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호 주변 갈대밭 '생태계 보고'
포유류 등 야생 생물 739종 서식
천연기념물 독수리 체험 유명해

둠벙·거산리지석묘·해식에 등
생생한 역사 문화 자산도 풍부
군, 국가 생태관광지 조성 노력

역사 속에서 자연과 인간은 어떤 식으로든 서로 얽히고설키며 흘러왔습니다. 오늘날 생태관광이란 개념에 지역 문화와 역사가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지역 생태계와 문화를 보전하려는 자치단체와 지역민의 노력도 포함할 수 있겠지요. 결국 생태관광은 관광객이 단순히 구경하고 먹고 마시고 떠나는 일이 아니라 지역민과 함께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려고 애쓰는 일이겠습니다.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과 경남도민일보가 도내 곳곳을 찾아가 그 조화의 가능성을 찾아보려 합니다.

 

지난해 2월 환경부는 고성 마동호 습지를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마동호가 국가에서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있는 습지로 인정받은 순간이다.

◇생태계 보물창고 = 마동호는 사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습지다. 원래는 쏙시개라 불리던 갯벌이었다. 마동호를 가로지르는 간사지교 옆 '국회의원 벽산 김정실 선생 공적비'에 관련 이야기가 나온다. 선생은 전쟁 중 피난 정부의 어려운 재정에도 지역민 숙원 사업이던 고성 간척지 조성사업을 열정으로 이뤄냈다고 적혀 있다. 1952년에 시작한 공사는 1960년에야 끝났다. 간사지교와 거산방조제로 물살이 약해지자, 방조제 안쪽으로 퇴적물이 넓게 쌓이기 시작했다. 마동호라 불리는 거대한 민물 습지는 이렇게 탄생했다. 경남 최대 규모라 할 수 있는 갈대밭(고성천 주변)도 이런 과정에서 생겨났을 테다.

생태계 보물창고인 고성 마동호 갈대밭. /이서후 기자
생태계 보물창고인 고성 마동호 갈대밭. /이서후 기자
생태계 보물창고인 고성 마동호 갈대밭. /이서후 기자
생태계 보물창고인 고성 마동호 갈대밭. /이서후 기자

마동호 주변 갈대밭은 생태계 보물창고 노릇을 하고 있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현재 마동호가 품은 야생 생물은 식물, 조류, 포유류, 양서·파충류, 곤충 등 739종에 이른다. 특히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된 야생 생물이 저어새, 황새, 매, 두루미, 흰꼬리수리, 수달 등 6종이다. 또, 2급으로 지정된 것도 큰기러기, 콘고니, 물수리, 독수리 등 17종이나 된다. 

특히 천연기념물 독수리는 이제 고성군의 상징이 됐다. 매년 11월 중순께 몽골에서 고성까지 3000㎞를 날아와 겨울을 난다. 수백 마리 독수리가 청명한 겨울 하늘을 선회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고성군은 2020년부터 매년 12월 고성읍 기월리 일대에서 독수리 생태 축제를 연다. 독수리를 관찰하고, 먹이를 주는 행사다.

이 행사의 기원은 '독수리식당'이다. 이는 한국을 찾은 독수리 무리가 안락한 겨울을 보내도록 먹이를 주는 장소를 말한다. 식당은 김덕성 한국조류협회 고성군지회장이 1997년 고성 철성고 교사 시절 우연히 죽어가는 독수리에게 먹이를 주면서 시작됐다. 그는 퇴직 후 지금까지 독수리 먹이 주기를 이어오고 있다. 이것이 독수리식당으로 소문이 났고, 지금은 생태 체험으로 발전했다. 김덕성 지회장은 마동호 주변에 독수리보호센터가 들어설 예정인데, 앞으로 체계적으로 독수리 생태를 연구하고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독수리 식당으로 유명한 김덕성 한국조류협회 고성군지회장. /최환석 기자
독수리 식당으로 유명한 김덕성 한국조류협회 고성군지회장. /최환석 기자
독수리 식당으로 유명한 김덕성 한국조류협회 고성군지회장. /최환석 기자
독수리 식당으로 유명한 김덕성 한국조류협회 고성군지회장. /최환석 기자
독수리 식당으로 유명한 김덕성 한국조류협회 고성군지회장. /최환석 기자
독수리 식당으로 유명한 김덕성 한국조류협회 고성군지회장. /최환석 기자

◇풍부한 역사 문화 유적 = 마동호 습지 주변은 생생한 역사 문화 체험장이기도 하다. 간척지인 만큼 주변으로 논 습지가 풍부하다. 논 습지 곳곳에 고성 지역 전통 농업문화자산인 '둠벙'이 있다. 둠벙은 하천이 발달하지 않은 해안가 마을 경작지에 만든 관개시설이다. 저수지나 소류지만큼 큰 게 아니라 고만고만한 물웅덩이다. 현재 마동호 습지 주변을 포함해 산지와 내륙에 450여 곳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여름 풍성한 녹색 들판 사이 아기자기한 크기로 파란 하늘을 품은 둠벙은 어느 지역에서도 보기 어려운 독특한 풍경이다.
 

