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 용남면 장평갯벌은 갯벌이 귀한 통영에 드물게 남은 연안습지다. 주변 오염원이 드물고 낙지, 해마 등 풍성한 해양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넓은 갯벌이다. 뒤편으로 이어진 갈대 습지 원평소류지는 천연기념물 수달과 다양한 조류의 서식처이기도 하다.

장평갯벌은 한때 사라질 위기를 맞기도 했다. 통영시가 지역에서 발생하는 굴 패각(껍데기)을 처리하고자 용남면 장평지구 공유수면을 매립하려 했기 때문이다. 통영은 전국 굴 생산량의 70%를 차지할 만큼 양식장 규모가 크고 수도 많다. 양식 부산물인 굴 패각이 통영에서만 연간 30만t에 이르는 등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래서 통영시는 2018년부터 장평갯벌이 포함된 용남지구 공유수면을 매립해 굴 패각 전용 처리시설을 지으려 했다. 하지만 2019년 이 매립계획과 관련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에서 환경부가 동의하지 않으면서 결국 없던 일이 됐다.

통영시 용남면 장평갯벌. /이서후 기자
통영시 용남면 장평갯벌. /이서후 기자
통영시 용남면 장평갯벌. /이서후 기자
통영시 용남면 장평갯벌. /이서후 기자

세계적으로 알려진 잘피 숲
장평갯벌에서 가까운 용남면 선촌마을 앞바다는 잘피로 유명하다. 잘피는 연안의 모래나 펄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여러해살이 바다식물이다. 잘피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탄소를 흡수하며 여러 바다 생물의 서식지 노릇을 하기에 생물다양성의 보고이기도 하다. 선촌마을 잘피 숲은 현재 법정보호종 9종 가운데  거머리말, 포기거머리말, 수거머리말 등 5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들이 이곳에 사는 150여 종 물고기의 산란장과 어린 물고기의 생육장 역할을 한다.

 해양수산부는 잘피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2017년 잘피 서식지 보호를 위해 통영 선촌마을 앞바다의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혔다. 2020년에야 선촌마을 앞바다 약 1.94㎢(194ha)를 해양수산부 제18호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었다. 그 중심에 쓰레기로 몸살을 앓던 선촌마을 앞바다 정화 활동과 잘피 보존 활동을 벌인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과 통영 화삼리 화삼어촌계 어민들 그리고 통영 시민들이 있다. 특히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과 화삼어촌계는  2022년부터 잘피모판법을 이용해 잘피를 육성·배양하는 데 성공하면서 잘피숲 확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친환경 패션 기업 파타고니아가 올해 'MPA(Marine Protected Area·해양보호구역)'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제작한 6편의 다큐멘터리 중 한 편을 통째로 할애해 화삼어촌계와 환경연합의 활동을 담았을 만큼 그 노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잘피 숲 조성 사업은 민관 협력 사업으로 발전해 경상남도, 통영시, 한국수산자원공단 등이 힘을 보태고 있다.

선촌마을 앞바다 잘피 군락. /경남도민일보 DB

통영RCE세자트라센터와 람사르환경재단 초록기자단
선촌마을에서 바다를 왼쪽으로 끼고 가다 보면 마을 끝에 통영RCE 세자트라센터가 있다. RCE는 '유엔지속가능발전교육센터'의 약자로 통영RCE는 세계 8번째로 지정된 센터이자 아시아 거점이다.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 15개국에 RCE 70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세자트라(sejahtera)는 동남아시아 고대어로 '지속가능성'을 뜻하는데, 아시아·태평양 RCE 공동 프로젝트 이름이다.

 통영RCE 센터에서는 다양한 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대표이사 정판용)과 경상남도교육청, 경남신문이 공동 운영하는 제14기 람사르 초록기자단 11명도 지난 2일 통영RCE세자트라센터를 찾아 이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초록기자단은 도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습지 환경 현안을 발굴하고 학생들이 직접 기사를 쓰는 형태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의 환경 보전 인식 증진에 기여하는 활동이다. 람사르환경재단에서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초록기자단을 모집해 활동하고 있다.

 초록기자단은 통영RCE세자트라센터에서 지속가능발전교육(ESD)을 통해 생태 감수성을 키우고, 기후 위기 심각성을 새삼 일깨웠다. 이들은 센터 건물 앞으로 바다까지 쭉 이어진 세자트라숲도 둘러봤다. 이곳은 개울이 흐르는 골짜기를 따라 습지생태원, 정화습지원, 논습지체험장으로 구성됐다. 세자트라숲에서 이순신공원까지 2.9㎞ 거리에 걷는 길이 만들어져 있어 숲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도 있다.

