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지원ㆍ관광에 집중
민주노동당 정책 근본 변화 제시

이재명 "K컬쳐 국제 상표로"
김문주 "인공지능 시대 대응"
이준석 "정부 부처 개편으로 효율성↑"
권영국 "블랙리스트 방지법을"

문화운동단체 문화연대는 지난달 발표한 <제21대 대통령선거 문화정책 제안서>에서 '내란 이후 문화정책 방향'을 △성장과 경쟁의 강박에서 벗어나기 △국가권력 중심에서 시민 주도, 문화 자치 중심으로 하기 △이윤 창출과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시민과 공동체 그리고 문화생태계의 공존과 상생을 먼저 고려하기 △문화 분야 공공기관에서 관료주의 문화행정 구조를 타파하기로 제시했다.

이처럼 문화 예술과 관련해 다음 정부가 할 일은 문화 정책의 큰 그림을 제대로 그리고, 지역과 관련해서는 문화 자생력을 키우고 생활 문화를 확대하는 데 힘을 쏟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 후보 내세운 문화예술 정책을 살펴보면 부족함이 많다.

먼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문화를 경제 성장 수단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지역 문화 정책 역시 대체적으로 '지원'과 '관광'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화 관련 예산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은 긍정적이지만, 구체성이 부족하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딱히 문화 예술 정책이라 할 만한게 보이지 않다. 그나마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문화예술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들고나온 게 두드러진다.

이재명 "문화강국 실현"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K콘텐츠를 지원해 문화강국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만드는 데 문화강국 실현이 포함되는 것이다. 케이-컬쳐를 국제적인 상표로 만들고, 문화 수출 50조 원을 달성하고자 한다. 문화예술인에게 촘촘한 복지 환경을 구축하고 창작권을 보장한다는 공약이 있다. 구체적으로 문화예술인 사회보험 보장을 확대하고 복합 지원 공간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2일 경남도당에서 경남 예술인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이때 경남 예술인들은 문화예술정책 4가지를 제안했다. 먼저 학교예술강사 강의료를 시간당 10만 원, 강의시수 연간 200시간을 보장하라고 했다. 학교예술강사는 예술인들이 각 지역 학교로 가 예술과 교육을 접목해 교과목 이해도를 높이고, 문화적 감수성과 인성·창의력 향상을 돕는다. 문화체육관광부·교육부가 공동으로 강사 인건비를 지원한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자리에 앉으면서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 예산은 362억 원에서 80억 원으로 감액됐다. 강사 인건비를 지방교육재정 282억 원이 투입되게끔 했다고 하지만 지자체들은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에 예산을 투여하지 않았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해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도내 학교 수요 100%를 충족하고자 예산 81억 7000만 원을 확보하려고 했으나 경남도의회는 다른 지원사업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고, 타지자체보다 그 규모가 과하다면서 예산을 25억 원으로 의결했다. 2023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15억 3382만 원, 경상남도교육청이 22억 원으로 지방 교육 재정 매칭이 됐고 총 41억 8553만 원으로 운용하던 사업이었다.

이 후보는 또, 문화예술보조금에서 창작자 인건비를 전체 예산의 50% 이상 책정하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 예산에서 일정 비율을 예술인 일자리에 쓰이도록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전국의 예술인들이 지역과 관계없이 균등하게 복지혜택 누리도록 중앙정부주도의 '예술인 창작복지 통합지원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김문수 "콘텐츠와 AI를 산업으로" =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생활 속에서 문화를 향유하는 여건 조성 △K콘텐츠 생태계 성장·세계화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응한 문화산업 인프라 혁신을 들었다.

생활 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불법 암표를 근절하고, 지역밀착형 문화시설인 생활문화센터, 작은 도서관, 동네 공연장 등 소규모 문화공간 등이다. 또 폐교 등 유휴공간에 문화와 스포츠 복합시설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문화예술교육으로 일상 속 문화 감수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학교예술교육'을 거론했지만, 현재 문제되는 예산 삭감에 대한 대응은 아니다. 학교예술교육 확대를 위한 시스템 재구조화, 지역별 지원 구조 이원화 등을 약속했다. 

