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두양리 은행나무 이어 추가 피해 우려
옥종면 모한재·청계사 등 ‘초비상’ 위기
산청·하동 산불이 확산하면서 국가유산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가 불에 탄 데 이어 국가유산과 사찰이 잇따라 화마의 기세에 위협받고 있다. 하동군과 산청군은 국가유산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 재난 국가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발령했다.
21일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산불은 지난 25일 오후 강한 돌풍이 불어 하동군 옥종면 전역으로 확산했다.
불길이 모한재(경남도 문화유산자료)와 청계사(사찰) 가까이 다가오자 하동군과 진양 하씨 문중, 국가유산돌봄센터는 모한재 현판과 기물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주민 대피령에 따라 다수 국가유산을 보유한 청계사 스님들도 급하게 절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유산을 보호할 최소한의 조치만 한 채였다.
강한 바람에 진화헬기 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밤새 소방대원과 공무원, 경찰관, 지역 청년들이 힘을 합쳐 방화선을 구축했다.
하승철 하동군수는 "하동의 안동이라고 할 수 있는 유교 중심지 모한재와 많은 국가유산이 있는 청계사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었다"며 "화마가 몰려와서 어쩔 수 없이 퇴각했지만, 최대치의 물을 뿌려둔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26일 오후 현재 옥종면 산불은 아직 주불을 잡지 못해 모한재와 청계사는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청계사 주변 야산에서는 재발화가 이어지고 있다.
모한재는 조선 중기 학자인 겸재 하홍도 선생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이다. 선생이 도학을 연구하고 학문을 강의했던 곳으로 당대의 현인인 미수 허목, 약천 남구만 등이 지내기도 한 곳이다.
청계사는 '권수정혜결사문'을 비롯해 '대방광불화엄경소'와 '몽산화상육도보설', '법화영험전', '정토보서', '현행서방경' 등 유산이 있다.
이들 유산은 불교 교리 문헌 연구와 불교문화를 이해하는 귀중한 자료다.
앞서 수령 900년인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경상남도 기념물)가 지난 23일 불에 탔다. 일부 가지는 남아 있지만, 상당 부분이 꺾이거나 부러져 예전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다.
고려시대 강민첨 장군의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인 옥종면 두방재도 피해를 봤다. 경남도 문화유산자료인 두방재는 부속 건물 2채가 전소했다.
하동군 관계자는 "모한재와 청계사는 비상이라고 할 만큼 위험하다"면서 "산불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에 있는 국가유산을 사전 점검하고, 소중한 유산이 더는 산불에 소실되지 않도록 방어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 성화사도 피해를 보아 대웅전과 선방, 산신각 등 목조건물 3채를 비롯해 부속 구조물이 불에 탔다.
/이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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