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홍보비용 건당 수십만∼수백만원 집행…선거운동 악용도

남해군이 20일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2007 친환경 경영대상'시상식에서 청정도시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하고 열린경영연구원이 주관한 이번 대상은 친환경 경영체제를 모범적으로 운영한 기업과 단체를 선정해 시상하는 제도로, 올해로 네 번째를 맞았다.
경남지역 자치단체들이 신청비 혹은 광고비 명목으로 세금을 들여 상을 받고도 단체장의 치적인양 홍보에 열을 올려 빈축을 사고 있다.<16일자 1·3면, 17일자 1면 보도>

대형 펼침막과 전광판 등을 이용한 홍보 비용 역시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단체장 생색내기에 시민 혈세가 새고 있는 것이다.

경남도민일보가 경남지역 21개 자치단체에 행정정보 공개신청을 한 결과, 일부 자치단체들이 수상 사실을 시민들에게 홍보하는 데 건당 수 십 만원부터 많게는 수 백 만원을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일부 자치단체는 관변단체로 하여금 홍보펼침막을 내걸도록 한 곳도 있었다.

양산시는 한국일보와 주간한국이 주관하는 '2007년 대한민국혁신경영대상' 수상 사실을 알리기 위해 모두 242만원을 들여 펼침막 7개를 시내 곳곳에 걸었다. 상과 단체장을 연계시켜 각종 미사여구가 포함된 보도자료는 언론사마다 전달됐다. 이 상은 550만원의 접수비가 따로 있었다.

양산시는 또 한국언론인포럼이 주는 '2006 지방자치대상'을 받고 108만3000원을 들여 펼침막을 내걸었다. 바로 전 해인 2005년에도 이와 똑같은 상을 받았으나 당시에는 펼침막 2개(19만4000원)만 걸었다. 연이어 상을 받은 것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양산시는 이밖에도 2006년 산업정책연구원에서 '지역산업정책대상'을 받고 259만5000원의 예산을 들여 펼침막 8개를 걸고 언론보도 10건을 냈다고 공개했다.

마산시는 2005년 한국신문방송연구원이 주관한 '지방자치대상'을 받고 11만원하는 대형 펼침막을 걸었다. 또 2007년 한국언론인연합회 주관 '지방자치발전대상'을 받고 시가 위탁 운영하고 있는 전광판에 '경축 황철곤 시장 지방자치발전대상'이라는 문구와 함께 황 시장이 상을 받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내보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중지 명령을 받기도 했다. 당시 마산시 관계자는 "시장이 상을 받은 것은 시 전체를 홍보하는 내용이라 생각해 내보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황철곤 마산시장의 수상 소식을 홍보하고 있는 전광판.
고성군은 2007년 행자부의 '전국경영행정혁신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펼침막을 무려 22개나 만들어 군내 곳곳에 걸었다. 일반 펼침막 하나에 4만5000원으로 쳤을 때 99만원을 쓴 것이다. 고성군은 또 2006년 (사)한국소기업소상공인회가 준 '전국소상공인대회'에서 우수기관에 선정되자 펼침막을 거는 데 20만원을 썼고, 같은 해 산업정책연구원이 준 '지역산업정책대상' 우수상을 받으면서 지역일간지에 홍보하는 데 30만원을 썼다고 밝혔다.

하동군도 2005년 한국공공자치연구원에서 '한국지방자치경영대상'을 받고 40만원 어치 펼침막을 걸었다. 이 상 또한 200만원의 신청비가 있었다.

거창군은 한국생산성본부가 준 2005년 '국가생산성 대상'에 펼침막 49만원 어치를, 행자부의 '신활력사업'에 선정되면서 홍보비로 100만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같은 수상 홍보를 해당 자치단체만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 놓고 치적을 홍보하기에 부담을 느낀 지자체들은 각종 관변단체로 하여금 수상 내역을 홍보하는 펼침막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들은 '○○시(군)의 ○○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축 ○○○ 시장님, ○○대상 수상' 등이 적힌 펼침막을 내걸어 마치 주민이 자치단체의 수상 사실을 함께 기뻐하는 뉘앙스를 담는다. 그러나 이들 관변단체는 국민운동지원법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들이 내건 펼침막 비용 또한 시민의 세금이다.

주민들에게는 펼침막보다 더 현혹되기 쉬운 것이 언론보도다. 수상 대상자로 선정되면 공보실에서는 각종 미사여구가 빼곡한 보도자료를 배포하는데, 담당자는 기자 개개인에게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꼭 내주십사"하고 노골적으로 부탁하기도 한다.

주민들의 표로 심판 받는 민선 자치단체장에게 이같은 수상 사실은 '잘 하고 있다'고 홍보할 절호의 기회가 되기 때문에 이를 놓칠리 만무하다. 공보 담당자는 아침마다 스크랩해 단체장의 책상에 올려지는 보도내용에 수상 사실이 실리는 데 안간힘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조유묵 사무처장은 "단체장 개인의 치적쌓기에 세금이 낭비되고 있고, 자치단체장의 경우 일상적 선거운동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며 "사전 철저한 검증과 더불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포상규정을 마련해 상의 남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마창진참여연대, "수상에 쓰인 예산 반환하라"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공동대표 강인순 김영문 정헌식 지명주 하상식)가 도내 자치단체에 그동안 상을 둘러싼 잘못된 뒷거래 내용을 낱낱이 공개하고 잘못 집행된 예산을 반환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전국의 시민단체와 공조해 이를 감시하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는 18일 '자치단체 시상 뒷거래 보도와 관련한 입장'을 내고 경남도민일보가 최근 돈을 받고 상을 받는 실태를 지적한 것과 관련,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지방자치단체는 우선 시민의 혈세로 개인 치적 쌓기, 선거용으로 활용되는 상을 둘러싼 부도덕하고 관행화된 뒷거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수상 뒷거래를 낱낱이 밝히고 예산을 반환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조례를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박완수 창원시장, 수상대회 신청 자제 지시

   
 
▲ 박완수 창원시장
 
경남지역 자치단체가 민간단체가 주관한 각종 수상대회에 신청비 혹은 광고비 명목으로 돈을 주고 상을 받았다는 보도와 관련, 박완수 창원시장이 "과다한 신청비를 내면서까지 수상대회에 참가할 필요는 없다"며 수상대회 신청을 자제할 것을 지시했다.

박 시장은 지난 16일 간부회의에서 경남도민일보가 보도한 '지자체, 돈 주고 상받기 만연'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언급하며 "아무리 좋은 상이라도 그 취지가 왜곡된다면 가치가 없는 것"이라면서 "주관 기관에서 그렇게 많은 신청비를 받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장심사에 따른 위원 수당 등 관련 경비를 신청 지자체에서 부담하는 차원에서 신청비나 심사비를 받겠지만, 그 정도가 과다하면 우리가 신청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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