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승패 요인 분석]
'내란 심판' 확실한 구도 우위에 선 민주당
국민의힘, 단일화 없이 분열만 거듭
원내 야권끼리 뭉쳐서 외연 확장도
내란 세력과 대립각 세운 민주노동당
12.3 내란에서 시작한 조기 대선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시작부터 ‘압도적인 승리’를 내걸고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었습니다. 내란 세력 청산을 위한 동력을 만들려면 지지세가 강해야만 한다는 의미를 담아 만든 구호였습니다. 한편으로는 더불어민주당 승리를 장담하는 자신감으로도 비치기도 했습니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내란 심판’이라는 확실한 구도 우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승리가 일찍부터 점쳐지던 선거였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서 출발한 선거다. 12.3 불법 계엄을 해제한 순간부터 탄핵 추진, 파면에 이르기까지 더불어민주당은 정국을 주도했다. 애초부터 구도가 확실했다. 역학적으로만 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에 승기를 바쳤다.
국민의힘은 뚜렷한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 윤 전 대통령을 놓지 못하면서 선거 기간 내내 휘청거렸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단일화에 얽매였다. 결국, 단일화조차 실패하며 동력을 잃었다.
◇윤석열 놓지 못한 국민의힘 =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수용했으나 윤 전 대통령이 내세운 계엄 명분인 ‘야당 독재’를 끝내 놓지 못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여당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의회 폭주와 정치적 폭거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점도 반성한다”고 말했다.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이들도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나경원 후보는 4월 11일 출마 선언을 하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참담한 결과’로 표현했다.
이철우 후보는 4월 14일 한 토론회에서 “계엄은 통치 행위”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문수 후보도 계엄과 선을 긋지 못했다. 그는 4월 8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윤 전 대통령 파면을 두고 “비통한 심정을 금할 길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이 제기한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조하는가 하면 윤 전 대통령 행보에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이는 오히려 중도층 표심을 분산시키는 역효과로 나타났다.
◇밖에서는 밀리고 안에서는 분열 = 국민의힘 대선 후보 최종 경선에는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후보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예능 방식으로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호응을 이끌어 보려 했으나 기대만큼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후보들 사이 갈등이 불거지면서 불필요한 마찰음을 냈다.
김 후보는 합산 투표율 56.5%를 얻고서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국민의힘은 경선으로 선출한 김 후보를 앞세우기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단일화에 더 집중했다. 보수 결집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단일화는 불발됐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한 전 총리를 후보로 교체하는 무리수를 시도했다. 하지만, 후보 교체는 당원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김 후보가 대선 레이스를 이어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상당히 벌어진 갈등은 선거 기간 내내 쉽사리 아물지 않았다.
◇보수 단일화 시도 실패 = 국민의힘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단일화를 열세를 뒤엎을 돌파구로 판단했다. 선거 기간 내내 이 후보와 접촉하며 반전을 끌어내고자 했다. 하지만, 결말은 이 후보 완주였다.
이 후보는 ‘대안 보수’ 위치 선점에 집중했다. 청년·중도층 유권자를 겨냥하며 독자 노선을 택했다. 한때 여론조사에서 두자릿수 지지율까지 넘보며 영향력을 확장하는 듯했다. 하지만, TV 토론에서 문제 발언으로 모멘텀을 잃으며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결과를 받아들이게 됐다.
이 후보는 투표 직전 국민의힘과 더 확실하게 선을 그으며 경쟁력을 회복하고자 했으나 결과는 양쪽 모두 얻은 게 없는 선거가 됐다.
◇외연 확장에 나선 민주당 = 더불어민주당은 보수진영 분화를 외연 확장 기회로 삼았다. 진보 성향 지지세력 비판을 감수하며 보수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이재명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을 ‘중도 보수’로 규정하고 우클릭 행보에 나섰다. 부자 증세에 반대하고, 기본사회 정책을 축소했다. 성평등 정책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 대신 범야권 진영을 모아서 덩치를 키워갔다.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은 이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만이 내란 세력을 청산할 수 있다면서 더불어민주당에 힘을 실었다. 이들은 ’광장 연대‘를 자처하면서 윤 전 대통령 파면을 외친 광장을 선점한 효과도 봤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여론조사 격차가 좁혀지자 몸을 낮췄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섣부른 낙관은 투표율 하락으로, 오만함은 역결집으로 이어질 뿐”이라며 “끝까지 절박하고 겸손하게 호소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때부터 ’압도적인 승리‘라는 구호는 사라졌다.
◇대립각 세운 민주노동당 = 민주노동당도 기본적으로 내란 세력과 확실한 대립각을 세웠다. 권영국 후보는 TV 토론에서 김문수 후보와 악수를 거부하는 모습으로 민주노동당 색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진보 의제 선점에 집중했다. 21대 대선에서 진보진영을 대표하며 완주한 후보는 권 후보뿐이다.
권 후보는 2일 마지막 선거 유세 현장에서 “극우 내란 세력을 청산하고, 증오와 혐오 정치를 퇴출해달라”라며 “저쪽이 싫어 이쪽을 뽑는 정치 구조 속에 공론장은 사라지고 증오와 혐오만 지배한다”고 말했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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