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와 단일화
당 안팎에서 전방위적으로 압박해
김 후보 결국 '대선 일정 중단' 선언
"기습 전국위·전당대회 소집 부당"
당 후보서 끌어내리려는 속셈 의심
국민의힘이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 단일화를 둘러싸고 김문수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 의원들 간 홍역을 치르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당원 대상 단일화 찬반 조사를 예고했다. 급기야 김 후보는 대선 후보로서 일정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당 지도부는 한 예비후보와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이번 주중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를 열기로 했다. 국회의원들은 5~6일 연이틀 총회를 열어 김 후보에게 단일화를 압박하고 있다. 원외 당협위원장과 당 소속 시도지사들도 성명을 내 단일화를 촉구하고 있다. 김 후보는 당 공식 대선 후보로서 당무우선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당 지도부가 후보를 배제한 채 당 운영을 강행하는 등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후보 지원보다 단일화 = 김 후보는 6일 입장문을 내 “당은 후보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도 후보를 배제한 채 일방적인 당 운영을 강행하는 등 사실상 당 공식 대선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5일 오후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면담해 단일화 추진과 후보 지원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당 지도부가 이를 무시한다는 것이다. 선거대책위원회 구성권과 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 임명권을 요구하고, 당무우선권을 토대로 사무총장을 이양수 의원에서 장동혁 의원으로 교체하려 했지만 당 지도부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5일 밤늦게 비상대책위원회를 마치고 이헌승 전국위원회 의장 명의로 ‘제15차 전국위원회 소집 공고’와 ‘제6차 전당대회 소집 공고’를 낸 것도 그렇다.
김 후보는 입장문에서 “당은 원활한 단일화에 필수적인 선거대책본부 구성과 당직자 임명에도 아직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후보가 주도해야 할 단일화 추진 기구도 일방적으로 구성하고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은 5월 8~9일 전국위원회, 10~11일 전당대회 개최 이유를 분명하고 명확하게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김 후보 측은 이를 당헌·당규를 개정하려는 절차로 보고 있다.
이양수 사무총장은 “김문수 후보가 (한덕수 예비후보와 단일화에서) 이기면 전당대회가 필요 없지만 한 예비후보가 이긴다면 그분을 우리 당 후보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면 전당대회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댔다. “전당대회를 소집하지 않으면 단일화를 하고도 우리 당 후보가 안 돼서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다”고 부연했다. 11일이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이고, 전당대회 소집은 개최 5일 전에 해야 하는 만큼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려 소집했다는 설명이다.
11일 전 단일화 완료는 한덕수 예비후보에게 중요하다. 11일 전 단일화돼야 두 사람 중 누가 최종 후보가 되든 ‘기호 2번’을 사용할 수 있고, 국민의힘이 후보 등록 기탁금 등 선거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11일 이후에는 단일화 경선에 승리한다 해도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뛸 수 없다. 무소속 기호로 선거에 임해야 하는 것은 물론 만약 후보가 되지 못하면 그동안 쓴 선거 비용을 보전받을 수도 없어 한 후보로서는 부담이 크다.
한덕수 캠프 이정현 대변인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단일화 시한과 관련해 “11일 이후에도 가능하지만 기왕 단일화한다면 11일 안에는 최대한 결론을 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11일까지 단일화 결론이 나는 것이 국민 기대와 국민의힘 당원들 바람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10시 열릴 예정이었던 단일화 협의 1차 회의는 김 후보 측 참석 거절로 무산됐다.
이양수 사무총장은 “유상범 당 단일화 위원장이 10시에 회의를 열려고 했는데 한덕수 총리 측은 참석하기 위해 대기했지만 김 후보 측에서 거절했다”고 밝혔다.
◇김문수 후보 일정 중단 선언 = 김 후보는 6일 대구·경북 순회 일정을 소화했다. 단일화를 재촉하려 국민의힘 초선 의원 대표 김대식, 재선 의원 대표 엄태영 의원이 유세지인 경주를 찾아 김 후보를 만나기도 했다. 대외적 압박도 거세다.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 41명이 기자회견을 하고 “두 후보의 ‘대승적 결단’으로 신속하고 아름다운 단일화를 절실히 호소드린다”고 했다.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도 입장문을 내 “당장 김문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만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움직였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6일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 중인 김 후보를 만나 단일화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권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전 당원 대상 단일화 찬반 조사를 7일 진행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김 후보는 이 같은 압박에 반발하며 후보 일정 중단을 선언했다. 경주 방문 일정을 소화하던 김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로서 대선 승리 비전을 알리고 단일화에 대한 일관된 의지도 분명하게 보였다”며 “당이 후보에 대한 지원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습적으로 전국위와 전당대회를 소집한 것은 당 지도부가 정당한 대통령 후보를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두 번씩이나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당에서 당 대선 후보까지 끌어내리려고 한다”며 “이럴 거면 경선을 왜 세 차례나 했는지, 후보로서 일정을 지금 시점부터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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