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원소 2강 구도인 '관도대전'비슷
거대 양당 구도 깰 민심 '남동풍'불까

<삼국지>, 너무나 유명해서 구구절절 내용을 소개할 필요는 없을 거다. 역사서, 소설, 드라마, 영화, 심지어 애니메이션까지 거의 모든 문화 장르에서 자주 다루는 소재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1인칭 시점으로 화려한 전투액션을 펼치는 '무쌍류' 게임에서부터, 모바일 TCG 게임까지 수많은 게임이 있다. 그중 살펴볼 게임은 중장년층의 '추억의 게임',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다.

<삼국지 시리즈>는 일본 게임회사 코에이(KOEI)가 1985년 <삼국지1>을 첫 출시를 한 후, 2020년 <삼국지14>까지 출시된 장수 시리즈다. 무려 40년 이어져 온 게임이다. 국내 게임 중에는 <메이플스토리>가 20년 세월을 이어오면서 젊은 세대의 '솔 게임'이 됐다면, <삼국지>는 40~50대 중장년 세대의 게임이다.

<삼국지 시리즈>는 전략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이다. 40년 동안 시리즈가 바뀌면서 게임의 양상은 많이 변화했다. 컴퓨터 기술 발달과 더불어 그래픽 기술이나 시스템 구현도 발전했다. 초기 시리즈와 최근 시리즈를 놓고 보면 정말이지 격세지감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그렇더라도 게임 <삼국지>가 '삼국지'인 이유는 있다. 변하지 않는 <삼국지>만의 고유한 특성이 있다. 바로 캐릭터와 배경 설정 콘셉트다. 그래픽 기술 발전으로 더 정교해지고 화려해졌지만, 콘셉트만큼은 유지하고 있다. 캐릭터 콘셉트를 보면, 중국에서 제작하는 드라마나 영화의 배우들 생김새도 게임 <삼국지> 캐릭터와 얼마나 매칭이 되는지를 따질 정도로, 삼국지 캐릭터의 원형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정치력, 무력, 지력, 매력 등으로 나누어진 캐릭터의 능력치다. 무력 최고치는 '여포', 지력 최고치는 '제갈량', 매력 최고치는 '유비', 그리고 정치력 최고치는 '조조'다. <삼국지 시리즈>의 또 한 가지 특성, 배경의 콘셉트는 60여 개 도시다. 중국 역사의 실제 지도대로 배치하고, 전 도시를 확보하면 승리하는 일종의 '땅따먹기 게임'이다. 도시를 선택할 때는 군주와 시나리오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시나리오는 시대별로 군주가 확보한 도시의 지도가 달라지는데, '황건의 난'부터 '군웅할거', '삼고초려' 등 시대별로 나열되어 있다.

현재 국내 정치상황을 게임 <삼국지>와 비교해보려 한다. 먼저, 시나리오에서는 '관도대전'과 가장 유사해 보인다. '관도대전'은 헌제를 옹립해 중원을 제압한 조조와 공손찬을 쓰러트리고 하북을 제압한 원소의 2강 구도다. 역사적으로도 원소의 세력이 훨씬 더 컸다. 게임에서도 원소 휘하에는 장수도 많고, 차지하고 있는 도시도 많다. 하지만, 조조에게는 황제가 수중에 있고, 출중한 문관의 숫자가 많다. 게임에서 문관이 많으면 지역 개발 효율성이 높아진다. 정당으로 보면 원소 세력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유사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통령을 끼고 있는 조조 세력이라 할 수 있다. '관도대전' 시나리오에서 원소와 조조만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남쪽으로 '유표'도 있고, 그 옆에 '신야'라는 작은 도시에는 '유비'도 있다. '손책', '마등' 등 여러 군주도 있다. 이들의 모습은 마치 '제3세력'을 표방하는 신당들과 비슷하다. 신당은 모두 '천하삼분지계'를 꿈꾸고 있다. 이준석도 이낙연도 모두 '유비'가 되고 싶을 거다. 현재로는 이준석의 '천하용인'이 '유비의 도원결의'처럼 보인다. 총선을 '적벽대전'처럼 승리로 이끌지가 관건이다. 민심의 '남동풍'이 불까? 모를 일이다.

/이병욱 게임시나리오 작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