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트레이닝복을 갖춰 입은 여성이 힘차게 걷는다. 직각으로 만든 팔을 앞뒤로 저으며 긴 보폭으로 걸음을 내딛는다. 그 앞으로는 털이 길고 작은 강아지가 지그재그로 뛰어다닌다. 길가 표지판에는 동물을 통제할 수 있는 목줄을 채워 다니라는 안내가 있다. 여성은 왼손에 목줄을 쥐고 있었지만, 강아지는 통제받지 않았다. 균형잡힌 걸음에 방해가 되는지, 강아지를 배려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창원시 의창구 ‘용지문화공원&r...
짙푸른 차밭이 끝없이 펼쳐지며 장관을 연출한다. 그런데 이곳은 차의 고장으로 유명한 하동도 보성도 아니다. 뙤약볕 아래 찻잎이 짙은 푸름을 자랑하는 곳은 바로 사천시 곤명면.평야지 녹차 밭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사천 다자연영농조합은 기계화를 통해 저비용 고품질 생산을 하고 있으며, 조·중·만생종을 심어 효율적으로 수확시기를 조절하고 있다.또, 문화센터 등을 세워 관광과 농업을 연계한 소득원 ...
김윤근(53·새누리당·통영1) 도의원의 지역구는 아마도 경남에서 가장 넓을 듯하다. 통영시에 속한 유인도 40여 곳이 모두 김 의원의 지역구다. 3선 도의원이기도 한 김 의원에게는 매 선거 때마다 이들 섬을 모두 방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평상시에도 수시로 바닷길을 왕래하고 있었다.‘섬 주민 여객선운임 지원조례(가칭)’ 추진 계획김 의원이 섬에 발을 디디면, 대부분이 노년층인...
“1순위 과제는 기업 유치”.이창희(61·새누리당) 진주시장의 2년 전 취임 일성이 어긋나지는 않은 듯하다. 2012년 9월 현재 진주시가 유치한 유망기업이 55개에 달하니 말이다. 문화와 교육, 농업이 기본이 돼 있는 진주시이지만, 산업이 발전하지 않는 한 진주시 미래는 밝지 않다는 게 이 시장의 생각이다. 일에 몰두하면 할수록 스트레스가 풀리고, 좌우명 역시 ‘항상 고민하라&rs...
함양중앙시장 터줏대감“파장때 품귀현상으로 가격 치솟기도” 한일상회 이성호(시장 상인회 회장) 아재함양중앙시장을 취재하면서 제일 먼저 만난 이가 이성호 회장이다. 시장입구에 있는 한일상회가 이 회장의 가게였다.“함양에는 최상품 약초들이 마이 나지예. 시장 둘러보면 약초만 특화해서 파는 약초상회도 있고 시장 주위로 건재상회니, 탕제원이니가 제법 많습니더. 또 장날 되면 할매나 아지매들이 갖고 나오는...
무언가를 재밌게 한다는 것,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 사랑엔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 그들의 말은 어눌하고 쭈뼛쭈뼛했지만, 눈빛은 살아 있었다. ‘연극’을 하고 싶고, 해야 하고, 즐겨야 하는 이유가 분명했다.들끓었던 열정을 잃고 ‘기계적으로’ 일하기도 한 기자에게 그들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긍정의 힘을 선물했다. 그들은 제16회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 단체 우수상을 거...
“옆에 있는 사람 소개 좀 시켜주소.”“뭔 간섭이 그리 많습니까? 때 되면 알아서 합니다.”무슨 대활까? 이게 콘서트 현장에서 관객과 가수가 나눈 대화라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 지난 9월 7일과 8일, 창원시 의창구 명서동 ‘도파니 아트홀’에서는 가수 이경민 음반 발매기념 콘서트가 열렸다.가수 이경민(37) 씨는 1999년부터 창원 가수 활동 십수 년 만에 이번...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WCC)는 제주에서 9월 6일부터 15일까지 개최되었다. 이에 생태환경교육활동가 네트워크에서는 경상남도 람사르환경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주의 생물다양성을 보고 익히며 더불어 WCC총회도 견학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나는 그동안 제주를 온 적이 있긴 하지만 오로지 생태탐방을 목적으로 온 것은 3년 전에 생태강사 선생님들과 온 뒤로 처음이라 김해공항에서부터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들떠있었다.첫 번째 목적지...
64년째 하는 순대 국밥집이다. 어머니 권 씨가 하던 식당을 지금은 딸인 김정애(49) 아지매가 대를 잇고 있다. 정애 아지매가 하기 전에는 그녀의 오빠가 12년 동안 했었다. 올케가 몸이 안 좋아서 식당을 운영하기 어려워지자 정애 씨가 하게 된 사연이 있었다. 정애 씨의 어머니 권 씨는 40년 여를 맡아 했었다.“원래는 구 장터에서 하다가 이리 왔어예. 예전엔 천막 치고 하기도 하고 시장 슬레이트 공사할 때는 시장...
