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창원홀서 26일 뮤지컬 <상우 씨의 자전거>
다음 달 3일은 미디어퍼포먼스 <별이 내리는 산, 별산>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2025 노동자 예술제’를 26일과 다음 달 3일 KBS창원홀에서 연다. 이날 창원산단의 산업과 노동의 역사를 예술로 해석하고 표현한 두 작품을 선보인다. 노동자예술제는 ‘2025 문화가 있는 날 창원산단 구석구석 문화배달’ 프로그램 중 하나로 산업단지 노동자와 시민이 직접 참여해 공연을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예술 프로젝트다.

뮤지컬 <상우 씨의 자전거> 홍보물. /아트영포엠
뮤지컬 <상우 씨의 자전거> 홍보물. /아트영포엠

과거, 현재, 미래를 기억하는 자전거가 본 창원은

먼저 26일 오후 7시 뮤지컬 <상우 씨의 자전거>가 상연된다. 원작은 추소영 작가의 그림책 <상우 씨의 자전거>다.

작품은 창원국가산업단지 1호 입주기업인 피케이밸브(당시 범한금속)에서 일했던 노동자 상우 씨의 삶을 그린다. 주인공 상우 씨는 창원 원주민이자 산업단지 노동자다. 개발로 급변하는 마을에서 가족과 이웃, 일터를 지키며 살아온 세대의 얼굴을 상징한다. 작품에는 상우 씨와 아들 범수, 손자 시우까지 3세대에 걸친 삶과 사랑, 도시의 변화가 담겨있다.

마술사가 등장해 자전거에 마법을 걸면서 작품이 시작한다. 마법에 걸린 자전거는 주인의 삶을 모두 기억하고, 관객에게 자신이 지켜본 상우 씨 이야기를 들려준다. 1980년대 반월동에서 창곡동으로 이사 온 상우 씨 가족은 동네 가게인 창곡연쇄점 그리고 이웃들을 만나며 새 공동체에 적응한다. 어느 날 산업단지 개발 소식이 들리면서 마을은 보상 문제, 이주, 집값 상승 등으로 술렁인다. 이사 전날, 주민들은 고기를 구워 먹으며 서로의 앞날을 응원하고 청춘의 꿈을 나눈다.

시간이 흘러 현재의 사파동 가을 축제 한마당으로 무대가 바뀐다. 마술사는 사회자에게 시간을 초월하는 마법 마이크를 선물한다. 마이크 버튼을 누르면 과거, 현재, 미래 사람들과 인터뷰할 수 있다. 이때 미래에 등장한 이는 상우 씨의 손자 시우다. 시우는 인공지능 로봇을 조종하면서 “창원은 세계 평화를 지키는 방산 산업의 메가시티가 됐다”며 선배 세대들, 지금의 노동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다.

축제가 끝나고 무대 위에는 상우 씨 자전거가 남아있다. 자전거는 “나는 상우 씨와 출·퇴근하며 창원에서 일하고 사랑하고 문화를 즐기는 이웃들의 삶을 보았다”라고 말한다.

공연은 산업화 역사, 떠남과 귀환, 공동체의 붕괴와 재구성을 재치와 따뜻한 정서로 풀어내고 창원 노동자의 자존감과 자부심을 일깨워준다. 특히 출연진들이 실제 노동자, 직장인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뮤지컬은 대중가요를 접목해 주크박스 뮤지컬 형식을 갖췄다. 1막에서는 지오디의 ‘촛불 하나’,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 쿨의 ‘아로하’ 등 6곡이 펼쳐진다. 2막에서는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 노라조의 ‘슈퍼맨’ 등 총 6곡을 들어볼 수 있다.

이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 경상남도, 창원시가 주최하고 지역문화진흥원,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아트영포엠이 주관한다.

관람료는 무료지만 좌석을 예약해야 한다. 문의 0507-1310-7738.

공연 <별이 내리는 산, 별산> 홍보물.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공연 <별이 내리는 산, 별산> 홍보물.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우리는 모두 빛나는 별

다음 달 3일 오후 7시 30분에는 공연 <별이 내리는 산, 별산>(허경미 연출)이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창원의 고대·근대·현대 산업사를 ‘빛의 광맥’으로 엮어 뉴미디어 기술과 전통예술, 무용, 시민 참여를 결합한 무대를 선보인다.

땅속 광맥에는 오랜 시간 잊힌 별빛의 기운이 흐르고 있다. 아주 먼 옛날 이곳으로 떨어진 별의 조각은 가야 철기 장인들의 손끝에서 빛나는 금속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러나 산업화의 연기와 도시의 빠른 속도 속에서 광맥의 빛은 다시 땅속에 잠들었다. 이제 잠들어있던 기억을 ‘별이 내리는 산’으로 되살리려 한다.

무대 위에 은빛 산은 반투명 엘이디 큐브를 쌓아 만들었다. 무채색으로 잠들어 있지만 연희자와 무용수, 창원시민들의 손이 닿자 미세한 빛 조각이 깨어나며 산 전체가 빛을 띠기 시작한다. 천장에는 키네틱 별 큐브가 떨어지며 땅속 광맥을 관통하는 빛의 낙하를 만들어낸다. 레이저 제련 빛은 고대의 별빛을 다시 금속으로 빚어낸다. 되살아난 빛의 파편들은 사람들의 손길을 거쳐 하늘로 퍼져나가며 창원의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전설이 된다.

이번 공연을 주관하는 청음예술단의 조민경 대표는 “창원의 근대 산업화 시기에 구룡광산이 있었고, 현재는 창원산단의 기업과 노동자들이 있다. 과거와 현재가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고 여겼다”면서 “또 27일에 4차 발사가 예정된 누리호에 도내 기업이 많이 참여한 것으로 아는데, 미래와 별, 빛이 맞닿는 우연 같았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지역 문제인 인구 소멸과 청년인구 유출를 고민하며 제작했고, 이 작품으로 노동자와 창원 시민에게 자부심, 희망을 전하고자 힘썼다”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 경상남도, 창원시가 주최하고 지역문화진흥원,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청음예술단이 주관했다. 창작연희단체 놀플러스와 창작단체 비움아츠가 협력했다.

공연은 무료다. 예약하려면 이벤터스 링크(event-us.kr/cheonguem/event/116960)에서 다음달 3일 낮 12시까지 하면 된다.

/주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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