별이나 거래내용 확인 등 단속기술 부재도 적잖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원산지 의무표시제를 전국의 모든 식당으로 확대하여 시행하겠다고 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여론에 떠밀려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것이 아닌가 싶다. 원산지 단속 제도의 총 책임자인 박덕배 농식품부 2차관은 "그 많은 식당을 모두 단속할 수도 없고, 소비 위축 등의 부작용이 있는 만큼 모두 단속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 제도의 전면 확대가 사실상 '선언적' 성격임을 시사했다.

그리고 관계당국에서도 그동안 시행령·시행규칙 발효와 동시에 모든 음식점을 대상으로 특별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100㎡ 미만 음식점은 10월부터 단속하기로 했고, 100㎡ 미만의 음식점은 위반 신고 포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사실상 소규모 식당은 원산지 단속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쇠고기 원산지 의무표시제는 일시적인 미봉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또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잘못을 숨기려고 꼼수를 부리다가는 더 큰 화를 가져오게 된다.

원산지 의무표시제가 실질적으로 시행되는 방안을 마련하든지, 아니면 재협상을 통한 수입 쇠고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