또 고립·단절, 고령화, 지역소멸 등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예술교육 모델을 마련해 운영하겠다고 했다. 청년문화예술패스 사용처, 대상 확대와 문화이용권 제도를 내실화한다. 지역개발, 주거·산업단지 조성 시 '문화환경평가' 시행하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문화콘텐츠를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이를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보인다. 그 방식은 1960년대 국가산업단지를 짓고, 제조업 육성하던 방식과 비슷하다. 콘텐츠 기업·연구소 등이 집결해 생산·유통을 이루는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보증·융자 확대, 세액공제 대상 확대, 핵심기술 개발, 수출 지원 등을 공약했다.

또 인공지능(AI) 콘텐츠 규제 자유 특구를 조성해 인공지능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인력을 육성할 계획이다. 저작권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등 인공지능 시대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문화체육관광부 →문화부" = 이준석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개혁신당은 정부개편 핵심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국민의힘 당 대표로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거론하며 정부 부처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1대에도 마찬가지다. 부처 간 중복되는 업무, 칸막이를 제거한 얇은 조직으로 행정 효율을 극대화하는 목적을 두고 있다. 여성가족부·통일부를 폐지하고 교육과학부, 산업에너지부, 건설교통부 등 신설을 큰 골자로 세운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를 문화부로 개편하는 계획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처음은 1948년 11월 4일에 신설된 공보처였다. '문화'를 드러낸 건 1968년 7월 24일 문화공보부를 발족하면서부터다. 이후 1989년 12월 30일 문화부와 공보처가 분리되면서 1990년 1월 3일에 문화부가 신설됐다. 문화체육부가 된 것은 1993년 3월 6일, 문화부와 체육청소년부를 통합한 것이다. 1998년에는 체육이 빠진 문화관광부가 발족하고, 2008년 2월 29일에 문화체육관광부로 새롭게 태어났다.

문화체육관광부를 문화부로 개편하는 것에 설명이나 대안은 없다. 효율적으로 관련 부처를 정리한다는 의미다. 이에 관련 종사자들은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한다. 고계성 경남대학교 관광학부 교수는 "문화, 체육, 관광 분야 모두 정부가 세분화해서 다뤄야 할 시점이고 큰 산업으로 다루고 키워나가야 할 시점"이라면서 "문화부로 개편한다면 이를 다루지 못한 채 긴 시간 잡음·갈등을 야기할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현재 문화부로 개편 외 문화·예술 분야의 공약과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권영국 "문화 정책 전환" =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23일에 '문화예술 공약'을 발표하면서 "경제 발전의 수단이 아니라 시민의 존엄과 공존을 확대하는 문화예술,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권 후보는 첫번째 정책 의제를 '블랙리스트 특별법' 제정과 진상조사위원회 설치를 들었다. 권 후보 또한 '블랙리스트 특별법 제정'을 첫 번째로 들었다.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로 예술인 검열·차별을 차단하고자 한다. 이어 △전체 예산의 5% 수준으로 확대 △문화예술 정책 전면 재구성 △문화예술 공공성 강화, 창작 활동을 지속가능하게 △예술인권리보장법 강화 △불안정한 노동조건,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 △독립(인디) 창작자들에게 자율·안정적인 활동 환경 조성 △여성·성소수자 예술인 차별받지 않는 창작 환경 조성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자율규제 지원지구로 전환 △지역 문화예술 공간 지키고, 지역 공동체를 위한 공간으로 보존 △출판 생태계 활성화 △평등하고 공정한 스포츠 환경 조성 등 11가지 정책공약을 들었다.

이중 경남 문화예술 현장과 연결되는 부분도 있다. 지난해 창원시립예술단에 선임된 감독과 단원들 갈등이 불거져 나오며 예술감독 선임에 더 신중하고 검증된 절차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권 후보는 지자체 및 예술감독 등 인선에 있어서 노동조합과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공공인선제도를 확립해 민주적 운영을 보장하고자 한다. 이와 별도로 고용 불안을 겪는 국·공립 예술단의 공공성을 확대하고 무분별한 프로젝트형 계약 대신, 고용 안정을 확대한다.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을 언급한 것도 눈에 띈다. 권 후보는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 예산을 윤석열 정권 이전 수준으로 즉시 복원하고, 예술강사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위한 제도개선 협의체를 재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주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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