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는 볼 수 없는 행태" 목소리
국가 예산 받는 관변 단체 전락 지적도
정체성 지키려는 이들 변화 역할 주문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3.15의거 관련 단체 주요 임원들을 향한 비판이 5.18 민주화운동 단체에서도 이어진다.
양재혁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으로 네 살 위 형을 잃었다. 그의 형은 고등학교 3학년 신분으로 광주 시위에 나섰다가 군인에게 개머리판으로 얼굴과 온몸을 구타당했다. 머리 등을 크게 다쳐 평생 후유증에 시달렸다. 오랜 세월 병원 신세를 진 끝에 2009년 사망했다.
그는 3.15의거 관련 인사들이 단체 정체성에서 벗어난 시각을 드러내는 현실을 전해듣고서는 탄식했다.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5.18을 겪은 세대로서, 계엄을 겪은 당사자로서 이해하기 어려워요. 비상계엄을 전 세계가 생중계로 지켜봤어요. 그 과정에서 대통령의 잘못된 결정이 세상에 다 드러났고, 파면까지 이어졌어요. 그런데 그게 부당하다니 말이 안 됩니다.”
그는 이대로 가다가는 3.15 정신을 제대로 이어나가기 어렵다고 걱정했다. “3.15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해요. 그래야 후세에 부끄럽지 않을 겁니다.”
김종세 부울경 5.18민주유공자회장은 3.15 단체가 이렇게까지 된 배경으로 자기 통찰 부족을 지목한다.
“형식적이고 박제화된 관련 교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자각하고 분별하는 인식으로 나아가는 데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다 자기 통찰 노력까지 부족하면 어긋난 시각으로 흘러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특히 단체 관변화 문제를 거론했다. “국가보훈부 지원금을 비롯한 국가 예산을 받으면서 기념행사에 참여하다 보면 현실적인 발언을 하기 어려워집니다. 국가 체제에 흡수돼서 박수쳐주는 식으로 활동하게 되지요. 그렇게 관변화 되는 겁니다.”
김경영 6월항쟁정신계승경남사업회장도 비슷한 견해를 나타냈다. “3.15단체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국가 지원 보조금과 지원행사에 묶여있어요. 3.15 핵심은 부정선거인데 그런 상황 속에서 본질이 잊히는 것 같아요. 당면한 사업 위주로 운영돼서 그렇습니다. 민주시민 저항 정신이 자연스레 도외시되고 있습니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정체성을 잃은 3.15 단체 상황을 바로잡으려면 우선 토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런 움직임이 있어야 개선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에서는 민주화운동 했던 사람 가운데 내란을 옹호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3.15 단체 정체성을 생각하면 그렇게 가면 안 됩니다. 한 명이라도 토론하자고 나서야 합니다. 3.15 단체 회원들은 정관을 따져 지도부에 항의해야 합니다.”
김경영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밖에서 한다고 해도 그 안에서는 영향도 안 받아요. 토호 세력으로 기득권화돼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돌아보고 자성하는 목소리를 내 발전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모색해야 해요.”
이 같은 목소리에 3.15의거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로서는 변화를 줄 조직적인 움직임까지는 없지만,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3.15 관련 단체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곳인데다, 우리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도 없습니다. 바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시간이 지나면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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