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과 의사, 교수는 영국에서 3D 업종입니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세계 모바일 박람회) 참관을 마치고 BBC를 방문하고자 런던에 도착했을 때 들었던 말이다. 현지 거주 수십 년 교포의 한국 상황과 비교한 조크였지만 실제로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영국 인구는 한국 대비 1.3배이지만 의원 수는 650명(한국 300명)이다. 연봉은 한국 의원 연봉 1억 5700만 원보다 적다. 1인당 국내 총생산(GDP)대비 한국 의원 연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최상위권이다. 자살률이나 노인빈곤율 1위의 나
지방소멸과 청년인구 유출은 물론 저출생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는 전가의 보도가 있다. 바로 '좋은 일자리'다. 좋은 일자리만 있다면 고향을 떠날 이유도, 결혼과 출산을 마다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100% 동의한다.좋은 일자리를 정의할 때 흔히 세 가지 조건을 내세운다. 첫째 경제적인 보상이 충분한지, 둘째 사회적인 지위가 높은지, 셋째 실제 일할 때 직무만족도가 높은지 등이다. 세 번째야 개인적인 문제이니 논외로 치고, 첫째와 둘째를 만족하게 하는 일자리를 지역에서 얼마나 확보하는 지가 관건이 되겠다. 그래서 거의 모든 지역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은 '민생 정치'를 외친다. 말이 좋아 민생이지, 과연 그들이 정말 진지하게 민생을 고민하는가?민생(民生)이란 민초의 생활이다. 2024년 현재 민생의 핵심은 무엇인가?첫째, 물가다. "대파 한 단 875원"은 정치 코미디다. 실제 대파의 평균 가격은 그보다 3~5배 비싸다. 한 농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지난해 2월에 비해 올 2월 사과 10㎏ 가격(6만 4000원)은 2.5배, 단감 10㎏ 가격(5만 1000원)은 3배 올랐다. 그동안 당국은 뭘 했나? 나아가, 기후위기(이상 기후) 등은 일시 현상 아닌 구조적
합계출산율 0.72명의 초저출생이 기후위기와 함께 한국사회 가장 큰 문제로 등장하자 여당·야당이 총선 저출생 공약을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배우자 출산휴가 1개월 의무화', '육아휴직 급여 인상', '늘봄학교 확대' 등을, 더불어민주당은 '신혼부부 가구당 1억 원 대출과 자녀수에 따른 탕감', '17세까지 월 20만 원 아동수당 지급', '분양전환 공공임대 주택 제공'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공약에는 근본적인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긴 노동시간과 수도권 집중, 사교육, 과열 경쟁 구조 등 출산과 양육을 어렵게 하는 사회구조 전
'버프(Buff)'는 게임에서 자주 사용되는 말이다. 우리말로는 '강화 효과', '상향 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 캐릭터 능력치를 상향하거나, 소유하고 있는 아이템 효과를 강화하는 것이다. 버프의 어원을 살펴보면, 버펄로 가죽 방화복을 입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대원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금처럼 알루미늄 포일 등을 사용한 특수재질 방화복이 없던 시절, 소방대원에게 '물을 뿌린 물소 가죽'은 최고의 방화복이었다. '물소', 영어로는 '버펄로', 단어의 앞머리를 따서 '버프'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게임에서 버프라는 용어가 사용
1960년 3월 19일 오전 이승만 대통령은 에 실린 선거에 관한 담화에서, 마산 3.15의거를 "지각없는 사람들이 철없는 어린아이들을 선동하여, 돌질을 하고, 경찰을 습격하고, 방화하여 가옥을 파괴한 난동"으로 규정하였다. 이승만 대통령의 당시 나이는 만 84세, 일주일 뒤인 3월 26일이면 만 85세가 되는 해였다. 이때 지각없는 사람들이란 민주당을 가리키고, 철없는 어린아이들이란 시위에 참여한 고등학생을 포함한 청소년들을 의미한다. 경찰을 습격했다는 것은 아마도 잘못된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내무부 차관
1962년 '007 영화'가 처음 나올 때 악당은 소련이었다. 다음에는 중국, 북한까지 빌런으로 등장한다. 냉전 시기가 끝나고 감정이입이 손쉬운 악당이 없어지면서 007 영화는 밋밋해지고 화려한 시각적 효과에 주로 의존하게 되었다. 뚜렷한 악당이 있으면 설명이 손쉽고, 설명이 간단하면 대중 동원이 수월하다.한국 사회에서 철 지난 악당 만들기, 이른바 '카르텔' 이야기가 등장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카르텔'만 해도 사교육 이권 카르텔, 통신시장 이권 카르텔, 과학기술 카르텔 등이 있다. 올 신년사에는 '패
