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업신여긴 대통령은 결국 자리에서 쫓겨났다.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고 나라 근간을 흔든 죄에 국민이 내린 철퇴다. 그러나 여름이 다가오는 길목에서 썩고 병든 가지는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내란 세력과 이에 동조하는 국민의힘 등 각계 인사 탓이다. 자신들만의 정권 하나 지키자고 많은 이가 세상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내란을 내란이라 여기지 않는 사람은 옛 민주 성지 마산에도 차고 넘친다. 투표 날만 되면 특정 정당에 냅다 표를 몰아주는 극성 보수 진영이 바로 그들이다. 놀랍게도 1960년 이승만 자유당 정권 시절 자행된 부정선거에 항거한 3.15의거 세대 상당수도 여기에 포함된다. 민주주의 정신을 잇는 관련 단체 임원들도 그렇다. 3.15 관련 단체 5곳(3.15의거기념사업회·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3.15의거희생자유족회·3.15의거학생동지회·3.15의거부상자회) 가운데 12.3 내란을 문제 삼는 단체장은 주임환 3.15의거기념사업회장, 김창호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장, 둘 뿐이다.

반면 나머지 회장들은 내란 옹호를 넘어 대통령 파면 부당성까지 토로한다. "계엄군에게 두들겨 맞은 시민 한 명 없는데 뭐가 문제냐"(3.15의거 참여자 이우태 3.15의거학생동지회장)라거나,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왜 파면하느냐"(3.15의거 참여 후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다 숨진 고 김태열 씨 배우자 오무선 3.15의거희생자유족회장)고 말하면서다.

변승기 3.15의거부상자회장은 한술 더 뜬다. 16살 때 시위에 나섰다가 왼쪽 허벅지에 총상을 입고서 한쪽 다리를 잃었지만, 그는 과거 아픔을 잊은 건지 65년 만에 또다시 일어난 내란에 문제 의식이 없다. 도리어 야당 독재가 문제라며 책임을 떠넘긴다. 공개적으로 "헌법재판소는 빨갱이 집단"이라는 말도 꺼낸다. 3.15정신이 무엇인지 잘 안다면, 단체장으로서 입 밖에 내지 못할 이야기다.

지난달 19일 창원시 오동동문화광장과 3.15의거탑에서 만난 3.15의거 거리 재현 행사(3.15의거학생동지회 주최) 참석자 다수도 이들처럼 대통령 파면이 부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 어게인"이라는 정치 구호를 외친 사람도 보였다. 행사 취지와 다른 태도로 민주주의를 말했다. 이렇듯 일반 회원이나 임원이나 극우 일색이니 자정이 쉽지 않다. 그들 안에서 민주주의라는 더럽혀진 단어가 구원될 길은 없는 걸까. 이런 시민사회 지적에 관련 단체 회장들은 답해야 한다. 3.15 정신을 부정하는 임원들은 직을 내려놓고, 관련 단체들은 변질한 조직 체계를 개선하라.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