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중앙시장 소문난 집] 병곡식당

64년째 하는 순대 국밥집이다. 어머니 권 씨가 하던 식당을 지금은 딸인 김정애(49) 아지매가 대를 잇고 있다. 정애 아지매가 하기 전에는 그녀의 오빠가 12년 동안 했었다. 올케가 몸이 안 좋아서 식당을 운영하기 어려워지자 정애 씨가 하게 된 사연이 있었다. 정애 씨의 어머니 권 씨는 40년 여를 맡아 했었다.

“원래는 구 장터에서 하다가 이리 왔어예. 예전엔 천막 치고 하기도 하고 시장 슬레이트 공사할 때는 시장이 임시로 한들 논으로 옮겨져 거기서 하기도 했어예. 그 시절에는 리어카에 의자를 싣고 와서 국밥장사 했다아임니꺼.”

정애 아지매는 결혼해서 20년 동안 도시에 가서 살다가 다시 함양으로 왔다.

병곡식당 김정애 아지매

“올케가 아파 장사를 못할 지경인데도, 어머니는 이 식당을 딸에게는 안 줄라쿠더라. 나는 아들 넷 낳고 낳은 딸이었는데도 구박하더라. ‘가시나가 뭐 예뻐’라는 게 어머니가 툭툭 던지는 말씀이었습니더. 솔직히 오빠가 하면 결국은 며느리가 맛을 내야 하는데, 며느리보다 딸이 더 엄마 손맛을 이을 수 있다아임니꺼. 그건 누구든 알 수 있는 긴데.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 손맛 알고, 그 맛을 아는 기 며느리가 아니라 딸이지 않습니꺼.”

정애 아지매는 어머니에게 못내 서운했던 마음을 털어놓으면서도 어머니의 가게가 함양중앙시장의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고 그 명성을 이어가는 게 또 못내 자랑스러운 듯 했다.

병곡식당 앞에는 크고 작은 네 개의 가마솥이 걸려있었다.

“하나는 내장을 삶는 솥, 그 다음 것은 육수(사골)를 내는 솥, 다음은 순대를 삶아내는 솥들이라예. 내장 삶는 솥은 육수를 고울 때 사용하기도 하지예. 장날이면 솥 하나로 감당이 안 됩니더.”

병곡식당은 시장 안 식당이 일찍 문을 닫는 것과는 달리 오후 10시까지 장사를 한다. 그래서 정애 아지매는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 식당 일을 한다. 정애 아지매가 쉬는 날은 한 달에 한 번, 매월 마지막 날이다.

병곡식당 순대국

“명절에도 문을 열어예. 1년에 2~3번 오는 단골 손님때문에예. 벌초 때나 묘사, 설이나 추석때. 그리 와도 손님 식성이나 취향을 전부 기억합니더. 다른 건 기억 못혀도, 그건 정확하게 기억합니더.”

병곡식당의 순대와 내장은 대부분 함양도살장에서 받아온다. 그곳에서 피를 받고 내장과 순대 손질은 식당에 가져와서 매일 손질한다.

“이곳 도축장이 시골 치고는 물량이 많아 400~500, 많으면 600~700마리한다데예. 내장이 딸리는 일은 없어예. 근데 흑돼지라서 조금 비쌉니더. 30마리 정도면 이곳에서 사고 50마리 이상이면 고성으로 가지예. 갔다와도 경비가 빠지니까. 우리 집은 5일에 3번 정도 삶는데, 한 번 할 때 100마리니까 300마리 정도 하는 거지예.”

정애 아지매에게 다음에는 누가 식당할 거냐고 물었다. 딸이 한 명 있지만 거창에서 어린이집 교사로 있다고 했다. 딸에게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정애 아지매가 하기 전 하던 오빠 아들에게 물려줄 거라 했다. 정애 아지매는 예비군 훈련받을 때 잠시 들른 조카에게 장가가거든 여기 와라고 했다.

“그 아이가 음식 솜씨가 좋아예. 머시마가 손맛이 있데예. 하면 잘 할 깁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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