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으로 내란 발발, 탄핵·파면 반성 없어
출당 아닌 뒷북 탈당 중도 표심 흔들기 역부족

12.3 내란 사태를 일으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7일 국민의힘을 탈당했지만 김문수 대선 후보 지지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듯하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누리소통망(SNS)에 “저는 오늘 국민의힘을 떠난다”며 자진 탈당했다. 당이 중도층 유권자에게 윤 전 대통령과 절연 의지를 보이는 ‘출당’ 조치가 아니다. 그것도 파면된 지 44일, 대선을 17일 앞둔 뒷북 탈당이다.

김 후보는 윤석열 정부에서 국무위원을 지냈다. 줄곧 “비상계엄은 잘못된 것이지만 탄핵에는 반대한다”며 윤 전 대통령 편을 들었다. 탈당 여부도 “대통령님 판단에 맡긴다”며 확실하게 선을 긋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이 추종하는 극우 지지층 눈치를 보다가 읍소하듯 요청한 끝에 겨우 ‘자진 탈당’이라는 허락을 받아낸 모습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수괴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3차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수괴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3차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을 눈앞에 둔 ‘정치공학적’ 선택이라 전체적으로 ‘국민에게 사과와 반성을 하는’ 모양새도 갖추지 못했다. 감동도 없고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도 “동지 여러분은 자유대한민국과 국민의힘을 더욱 뜨겁게 끌어안아 주시기 바란다. 각자의 입장을 넘어 더 큰 하나가 되어 주시기 바란다”며 “국민의힘 김문수에게 힘을 모아 달라.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 달라”며 사과와 반성 없이 당의 단합, 대선 승리만 강조했다.

반응은 신통치 않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끝까지 자유민주주의를 말하면서 비상계엄을 일으킨 데 대한 사과는 없어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도 “국민은 국민의힘의 윤석열을 대하는 태도를 보고 그를 계속 옹호하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라며 “탈당하면 고맙지만 강요는 못 한다는 태도를 보인 탓에 대선에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권 반응도 비슷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을 제명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이 김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을 두고 “당 일각에서 ‘나가달라’고 하니 ‘잠깐 나가 있겠다’는 것 아니냐. 그럴 바에야 왜 탈당이라는 형식을 취하느냐”며 “정치적 전술일 뿐”이라고 짚었다.

황정아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짜고 친 위장 탈당극”으로 규정하고 “아무리 숨기고 감춰도 김문수 후보와 내란 수괴 윤석열은 대선까지 공동운명체이고 한 몸”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한국항공서비스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김문수 후보 캠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한국항공서비스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김문수 후보 캠프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도 “탈당 과정이 국민의힘 주도로 이뤄졌다면 더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 정치 행보를 두고는 “화무십일홍”이라면서 중도층 표심에 도움을 주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동 책임이 있는 후보가 윤석열과 함께 물러나는 것이 이준석과 이재명 진검승부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김문수 후보와 국민의힘에 화살을 날렸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 탈당을 계기로 ‘이재명 대세론’을 극복할 반전을 이루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대식·유상범 의원 등은 18일 홍준표 전 대구시장 선거대책위원회 합류를 요청하려 미국 하와이로 출국했다. 중도 표심에 소구력이 있는 한동훈 전 당 대표는 SNS에 “다음 주에는 현장에서 국민과 만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김 후보 측에 △비상계엄을 일으키고 탄핵·파면된 데 사과 △윤 전 대통령 출당·김건희 씨와 절연 △경선 과정에 약속한 즉각 단일화를 하지 않은 데 사과 등을 선거대책위 합류 조건을 내걸었다.

윤 전 대통령과 결별 이후 추가 혁신은 김 후보 결단에 달렸다. 이는 장기적으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단일화 논의가 성사 여부와도 연결돼 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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