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정신 거스르는 상황 속
변화 꾀할 방안 고민하는 임원들
3.15 단체 바로 세울 묘안 고심
"당장은 어려워도 끝내 바뀔 것"

3.15의거 관련 단체 5곳에는 3.15 정신을 거스르는 시각의 인사만큼이나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다수 남아 있다. 이들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아도 안팎에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단체를 바로 세울 방법도 고심 중이다. 

3.15의거학생동지회 주최로 지난 19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서 과거 3.15의거 시위가 있었던 거리를 걷는 행사가 열렸다. 행진은 3.15의거 발원지~마산시민극장~3.15의거기념탑 순으로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걷는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훼손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의자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최석환 기자 
3.15의거학생동지회 주최로 지난 19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서 과거 3.15의거 시위가 있었던 거리를 걷는 행사가 열렸다. 행진은 3.15의거 발원지~마산시민극장~3.15의거기념탑 순으로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걷는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훼손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의자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최석환 기자 

20년 이상 3.15의거기념사업회에서 이사로 활동 중인 ㄱ 씨는 3.15 정체성을 저버리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여도 단체를 떠날 생각까지 해본 적은 없다. 어떻게든 변질된 상황을 돌려놓고 싶은 마음이 커 직을 지키고 있다.

“만약 내란 정국을 비판하는 성명을 3.15 단체 명의로 내자는 안건이 이사회에 오른다면,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끝나버릴 거예요. 물론 성명 발표는 회장 권한이라 이사회 안건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생각이 다른 이가 많다는 뜻이지요. 정체성을 훼손한 이들 속에서 기회마다 옳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꼭 필요해요.”

그는 오랜 기간 단체에 있으면서 정체성 훼손을 막지 못한 책임도 통감한다고 밝혔다. 결국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심지어 3.15 당사자인 이우태 3.15의거학생동지회장, 오무선 3.15의거희생자유족회장, 변승기 3.15의거부상자회장 등은 공개적으로 3.15 정신에 역행하는 태도마저 나타내고 있다. 대통령 파면 부당성을 주장해 비난 세례를 받은 이들이다.

“3.15의거 참여를 자랑스럽게 여기면서도 이와 모순된 모습을 보이는 3.15 관련 단체 임원이 많습니다. 65년 전 의거만 기념하면 되지 무엇 하러 현실 문제에 우리가 개입하느냐는 분도 계시지만, 그런 식으로 가서는 3.15 정신을 계승하고 기념할 수 없어요. 우리마저 그런 생각으로 임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되면 단체 존재 의미가 없어져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정체성에 맞게 의거 정신을 계승하고 기념해야 합니다.”

ㄱ 씨와 같은 마음으로 단체에 남아 있는 또 다른 이사 ㄴ 씨는 3.15 단체가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결정적 배경에 백한기 전 3.15의거기념사업회장이 있다는 생각이 크다.

그가 단체를 이끌 무렵부터 단체 성격에 어긋난 인식을 드러내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다. 백 전 회장은 2017년 4월 18일 홍준표 당시 대통령 후보 지지 연설 등으로 내부에서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때 바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단체에서 우르르 빠져나갔어요. 그래서 기념사업회에 구멍이 커졌어요. 3.15 단체 일부 인사는 좌편향을 거론하며 우리 같은 사람들과 관계를 단절하려 합니다.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그래도 우리 같은 이들이 단체에 남아 있어야 그래도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뜻있는 사람들은 변질된 조직을 바꿀 묘안에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이사 ㄷ 씨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나름대로 단체를 변화시킬 방안을 구상해서 조용하게 추진하는 중이에요. 어떤 방법인지는 밝히기 어렵습니다. 말했다가는 우리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일이 추진될 수 있어서 조심스러워요. 내부적으로도 정체성을 훼손하는 이들에 답답함과 불만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주임환 3.15의거기념사업회장은 3.15 관련 단체들이 겪는 문제를 당장 바꾸기는 어려워도 서서히 개선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현실적으로 당장 조직을 크게 변화시키기는 어렵습니다. 그룹별로 모여서 ‘우리가 정신 차려야 한다’며 생각을 모으고 있어요. 변화는 큰 흐름에 맡겨야지 솎아내는 방식으로 가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단체 회원끼리 토론해야 해요. 현재 상황이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분명히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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