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지방의원 요즘 뭐합니까

김윤근(53·새누리당·통영1) 도의원의 지역구는 아마도 경남에서 가장 넓을 듯하다. 통영시에 속한 유인도 40여 곳이 모두 김 의원의 지역구다. 3선 도의원이기도 한 김 의원에게는 매 선거 때마다 이들 섬을 모두 방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평상시에도 수시로 바닷길을 왕래하고 있었다.

‘섬 주민 여객선운임 지원조례(가칭)’ 추진 계획

김 의원이 섬에 발을 디디면, 대부분이 노년층인 섬 주민들은 “윤근이 왔나, 윤근이 왔나”라며 김 의원을 반긴다고 한다.

“혹자들은 제 스타일을 두고 뻣뻣하고 차갑다고 합니다. 소위 여론 주도층이라 하시는 분들한테 일부로 잘 보이려고 고개를 숙이지 않으니까 그런 말들이 있는 것 같은데, 뻣뻣하다기보다는 당당한 것 아닙니까? 제가 뻣뻣하다면 섬 주민들이 저를 그렇게 반겨주겠습니까. ‘우리 촌 사람들이 기댈 언덕은 김 의원뿐이다’라고 하시는 말씀들이 저에게는 가장 큰 부담입니다.”

김윤근 경남도의원./경상남도의회 제공

주민 편의를 보살피는 게 행정 본연의 업무라고 한다면, 도서(島嶼) 행정이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일 것이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삶의 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문제일지라도 사소한 일로 치부하는 일이 허다하고,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다는 핑계로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는데 소홀한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국민 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살면서 문화국가가 되어야 한다고는 하지만 섬사람들에게는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교통, 식수, 의료 등 해결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김 의원은 9월 도의회가 열리면 ‘섬 주민 여객선 운임 지원 조례(가칭)’를 추진할 계획이다. 지금도 약간의 여객 운임이 지원되긴 하지만 그 근거를 명확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섬 주민들의 차량 운임까지 지원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는 의도이기도 했다.

김 의원이 볼 때, 굳이 수백·수십 억 원의 예산을 쏟아 붓지 않더라도 작은 배려와 관심만 있으면 충분히 섬 주민들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욕지도에 연간 관광객이 50만이 넘는데 여객터미널이 없습니다. 주민들의 숙원 사업입니다. 몇 천만 원만 투입하면 그것이 곧 훌륭한 관광 인프라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산도에 가면 32개의 자연마을이 있는데, 그 지명 모두가 임진왜란과 관련된 것입니다. 그것들을 발굴하고 이야기를 만들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되겠죠. 통영은 섬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안 되는 고장이기도 합니다.”

김 의원은 이 외에도 각 섬의 지형과 기온에 맞는 특산물을 개발해 보급하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욕지도 고구마’와 ‘한산도 시금치’처럼 소비자들의 각광을 받게 되면 그 또한 주민 복지에 도움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눈물로 받은 ‘참깨와 찹쌀 한 되’

YS가 이끌던 민주산악회와 통일민주당을 통해 정치에 입문한 김 의원은 민주화 운동에 적극 나섰다. 김 의원은 당적을 갖고 있긴 하지만 자신이 속한 당에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통영 사나이’의 기질이 강했다. 그러면서도 지역구 주민들에게는 한없이 겸손하게 다가서고 있었다.

그리고 작은 일에도 분에 넘치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주민들을 접하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것은 또 부끄러움이자 의정활동의 원동력이 되고 있었다.

“제가 대단히 큰 일을 한 것도 아니에요. 몇 천만 원 예산을 마련해 마을 길을 닦아주는 등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주민들에게는 꼭 필요한 사업을 추진했을 뿐이에요.”

이렇게 김 의원의 도움을 받은 섬 주민들은 직접 잡은 생선으로 회를 뜨고 전을 부치고 해서는 김 의원을 초청해 동네 잔치를 열기도 했다. 직접 재배한 참깨와 찹쌀을 한 되씩 들고서 김 의원의 집을 방문하는 노인들도 있다고 한다. 김 의원은 그때마다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젊은 시절 굴 양식업을 하면서 어민들의 권익을 위하는 데 앞장섰고, 민주화 운동이 한창일 때는 또 열혈남아답게 대열의 선두에 서기도 했다. 그리고 고향에서 정치인으로 활동하며 자칫 소외 받을 수 있는 섬 주민들에게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김윤근 경남도의원(좌)./경상남도의회 제공

김 의원과 함께 배를 타고 바다에 나서면 통영 앞바다에 점점이 박힌 섬들은 그저 ‘이름 없는 섬’이 아니었다. 주민들의 애환과 눈물, 섬의 역사·문화·생태, 그리고 지금 당장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행정적 도움이 무엇인지를 김 의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김 의원은 후반기 의장 선거에 출마해 낙선함으로써 실의에 빠질 법도 했지만, 오히려 지역구 활동에 더욱 매진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지역민들 소리를 좀 더 듣고 좀 더 발로 뛰면서 숙원 사업을 해결하라는 기회로 삼고 싶습니다.”

김 의원은 후반기 도의회에서 ‘도서 지역 발전연구회’ 등을 결성해 섬 행정 전문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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