이성민 씨는 극단 새벽에서 상임 연출을 맡고 있다. 극단 새벽은 지금 부산 중구 대청동 부산근대역사관 뒤쪽에 있다. 극장은 없고 사무실만 있다. 4월 30일까지 6년 동안 이어진 광복동 시절에는 사무실과 극장이 모두 있었다.광복동 일대는 80년대만 해도 부산 대표 상권이었다. 그 뒤로 공동화 현상을 보이다가 2000년대 들어 옛 도심 살리기가 진행됐고 2010년을 전후해 확 되살아났다. 상권의 부활이 모두에게 좋지는 않았다. ...
함양에는 ‘상림(천년기념물 154호)’이 있다. 경상도에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한 번 쯤은 가본 곳이다. 혹자는 ‘아직도 상림을 모르는 사람이 천지삐까리’라고 얘기하지만 또 혹자는 거기에 맞서 ‘갱상도에선 함양 상림이라카모는 모리는 사람이 별로 없다마’라고 강하게 대응한다.어쨌든 간에 함양 상림은 현존하는 우리나라 인공림 가운데 가장 오래된 1100년의 역...
‘동아리’라는 단어에는 생명력이 물씬하다. 태어나서 성장하고, 마침내 장성하는 말의 생로병사가 담겼다.1980년대 후반만 해도 동아리는 거의 쓰이지 않는 고유어였다. 그런데 외래어인 ‘써클’이라는 말을 제치고 쓰이기 시작했고, 지금은 사회 전반에 걸쳐 동호회라는 의미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대학과 중·고교는 물론, 기업·기관·단체에 쓰이지 않는 곳...
수십 년 동안 시대의 불의에 맞서 싸우고 지역사회 문제에 늘 함께 해왔던 한 진보학자의 죽음에 동료 교수들과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이승에서의 마지막 인사로 그에게 ‘시민사회장’으로 답했다. 진주지역 내에서 ‘시민사회장’이라 이름 붙여진 최초의 장례였다. ‘고 이창호 교수 시민사회장’이 동료 교수와 시민들의 애도 속에 지난 9월 6일 오전 진주 경상대학병원 장례식장에...
송이버섯매년 9월 중순경 함양시장에서 구경할 수 있는 게 바로 송이버섯이다. 비싸서 함부로 살 요량을 못할 정도지만 이맘 때 오며가며 ‘이리 귀한 것’ 눈요기할 수 있다.함양군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함양 자연산 송이는 일교차가 심하고 풍부한 일조량으로 천혜의 자연조건에서 자라 맛과 향이 우수하여 저장성이 강한 장점으로 최고의 가격으로 일본에 수출되고 있다. 송이버섯 생산지를 흔히들 경북 봉화나 강원도를 생각...
독자님들께 감사말씀 올립니다얼마 전 지역의 한 기관장으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습니다. 경남도민일보가 펴내는 월간 〈피플파워〉 9월호를 통해 고영진 경남도교육감에 대한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는 말이었습니다. 특히 평소 진주외고 고영실 교장과 우연히 알게 돼 교류하고 지내는 사이였는데, 그가 고영진 교육감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이번 〈피플파워〉에서 알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사실 그렇습니다. 저희도...
의료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CT, MRI 등은 의료장비를 지칭하는 이름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료장비들을 개발하는 회사는 여러 곳이고, 각 모델별로 성능이 천차만별이다. 과거에 출시된 구형 의료장비로 검사를 받는 것과 최신 의료장비로 검사를 받는데 비용차이는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은 필수적이다.의료장비 중 환자의 진단을 위해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CT와 MRI는 작동원리가 다른 만큼 응용되는...
평소 주말을 이용해 인근 교외 산을 오른다는 김모씨(47세). 얼마 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산을 오르다, 비로 인해 미끄러운 경사 흙 길에서 미끄러져 무릎에 통증을 느껴 병원을 방문했다. 진단결과 무릎 연골판이 크게 손상되어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이 사례에서 보듯이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가을 산행을 즐기다 무릎 연골판이 손상되어 내원하는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연골판은 복원력을 갖고 있지 않아무릎부위를 구성하는 신체의 일부...
사실 예전부터 그가 궁금했다. 2000~2001년 무렵 혜성처럼 나타나 ‘경남여성장애인연대’를 창립하고, 진보적 장애인·여성 인권운동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 여자. 금기로 여겨온 장애인의 성(性) 문제를 공론의 장에 올리고, 매년 관변장애인단체를 통해 시혜와 동정으로 치러져온 ‘장애인의 날’ 행사를 처음으로 거부했던 사람, 송정문(1972년생) 씨 이야기다.2002년에는 당...
김상노 전 도의원은 1995년 만 30세로 제5대 경남도의회에 최연소로 입성했다. 의정활동 하면서 ‘젊은 사람이 열심히 한다’는 말과 함께 ‘괴짜’라는 이야기도 동시에 들었다. 꽤 시간이 흐른 지금 ‘자명(48) 스님’이라 불리고 있다. 그는 현재 동남아세아 불교연합 사무총장․대한불교조계종 보리수 증진회 지도법사․대한불교조계종 네팔 보광선원 ...
색소폰 연주자 스탄 게츠(Stan Getz)는 명인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재즈의 전설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은 “누구라도 그처럼 연주할 수 있다면 다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례적인 칭찬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콜트레인이 빈 말로 그렇게 말한 것 같지는 않다.스탄 게츠를 듣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유려함’을 말한다. 그가 남긴 걸작 앨범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