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능력치 올리거나 상대 낮추는 기술
불공정한 시스템 게임이든 선거든 망해

'버프(Buff)'는 게임에서 자주 사용되는 말이다. 우리말로는 '강화 효과', '상향 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 캐릭터 능력치를 상향하거나, 소유하고 있는 아이템 효과를 강화하는 것이다. 버프의 어원을 살펴보면, 버펄로 가죽 방화복을 입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대원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금처럼 알루미늄 포일 등을 사용한 특수재질 방화복이 없던 시절, 소방대원에게 '물을 뿌린 물소 가죽'은 최고의 방화복이었다. '물소', 영어로는 '버펄로', 단어의 앞머리를 따서 '버프'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게임에서 버프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MMORPG 장르의 게임이다. 캐릭터가 능력치를 상승시키는 보조기술을 발동하고, 적진을 향해 돌진해가는 모습이 '버프'처럼 보였던 것이다. 이후 버프는 능력치 상승효과를 주는 일체의 기술이나 아이템 등을 통칭하는 말이 되었다. 게임에서 강한 적을 상대할 때 갖고 있는 모든 버프 스킬과 아이템을 작동시키면 캐릭터 주변에 화려한 이펙트가 발동되고, 평상시보다 강한 타격감을 주며 몬스터를 쓰러트릴 때, 게임 이용자들은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러려고 수많은 아용자가 수많은 돈을 써가며 아이템 강화를 하는 것이다.

버프의 반대도 있다. '디버프(de-buff)'라고 한다. 자신의 능력치가 아니라 상대방 능력치를 낮추는 기술이다. 게임 밸런스적으로 보면 자신이 세지는 것과 상대가 약해지는 건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보면 사뭇 다른 양상이 된다. 버프를 사용해 상대를 물리치면 좀 순하고 착한 승리감을 맛볼 수 있다. 디버프를 사용해 상대를 약하게 하고, 전투에서 승리하면 아주 다채로운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상대가 얼마나 짜증이 날까', '상대를 꼼짝 못하게 해놓고 마구 농락을 하는 이 못된 쾌감'. 지면이라 날것 그대로 감정을 표현할 수 없지만, 게임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짜릿함이 있다. 현실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그 못된 감정을 마음껏 느끼라고 만든 게 게임이다. 게임에서야 얼마든지 상대를 때리고, 죽이고, 부수고, 짓밟을 수 있다. 정해진 룰과 시스템 안에서는 뭘 해도 상관없다. 게임은 참여하는 모두가 이미 룰과 시스템을 이해하고 동의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 그리고 게임에서는 버프와 디버프가 아주 정교한 시스템에 의해서 정해져 있다. 시스템이 허술하면 게임이 성공할 수 없다. 약간의 불공정함이 드러나도 게임 이용자는 게임회사를 불태워버릴 기세로 난리를 피우기 일쑤다.

선거도 일종의 게임이다. 정해진 룰에 따라 당락을 결정하는 게임이다.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 시스템은 물론이고, 각 당의 후보 공천 시스템 또한 매우 공정해야 한다. 후보 공천 시스템에도 버프와 디버프 시스템이 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시스템 공천'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정하지 못한 버프와 디버프 시스템이 발동된 대표적인 지역은 민주당 서울 강북 을 지역구다. 현역 의원 출신 후보에게는 이전에 없던 강력한 디버프를 주고, 상대 후보에게는 버프를 줬다. 그렇게 버프를 받고 승리한 후보가 2명이나 사퇴를 했다. 후보등록 마감일 직전에 사퇴를 하고, 부랴부랴 서둘러 다른 후보를 공천했다. 디버프를 받은 후보를 끝까지 탈락시켰다. 야당의 공천에서 드러난 '버프 & 디버프'는 시스템이 아니다. 관리자 한 명의 조작이다. 공정하지 못한 시스템은 게임을 망하게 한다.

/이병욱 게임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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