2011년 한 해 내내 창원시를 포함한 전국 주요 도시들은 그야말로 '들썩'였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라는 소셜미디어가 스마트폰을 통해 보급되면서 전에 보지 못한 시민들의 연대와 협동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창원에서는 '페이비'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사용자 모임이 발군이었다. 그들이 움직이면 없던 토크쇼도, 공연도 생겨났다. 그해 8월에는 모임에 속한 문화예술인들이 '페이스티벌 인 창원(FACEtival in Changwon)'이라는 새 축제도 열었다. 다들 자신에게 놀랐다. 이러다가 지역사회가 진짜 바뀌겠다며 들뜨기도 했다.그러나 그
얼마 전 타계한 요한 갈퉁 선생(1930~2024)은 평생 일관된 '평화학' 연구자였다. 톨스토이 작품에 가 있지만, 사실 평화의 반대말은 폭력이다. 갈퉁에 따르면 평화를 해치는 폭력은 크게 직접적, 구조적, 문화적 폭력으로 나뉜다.직접적 폭력이란 물리적, 언어적, 성적 폭력 등이다. 전쟁이나 폭행이 대표적이다. 이 직접적 폭력이 없으면 소극적 평화다. 다음, 구조적 폭력이란 사회적 제도(법, 규칙, 정책, 기관 등)나 관행 등에 의한 폭력이다. 부자 감세와 더불어 복지 예산 감축도, 70년 넘은 분단 체제도, 최저임
"지역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다"라는 비유가 정곡을 찌른다. 저출생 원인은 일자리와 저소득, 주거 비용, 교육비 부담, 양육 부담 등인데, 지역에서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높은 주거 비용이 문제다.국토연구원의 (2024.1.)에 따르면 매매가와 전세가가 오를수록 출산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주택시가총액이 일정하게 유지되던 시기(2005∼2014년)에는 출산율도 유지되었는데, 2010년대 중반 이후 주택시가총액이 급증하고, 출산율은 하락했다. 주택매매가격이 1
, 너무나 유명해서 구구절절 내용을 소개할 필요는 없을 거다. 역사서, 소설, 드라마, 영화, 심지어 애니메이션까지 거의 모든 문화 장르에서 자주 다루는 소재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1인칭 시점으로 화려한 전투액션을 펼치는 '무쌍류' 게임에서부터, 모바일 TCG 게임까지 수많은 게임이 있다. 그중 살펴볼 게임은 중장년층의 '추억의 게임', 다.는 일본 게임회사 코에이(KOEI)가 1985년 을 첫 출시를 한 후, 2020년 까지 출시된 장수 시리즈다. 무려 40
단재 신채호 선생은 1919년 3.1운동을 목격하고, 1923년 1월에 '조선혁명선언'을 작성한다. 여기에서 그는 "민중은 신인이나 성인이나 어떤 영웅호걸이 있어 민중을 각오하도록 지도하는 데서 각오하는 것도 아니요, '민중아, 각오하자', '민중이여, 각오하여라' 그런 열렬한 부르짖음 소리에서 각오하는 것도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사람마다 그 아사(餓死) 이외에 오히려 혁명이란 일로가 남아 있음을 깨달아, 용기 있는 자는 그 의분에 못 이기어, 약자는 그 고통에 못 견디어, 모두 이 길로 모여들어 거국일치의 대혁명이 된다"고 분석
해가 바뀌었습니다. 2024년 갑진년입니다. 매번 그렇지만 새해 벽두에 서면 1년이 잠깐이라는 생각에 놀랍니다. 새해도 어느새 20일이 지나 1월 하순을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구태의연한 정치인(국회의원과 정당)들의 행태는 여전히 국민여론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만을 위한 정쟁으로 국민을 분열시키면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정말 보고 싶지 않습니다만 언론은 마치 부채질하듯 주요 뉴스로 보도합니다. 답답하기가 그지없습니다.이제 그런 정치 기사는 뉴스 첫머리에 보도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경제·사회
1945년 12월 30일 새벽 6시경 서울 종로구 원서동 74번지 주택 뒷담을 사람 그림자 여섯 개가 뛰어넘었다. 그들은 사랑채 주변에 몸을 숨긴 뒤 사위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 그중 네 명이 사랑채 앞뒤로 나뉘어 접근하더니 문고리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방에는 동아일보 사장이자 한민당 당수였던 송진우와 그의 조카가 자고 있었다. 인기척에 놀란 송진우가 일어나자 권총을 든 한현우가 신분을 확인하고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여섯 발이 송진우의 몸을 관통했다.그렇게 테러가 시작됐다. 1946년 2월에는 남로당 당수 박헌영을 납치하려던
