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 시천면 산불로 4명 사망
열악한 보호 장비 여건 비롯해
위험지역 배치·짧은 교육 도마

산청군 시천면 산불로 숨진 진화대원(3명)과 인솔 공무원(1명)에게 사망 전 지급된 소방 장비는 갈퀴, 등짐펌프, 일반 산불진화복과 같은 잔불 정리에 적합한 도구뿐이었다. 사람 키보다 큰불을 잡는 현장에 맞지 않은 장비인 셈이다. 이번 산불이 수습되고 난 후 예산·장비·교육 등 진화대원 운용 시스템 전반을 들여다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진주시 수곡면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는 대원 모습. /진주시
진주시 수곡면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는 대원 모습. /진주시

 

◇미비하기만 한 산불 대응 여건 = 산불관리통합규정을 보면, 지역 산불관리기관장이나 산림항공본부장은 진화대원에게 방화용 안전 장갑과 안전모·안전화·손전등을 지급해야 한다. 방화복·방연마스크·방염 텐트를 비롯해 개인 구급약품도 제공해야 한다. 이 규정은 산불취약지역 화재 예방과 체계적 산불 대응을 목적으로 2006년부터 시행 중이다.

이번에 산청 산불 사상자들이 받은 보호장비는 규정에서 제시한 물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가운데 추가로 전문 소방 장비를 받은 사람은 없다. 액수로 치면 이들에게 지급된 1인당 장비 예산은 4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김성용 국립안동대 산림과학과 교수는 “예산이 지자체에 내려오면 인증된 장비에 쓰여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 같다”라면서 “산소통이 있는 전면 마스크 제공 등도 필요하나, 환경적으로 미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경남지역 한 소방대원은 “진화대원 보호 장비는 열악한 수준”이라며 “최소한 우리처럼 산불진화대원 역시 소방용 보호 장구를 완전하게 장착하고 나가는 게 맞겠지만, 여러모로 환경이 열악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산불관리통합규정상 진화대원은 위험한 지역에 배치될 수 없다. 진화 현장에 나서더라도 진화대장 지시 아래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사고 위험이 적은 지역에 투입되는 것이 원칙이다. 이 때문에 규정에 맞지 않게 바람이 거세게 부는 점을 간과하고 화재 현장 깊숙이 투입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다.

이 소방대원은 “장비 부분도 문제이지만, 전문성 없는 비전문 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누군가 다치는 일이 없도록 안전 대응이 이뤄졌어야 했다”면서 “바람이 강하게 불면 퍼지는 산불을 막기 힘들기에, 인명 피해에 대비한 방침까지 세워놓고 대응했다면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헬기가 지난 25일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 산청양수발전소 맞은편 산에 물을 뿌리고 있다. 이 마을은 시천면소재지 산너머 마을이다. /김구연 기자
헬기가 지난 25일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 산청양수발전소 맞은편 산에 물을 뿌리고 있다. 이 마을은 시천면소재지 산너머 마을이다. /김구연 기자

◇비전문 인력 산불 진화 교육 이틀뿐 = 규정상 대원 교육 훈련은 산림교육원장이나 지역산불관리기관장이 매년 수립한 교육 훈련 계획에 따라 진행된다. 실습 훈련에서는 진화 기술, 산악 이동, 안전 대피, 방화선 구축, 뒷불 감시, 인명구조·응급처치 등이 이뤄진다.

단기간 습득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그러나 이를 교육하는 기간은 길지 않다. 진화대장은 2주 이내, 지상진화대원과 공중진화대원은 1주 이내, 이번에 사고를 당한 산불예비진화대원은 교육 기간이 2일 이내다. 창녕군은 사상자 모두 10시간짜리 필수 교육을 이틀에 걸쳐 받은 게 전부라고 밝혔다.

강호상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교수는 “산불 진화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작업”이라며 “충분한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대로 해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 지형이나 산불 방향 등 전문적으로 판단해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손 조금 더 보태서 갈고리로 긁으면 된다는 안일한 인식으로 대응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교육이 잘 이뤄져야 하며, 전문 대원도 더 많아져야 한다”고 밝혔다.

26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산불 현장에서 진화대원들이 진화작업 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산청군 제공
26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산불 현장에서 진화대원들이 진화작업 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산청군 제공

 

특수진화대와 공중진화대는 헬기 등 소방 장비를 이용해 대응하는 전문 인력, 예방진화대는 지역 민간인들로 구성된 비전문집단이다. 산림청은 지난해 기준 전국 진화대원 9604명 가운데 70%가 나이가 60대 이상이라고 밝혔다. 현장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은 진화대원 3명 모두 60대 이상이었다. 지난해 창녕군이 선발한 기간제로 뽑혔다.

이에 대해 창녕군 관계자는 “산불예비진화대원은 주로 젊은 층보다 고령층 지원이 많다”며 “여느 지역이 그렇듯 젊은 층이 적은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한번 선발되면 6~7개월 정도씩 일하는데 사망자들은 50대에 시작해 여러 차례 대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분들이었다”고 밝혔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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