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대우조선 파업 비선 개입 문제 토론회
국정을 비선 조직에 의존해 인치주의로 운영
법치 국가 원칙을 파괴한 행위로 탄핵 사유돼
비선 보고 이후 거제 지역사회 갈등 양상 발생
"명 개입, 대통령 보고 외 상상 이상이 될 수도"
민간인 명태균 씨가 2022년 대우조선해양(옛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파업에 개입한 것만으로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사유가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우조선해양 파업 비선개입의 문제 및 국정조사 요구 토론회’가 1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전국금속노동조합·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국회의원, 진보당 정혜경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명 씨 대우조선해양 개입 정황은 지난해 10월 31일 언론보도 알려졌다. <뉴스토마토>는 2022년 7월 중순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을 찾아 사측이 마련한 버스를 타고 현장을 둘러본 후 윤 대통령에게 직접 상황을 보고한 정황을 보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명 씨가 2022년 7월 20일 지인에게 대우조선해양 파업 개입 사실을 밝힌 녹취를 공개했다. 명 씨는 녹취에서 “지난 주 대통령에게 내가 보고했다”,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이 내 요구에 보고서를 만들어 줬다”, “내가 대통령에게 강경진압하라고 보고했다”, “사모님(김건희 여사)하고 다 보고를 했다”고 말했다.
실제 명 씨가 대우조선해양에 다녀간 후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정부는 강경 진압 기조로 돌아서며 공권력 투입까지 암시했다. 이는 7월 22일 노사 타협으로 이어졌다.
김두현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 탄핵 심판 인용문에 근거해 정책 결정 과정에 민간인 비선 개입이 지닌 반헌법적 성격을 짚었다.
김 변호사는 “비선 조직의 국정개입은 정책 결정의 투명성·공정성 제고, 국민의 예측·통제 가능성 확보, 권력행사에 따른 책임의 담보라는 측면에서 취약하다”며 “특히 비선조직의 계속적인 국정 개입은 국민과 국가기관 사이의 민주적 정당성의 연결고리를 단절하고, 정치과정의 투명성과 국민의 참여 가능성을 차단해 대의민주제 원리를 형해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명 씨는 노사관계 전문가도 아니고, 관련 업무를 수행한 경험도 없다. 조선소 업무도 모른다. 하청노조 활동과 쟁의가 불법인지 합법인지, 농성 때문에 정말 작업이 중단된 게 맞는지 판단할 수 없다.
김 변호사는 이를 근거로 “대통령이 그런 신뢰할 수 없는 보고를 근거로 공권력 투입까지 거론하는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은 몹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며 “이는 국정을 비선 조직에 따른 인치주의로 운영하며 법치 국가 원칙을 파괴한 것으로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박현광 <뉴스토마토> 기자는 “명태균 씨가 김건희 여사에게도 보고했다고 말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강원도지사 공천 관련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압력을 넣어 결과를 뒤바꾸는 힘을 보여 준 김 여사가 명 씨 보고를 받고 강경 진압을 주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 결과를 봐야겠지만 이는 ‘최순실 국정농단’ 같은 민간인의 국정 개입 정황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비선 명태균의 보고가 거제 지역사회 전체를 갈등으로 몰아넣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영현 금속노조 경남지부 정책법규국장은 “지역 사회에 ‘불법파업이 길어질수록 회사가 망한다’는 여론이 지역 내 확산하기 시작한 때가 명태균 보고일 이후”라면서 “명태균은 대통령보다 먼저 지역사회를 움직였다고 본다”고 밝혔다.
명 씨 방문 이후 거제지역 관변단체들이 일제히 나서 하청노조에 “시위를 멈추고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법원은 ‘집회 및 시위 금지 가처분’을 받아들여 하청노조에 퇴거 명령을 내렸다. 절정은 대우조선해양 임직원과 거제 관변단체가 벌인 ‘인간띠 잇기’ 였다. 이후 하청노조를 향한 여론이 냉랭해졌다는 게 정 국장 분석이다.
그는 “명태균 씨 개입이 단지 대통령과 정부 기조만 바꿔낸 게 아니다”라며 “명 씨가 거제에 온 날로 여겨지는 7월 13일 이후 지역사회 단체들을 동원한 여론 압박은 명태균이 대통령 부부에게 상황을 보고한 것,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많은 역할을 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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