많은 과학자들은 우리가 지금처럼 일상을 유지하려면 산업혁명 이전보다 지구기온이 1.5도를 넘어서면 안 된다 한다. 이 '1.5도 한계선'도 곧 넘을 것이란 경고가 거듭 나온다. 이란 책을 보면, 기온이 1도씩 오를 때마다 인간 삶에 큰 재앙이 온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일론 머스크처럼) '우주선 타고 도망'갈 생각보다는 (그레타 툰베리처럼) 온실가스를 줄이는 근본 대책을 세우자는 목소리가 온 세계로 퍼졌다. 이런 맥락에서 모든 기업이 100% 재생에너지(RE)로 전환하자는 게 'RE100'이다. 풍력이나 태
현재 우리 사회 최대문제는 저출생과 인구 감소다. 통계청은 지난 14일 '장래 인구추계' 중간 수준 시나리오에서 출산율은 올해 0.72명에서 내년 0.68명, 2025년 0.65명으로 저점을 찍고, 2030년 0.82명으로 반등한 뒤 2036년에는 1.02명, 2050년 1.08명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통계청은 지난해 5167만 명인 총인구는 2072년 3622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출산율이 현재 0.7명에서 1.0명으로 반등한다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 나온 추정치다. 총인구의 70%를 웃도는 생산연령(15~64세
게임업계에서 또 '남혐' 논란이 불거졌다. 문제가 된 게임은 그 유명한 넥슨의 다. 메이플스토리는 20년이나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이다. 요즘 청년들 중 메이플스토리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게임 장르가 2D 횡스크롤 MMORPG이고, 귀여운SD 캐릭터들이 주로 등장하다 보니, 남녀노소 구분없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게임 이용자 사이에서는 '꼬꼬마 시절 한창 메이플에 빠져 있다가, 사춘기 시절 잠시 방황하며 여러 게임을 전전했는데, 성인이 된 뒤에도 다시 메이플에 빠져 있다'라는 취지의 말이 '밈'처럼
지난 11월 22일 정인권 씨가 세상을 떴다. 우무석 시인은 1979년 10월 18일 오후 2시 50분쯤 경남대 도서관(현재의 교양융합대학 건물) 아래 노인정에 모인 학우들에게 한 5분 정도의 선동 연설을 원초적 장면이라고 표현하였다(2013·). 부마항쟁 마산시위를 촉발한 연설이라는 뜻이다. 당시 상황에 대해 정인권 씨는 "나 혼자서는 안 되는데, 준비된 것도 없는데, 성명서라도 있었으면" 하고 망설이다 노인정에 모인 1학년생들이 보이고, 경찰들이 도서관으로 가는 것이 보이자,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연설을
2023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뒤를 돌아보면서 지난 1월 2일에 쓴 칼럼을 다시 읽어 봤습니다. 국민여론을 이끌어가는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국민 신뢰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습니다. 그런데 그 희망은 앞으로 남은 12월 한 달 동안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애당초 정당과 국회의원들에게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도 국민 불신을 자초하는 그들만의 정치놀음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내년 4월 10일 국회의원선거(총선)를 앞두고 그 놀음은 열기를 더해가고 있습
'경상남도'는 졸속으로 탄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고종이 경상남도를 비롯해 다섯 개의 남도를 신설한 날은 1896년 8월 4일이다. 세자와 함께 경복궁 영추문을 몰래 빠져나와 정동 언덕마루에 있는 러시아 공사관에 몸을 숨긴 지(아관파천) 반년이 다 돼가던 시점이었다. 모르긴 해도 신하들과 숙의 과정을 충분히 거치기보다는 을미사변 여파로 개화파에게 감정적으로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내린 조치일 것이다.1890년대 중반 동학농민전쟁과 청일전쟁 과정에 조정을 장악한 일제는 자신에게 우호적인 개화파를 앞세워 개혁정책을 속속 내놓도록 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