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거부하는 3.15 단체 일부 회장·이사진들
대통령 파면 부당성 주장...각하·기각 바라기도
안팎에선 "3.15정신 배치...직 맡을 자격 없다"
논란 인사 교체 불가 견해도....단체 와해 우려
3.15의거 관련 단체들 일부 임원들이 불법 계엄으로 민주주의 파괴를 시도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두둔하고 헌법재판소 파면 선고에 의문을 제기하는 극우 시각을 드러냈다. 민주주의를 지킨 3.15 정신과 배치되는 이들에게 직책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5의거학생동지회장의 극우 시각 = 이우태(경남대 경제금융학과 명예교수) 3.15의거학생동지회장은 1960년 3.15의거 때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친 사람 중 한 명이다. 당시 마산상고(현 마산용마고) 3학년생이던 그는 친구들과 독재정권에 항거했다.
그랬던 그는 윤 전 대통령 파면이 위헌·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적 논리는 없다. 이 회장은 7일 통화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집권 기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고 굉장히 애를 많이 썼다”라면서 “국가원수로서 계엄령을 충분히 내릴 수도 있는 건데 그걸로 내란이다, 파면이다,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민이 계엄군에게 두들겨 맞아 다친 사람도 없었고,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게 이뤄진 끝에 계엄이 마무리됐다”면서 “문제 될 게 뭐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계엄 선포가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국가적으로나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어기고 군을 동원해 헌법기관을 침탈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았다는 지적에는 “그간 국회가 의회 독재를 한 게 문제”라며 “대통령 아닌 국회 독재 문제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말했다.
◇3.15의거기념사업회 내부에서도… = 파면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3.15의거기념사업회 일부 이사진 사이에서도 이어진다.
10여 년째 기념사업회 직을 맡은 김호근(경남안전문화시민연대 창원시지부장) 이사는 “대통령 취임 후 민주주의가 무너졌다고 보지 않는다”며 “그러므로 개인감정으로는 기각이나 각하를 바랐는데 탄핵 소추가 인용돼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이 대통령을 흔드는 모습에 불만을 느껴 파면이 안 되기를 바랐었다”면서 “하지만 전원 일치로 파면 결정이 나왔으니 그 결정 자체는 인정하고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20년 전부터 직을 이어오는 이이라 이사는 “대통령에게 잘못이 있긴 해도 의회 독재가 심해 각하 또는 기각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며 “파면 결정에는 승복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파면에 분노를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김영일 이사는 “헌재가 부당하고 정치적인 판단을 내렸고, 국민을 갈라치기 해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재판관들을 전문가라고 안 본다”며 “계엄군이 국민을 향해 총구를 겨누기를 했나, 국회가 계엄 해제 못 하게 의결하는 순간 막기라도 했나, 그런 사람도 없었고 폭행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계엄을 무력적으로 한 것도 아니고 자유민주주의가 후퇴하지 않게 하려고 한 건데 이번 결정으로 국민이 울분을 못 참아서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직 맡을 자격 없다” 비판 목소리 = 3.15의거 단체 정체성에서 벗어난 이들의 어긋난 시각에, 내부에서는 이들에게 직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학생동지회는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나섰던 학생 모임인데 그런 단체장이 3.15 정신과 다른 시각을 가졌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면서 “아무리 연세가 들었다고 해도 3.15 세대이면서 극우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파면 부당함을 주장하는 기념사업회 일부 이사진을 두고는 “기념사업회 단체 이름으로 파면 환영한다고 성명까지 냈는데 다른 의견을 가졌다면 스스로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체성이 안 맞으면 떠나야 하는데, 안 나가고 안에서 문제를 일으킨다”며 “이사회를 열면 제대로 논의도 안 된다”고 전했다.
기념사업회에서 활동하는 이사는 66명이다. 임기는 2년, 연임 제한은 없다. 한 번 맡은 사람이 큰 변동 없이 직을 유지한다. 무보수에 연간 회비 15만 원을 내고 활동한다.
기념사업회 또 다른 관계자는 “이사진 반은 파면을 환영하고, 나머지 반 정도는 부당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며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현직 회장 체제에서는 그런 분들을 교체하긴 어렵다. 새 회장이 취임하면 그때 논의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임환 3.15의거기념사업회장은 “시간이 갈수록 단체 성향이 보수적으로 변한 상황이라 안팎에서 다양한 의견이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면서 “다른 의견은 다른대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주 회장은 “이사진 교체를 시도하면 단체가 깨져버리기 때문에 할 수 없다”며 “다양성이 있는 게 더 좋을 때도 많은 만큼 우리가 더 노력해서 방향을 잘 잡고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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