 센터 건물 자체도 친환경 방식으로 지은 패시브 하우스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코리아 유니크 베뉴'로 전 세계에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마이스(MICE·국제회의, 기업, 관광, 전시) 행사 공간이기도 하다. 

 초록기자단은 이날 선촌마을 선촌해양보호구역에서도 잘피와 관련한 설명을 듣고 해양생물을 채집하고 관찰하는 등 다양한 활동으로 생태계 보전 의식을 높였다.

9월 2일 통영시 용남면 선촌마을에서 경상남도람사르재단 초록기자단이 생태 체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람사르환경재단
9월 2일 통영시 용남면 선촌마을에서 경상남도람사르재단 초록기자단이 생태 체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람사르환경재단
9월 2일 통영시 용남면 선촌마을에서 경상남도람사르재단 초록기자단이 생태 체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람사르환경재단
9월 2일 통영시 용남면 선촌마을에서 경상남도람사르재단 초록기자단이 생태 체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람사르환경재단
9월 2일 통영시 용남면 선촌마을에서 경상남도람사르재단 초록기자단이 생태 체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람사르환경재단
9월 2일 통영시 용남면 선촌마을에서 경상남도람사르재단 초록기자단이 생태 체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람사르환경재단
9월 2일 통영시 용남면 선촌마을에서 경상남도람사르재단 초록기자단이 생태 체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람사르환경재단
9월 2일 통영시 용남면 선촌마을에서 경상남도람사르재단 초록기자단이 생태 체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람사르환경재단
통영RCE세자트라센터와 숲. /이서후 기자
통영RCE세자트라센터와 숲. /이서후 기자

유서 깊은 바다 견내량과 해간도
장평갯벌을 낀 장평리는  견내량을 사이에 두고 거제도와 마주 보는 통영 육지의 가장 동쪽 부분이다. 바닷가를 따라 견유, 신촌, 연기 3개 마을이 이어져 있다. 이곳에서 나는 자연산 미역은 조선시대부터 보양식으로 임금님에게 바치던 해산물이었다.

견내량은 통영과 거제 사이를 지나는 좁은 바다로 임진왜란 3대 대첩이자 세계 4대 해전 중 하나인 한산도 대첩(1952년)이 시작된 곳이다. 한산도 대첩은 견내량에 모였던 왜선을 유인해 그 바다 끝부분에 유명한 학익진을 치고 기다렸다 대승을 거둔 전투다. 견내량 시작 지점에 있는 작은 섬이 해간도다. 섬이 많은 통영에서 육지에 가장 가까운 섬이다. 해간도는 인구 100명이 되지 않는 유인도다. 간섬이라고도 불리는데, 간(艮)은 주역에서 동북쪽이란 뜻인데, 통제영 동북쪽에 있는 견내량 입구에 있어 붙은 이름이다. 원래 썰물이 되면 육지와 연결이 됐지만, 2009년 연기마을과 해간도를 연결해 해간교를 개통한다. 267m 정도 되는 작고 예쁜 다리다.

통영과 거제 사이 바다 견내량. /이서후 기자
통영과 거제 사이 바다 견내량. /이서후 기자
통영과 거제 사이 바다 견내량. /이서후 기자
통영과 거제 사이 바다 견내량 가운데 해간도로 이어진 해간교. /이서후 기자
통영과 거제 사이 바다 견내량. /이서후 기자
통영 연기마을에 있는 견내량 안내문. /이서후 기자
통영옻칠미술관. /경남도민일보 DB
통영옻칠미술관. /경남도민일보 DB

통영 전통을 이은 옻칠 회화
화삼리 풍경을 내려다보는 언덕 중간에 통영옻칠미술관이 있다. 2006년에 생긴 경남 1호 사설미술관이자, 국내 유일 옻칠 전문 미술관이다. 이곳을 세운 김성수 관장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옻칠 예술가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통영시 항남동에 경남도립나전칠기기술원양성소가 생기는데, 김 관장은 여기에 1기생으로 들어가 전통 나전칠기 기술을 익혔다. 젊은 시절 여러 번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최고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이 좋았다. 그러다가 나전칠기의 전통 기법에서 현대 회화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옻칠 회화라는 새로운 예술의 길을 개척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영국 대영박물관 이런 곳에서 김 관장의 옻칠 회화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 습지 보전 인식 증진 및 생태관광지 추가 발굴을 위해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과 경남도민일보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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