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유족회·부상자회마저도 극우적 견해
헌재 윤석열 파면 결정 두고 "잘못됐다" 주장
3.15 정신 전면 부정 태도에 내부서도 통탄
3.15의거 관련 단체들이 극우로 물들어 가고 있다. 주요 인사들은 한때 민주주의를 외쳤지만 이젠 민주주의 부정 세력 중심에 서 있으며, 3.15 단체 정체성을 회복 불능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3.15 인사들 너도나도 “파면 부당” = 오무선 3.15의거희생자유족회장은 1960년 3.15의거 시위에 나섰다가 고문에 이어 총상까지 당한 고 김태열 씨 배우자다. 고인은 평생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다 20여 년 전 지병으로 사망했다.
오 회장은 민주주의에 헌신하다 평생 병원 신세를 면치 못한 배우자를 비롯해 많은 희생자와 부상자 한을 기리고 있다. 하지만, 12.3 내란 정국 속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이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윤석열 정권 때 민주주의가 퇴행한 적도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오 회장은 19일 통화에서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내란이니 뭐니 하면서 파면할 일이 아니었다”며 “경제가 잘될 수 있도록 대통령을 풀어주는 게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혼란이 일어난 것은 야당이 똘똘 뭉쳐서 이상한 일을 저질렀기 때문”이라면서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힘을 낼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했지만, 다른 판단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 3.15 단체 회장 자격이 없다고 하는 이도 있지만, 이게 다 후세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고도 했다.
김영달 3.15의거희생자유족회 사무국장 생각도 오 회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3.15의거 당일 목숨을 잃은 김영호 열사 동생이다. 김 열사는 남성동파출소에서 시위 도중 무차별 경찰 총격에 두부 관통상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망 당시 나이는 19세였다.
김 사무국장은 “대통령이 자기 이익을 생각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파면 자체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법적으로 제재하기보다는 한 걸음 양보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승기 3.15의거부상자회장은 이번 불법 비상계엄 자체를 옹호했다. 그는 16살 때 3.15의거 당일 시위에 참여했다 왼쪽 허벅지에 총상을 입고 22일 만에 다리를 잃었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민주주의를 훼손한 세력에 의해 심신의 고통을 받았지만 12.3 내란에 동조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변 회장은 “계엄령 선포에 아무 문제가 없고, 오히려 나는 잘했다고 본다”면서 “의회 독재가 잘못인데 파면 결정을 내리다니 헌법재판소는 빨갱이 집단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생각이 3.15 정신과 배치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3.15 정신을 잘 계승하고 있으므로 회장직을 그만둘 생각도 해본 적 없다. 내 의견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단체 자기 부정에 ‘통탄 목소리’= 이런 인식을 가진 이는 3.15 단체 곳곳에 있다.
19일 3.15의거학생동지회 주최 ‘3.15의거 65주년 기념 3.15의거 시위 거리 행보 행사’에서도 그랬다. 3.15의거 발원지~마산시민극장~창동사거리~서성광장~3.15의거기념탑 순으로 길을 걷던 참석자 10명에게 다가가 물었더니, 7명은 민주주의 파괴를 시도한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2명은 견해를 밝히기 어렵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1명만 파면이 잘 된 결정이라고 말했다.
3.15 관련 단체는 △3.15의거기념사업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3.15의거희생자유족회 △3.15의거학생동지회 △3.15의거부상자회, 이렇게 다섯 곳이다. 이들 단체가 공동 성명을 낼 때마다 이름 올리는 3.15의거공로자회라는 곳은 실재하지 않는다. 3.15 관련자들끼리 합의해 공로자 대우 차원에서 정한 대표(이대희 씨)만 따로 있을 뿐이다.
단체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이들은 통탄의 목소리를 낸다. 앞서 3.15의거기념사업회 이사 다수, 이우태 3.15의거학생동지회장도 내란을 옹호하는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김창호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장은 “파면은 누가 뭐래도 당연한 결정인데 반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는 걸 보면 내란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3.15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면서 내란 세력을 옹호하고 파면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자 부끄러운 일”이라며 “민주화 운동을 하다 변절한 분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런 소리를 해서는 안 될 직함에 있는 분들까지 그러니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민주주의와 3.15 정신을 명확하게 밝히는 우리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구성원을 비롯해 주임환 3.15의거기념사업회장도 이를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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