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 '개혁 완성' 의지
김문수·이준석, 검찰 견제 역할 공수처 폐지 내걸어
권영국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 해체, 법원 민주화'
고인 물은 썩는다. 권력을 쥔 조직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탈바꿈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부 견제가 필수지만 사법부와 검찰 등 사정기관은 이마저도 예외적 ‘성역’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검찰 개혁’이다. 1992년 문민정부 이후 화두로 떠올랐지만 △특별검사 도입 △검사동일체 폐지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 등 정책 실현에서 여전히 ‘미완성’ 평가를 받는다.
역대 정부 대부분 출범 직후 검찰 개혁에 나름 공을 들였다. 취임 직후 이른바 ‘검사와의 대화’를 물꼬로 개혁을 시도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돌아보니 물을 가른 것 같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전해진다.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이 직접 필요성을 언급하고 노 전 대통령 공수처 설립 공약을 반대했던 당시 여당 한나라당조차 돌아설 정도였지만 검찰 개혁 과제를 달성하지 못했다. 정작 이명박 정부는 주요 사정기관 실태 점검을 주문하고도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 등 잇단 논란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각 정당 후보도 저마다 개혁을 말하지만, 방향성에서 큰 차이를 드러낸다.
◇이재명 ‘검찰 개혁 완성’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하고 기소권 남용 사법 통제를 강화하겠다며 ‘검찰 개혁 완성’에 방점을 찍었다. 사실상 검찰 개혁 핵심인 ‘권력 분산’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것이다. 실제 검찰은 권한이 집중된 최대 권력기관으로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대신 이 후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힘을 실을 구상이다.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 수사 전담 기구지만 검사 대상 수사와 기소가 핵심 기능 중 하나라서 사실상 검찰 견제 기관이다. 10대 공약에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이 후보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대담에서 “공수처를 대폭 강화할 생각”이라며 인력 충원 등 구상을 밝혔었다. 이때 검찰 공소청·수사청 분리를 예시로 들어 수사·기소 분리 밑그림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후보는 온라인 재판 제도 도입과 대법관 정원 확대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보장, 국민참여재판 확대로 국민 사법 참여 확대를 이른바 ‘사법개혁 완수’ 공약으로 제시했다.
사법개혁 핵심인 투명성을 확보할 방안으로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와 같은 국민 사법 서비스 접근성 제고 공약도 언급됐다.
이밖에 감사원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강화하겠다며 감사원 내부 감찰관을 외부 인사로 임명하는 것을 의무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김문수 ‘국민 신뢰 회복’ =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사법개혁 등 공약은 민주당 이 후보 방향성과 대척점에 서 있다. 큰 틀에선 사법 제도 개혁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독립적 감사제도를 확립해 공직사회 부정부패를 일소하겠다는 것이 뼈대지만, 세세하게는 사실상 ‘반이재명’ 공약이 핵심이다.
정치권력을 악용해 수사나 재판을 방해하거나 증인 출석을 방해하면 처벌하는 ‘사법 방해죄’ 신설 공약이 대표적이다. 감사원 소속 감사관을 정부 부처, 17개 시도, 주요 공공기관에 파견해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공약은 ‘이재명 방지 감사관제’로 명명했다.
김 후보는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없애겠다며 공수처 폐지, 경찰로 일원화한 대공 수사권 국가정보원 환원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공수처를 폐지하면 그 수사권은 검·경으로 이관하겠다는 구상이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인물인 만큼, 감사원법을 개정해 선거관리위원회 감사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형법 98조 간첩죄를 ‘적국’ 중심에서 ‘외국이나 외국인 단체’로 확대하고, ‘군사 기밀’ 말고도 국가안보 관련 정보까지 포괄하는 식으로 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김 후보는 특히 문화·학술·기술 교류나 시민 위장 간첩 활동도 ‘간첩행위’로 법에 명시하겠다며 대공 기능 강화에 주안점을 뒀다.
◇이준석 ‘공수처 폐지’ =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사법, 검찰 개혁보다 다른 정책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정책 기준으로, 정부 기구 효율화 명목으로 공수처 폐지를 강조한 것이 사실상 전부다. 이 후보는 공수처가 수사권 혼란을 초래한다며 손질보다는 폐지가 맞다는 태도를 내비쳤다. 공수처 폐지 때 검찰 권한 남용 해법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정도다.
공수처 폐지 공약은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개혁신당이 제시한 10대 정책에도 포함됐다. 개혁신당 차원에선 사법개혁을 10대 정책 중 하나로 강조했는데 △검찰 수사지휘권 복구·특수부 축소 △특수부 숫자와 직무 범위 법으로 통제 등을 공약했다.
경찰 수사 지연과 수사 기피 문제를 해소하려면 검찰 수사지휘권은 복구하되, 주로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권력형 비리 등을 수사하는 이른바 ‘특수부(반부패수사부)’는 검찰 개혁 전까지 축소하고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를 맞아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23일 개혁신당은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뒤에는 검찰과의 공개 토론을 통해 권위가 아닌 소통과 설득의 정치를 실천했다”고 논평했다. 대변인 논평이지만 적어도 이 후보가 검찰 개혁 필요성에는 공감한다고 볼 여지는 있다.
◇권영국 ‘사법 민주화’ =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실제적인 사법개혁에 주안점을 뒀다. 우선 ‘사법행정 회의’ 도입, 대법원장 헌법재판관 지명권 폐지, 대법원장 3년 임기 순번제 도입, 대법원장과 대법관 정년제 도입, 퇴직 땐 변호사 자격 자동 상실 등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해체하겠다고 공약했다.
평판사 참여 법관 인사위원회 설치, 법관 인사권 지방법원 이양, 고등·지방법원장 평판사 선출제 도입은 법원 민주화 공약으로 제시했다.
헌법재판관 다양성을 보장하고 선출 절차를 민주화하겠다는 구상도 내비쳤다. 변호사 자격 없는 법학 교수와 법률 전문가 대법관·헌법재판관 자격 인정, 판사·검사 출신 헌법재판관 50% 이내 제한, 헌법재판관·대법관 특정 성별 60% 이내 제한,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확대, 국회 헌법재판관 추천위원회 설치, 헌법재판관 전원 국회 임명 동의 절차 의무화가 세부 공약이다.
권 후보는 공수처를 강화해 국가 범죄 수사 체계 개편을 완수하겠다고 공약했다. 공수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하고 수사 인력을 증원하되 공수처와 검찰 수사·기소권을 통제할 ‘옴부즈맨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 중심 상시 감시 체제 구축, 법무부 수사기관 내부 감찰 강화로 인권이 존중되는 수사 과정을 정착하겠다는 구상과 함께 미확정 판결을 포함한 판결문 전면 공개도 공약했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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