고성 지역 전통 농업문화자산 '둠벙'은 아기자기한 크기 물웅덩이다. /이서후 기자
고성 지역 전통 농업문화자산 '둠벙'은 아기자기한 크기의 물웅덩이다. /이서후 기자

둠벙은 2019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또 같은 해 세계관개시설물유산으로도 선정됐다. 고성군은 둠벙을 활용한 생태관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2023년 생태 녹색관광 활성화 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3년간 국비 3억 원도 지원받게 됐다. 고성군은 현재 명품 둠벙 선정, 수중 정원 조성, 둠벙 체험 생태 관광코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동호 주변에는 오랜 문화 자산이 많다. 거산마을 앞 들판 한가운데 있는 거산리지석묘는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다. 평평한 땅위에 축대를 만들고 그 위에 지석묘를 올렸다. 축대는 청동기인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자리다.

마동호 주변 독특한 형태의 거산리지석묘. /이서후 기자
마동호 주변 독특한 형태의 거산리지석묘. /이서후 기자
마동호 주변 독특한 형태의 거산리지석묘. /이서후 기자
마동호 주변 독특한 형태의 거산리지석묘. /이서후 기자
마동호 갈대밭 주변 해식애. 바닷물에 깎인 퇴적암 절벽이다. /이서후 기자
마동호 갈대밭 주변 해식애. 바닷물에 깎인 퇴적암 절벽이다. /이서후 기자
마동호 갈대밭 주변 해식애. 바닷물에 깎인 퇴적암 절벽이다. /이서후 기자
마동호 갈대밭 주변 해식애. 바닷물에 깎인 퇴적암 절벽이다. /이서후 기자

거산마을에서 동해면 해안을 따라 1010번 지방도를 달리다 보면 내산리고분군이 있다. 가락국, 아라가야, 일본(왜), 신라 같은 해양 세력이 고성으로 드나드는 관문 노릇을 한 곳이다.

마동호 갈대밭 주변은 해식애가 발달해 지질 현상을 관찰하기도 좋다. 퇴적암이 바닷물에 깎이며 형성된 절벽이다. 서로 다른 지층이 겹겹이 쌓인 모습은 그 자체로 지구의 역사를 보여준다.

마동호는 마암면과 동해면의 첫 글자를 따 지은 이름이다. 마암면에는 그윽한 향을 품은 '장산숲', 조선과 일본의 건축양식이 만난 '허씨 고가', 북방의 기마문화를 담은 2000년 된 말 조각 유적 '석마', 고성의 명산 연화산 도립공원과 유서 깊은 사찰 옥천사가 있다. 동해면은 특히 해안도로가 유명하다.

마동호와 이어진 당항만은 임진왜란 당항포해전이 벌어진 곳이다. 이를 기리며 만든 당항포관광지는 이순신 테마와 공룡 테마로 나뉘어 조성됐는데, 이순신 장군의 흔적과 자연사박물관, 수석관, 공룡발자국화석지를 따라가다 보면 요즘 전국적으로 유명한 공룡엑스포 행사장이 나타난다.

고성군 마암면에 있는 깊고 아름다운 장산숲. /이서후 기자
고성군 마암면 석마. 북방 기마문화의 흔적으로 일본에까지 영향을 준 고대 조각이다. /이서후 기자
고성군 마암면 연화산도립공원 내 옥천사. /이서후 기자 
고성 당항포관광지 내 공룡세계엑스포. /이서후 기자 
고성 당항포관광지 내 이순신 관련 시설. /이서후 기자 
고성 당항포관광지 내 당항포해전 관련 시설. /이서후 기자
고성 당항포관광지 내 자연사박물관. /이서후 기자
고성 당항포관광지 내 자연사박물관. /이서후 기자

◇적극적인 행정과 주민 참여 = 고성군은 단순히 습지 보전을 넘어 마동호 일대를 국가 생태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바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지난 4월까지 마동호 습지센터 및 보전 이용시설 설치 사업 건축기획 용역을 진행했다. 이미 습지 쉼터 등 일부 탐방 시설은 조성돼 있다. 2027년까지 습지센터 설치와 습지보호지역 훼손지 복원, 생태계 교란 생물 퇴치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여기에 생태습지 전문재단인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대표이사 정판용)도 마동호 철새도래지 조류 서식 실태 조사, 둠벙 관찰, 고성군자원봉사센터와 함께하는 습지 환경 보존 프로그램 운영,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한 마동호 습지 쉼터 조성 등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3월 고성군 주최로 마동호 국가보호 습지의 생태적 보존 가치 확대와 독수리, 둠벙 등을 활용한 생태관광 활성화를 위해 전문가 초청 토론회 및 자문회의가 열렸다. 생태 관광 전문가들 사이에 이경열 고성생태관광협회 회장이 있었다. 생태관광협회는 환경부에서 생태관광지로 지정받은 후 인건비 지원을 받아 만들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고성군에서는 자체적으로 생태관광지도사를 육성하고 이들이 중심이 되어 지난해 9월 고성생태관광협회를 만들었다. 생태관광을 위한 고성군과 지역민들의 의지가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경열 회장은 고성생태관광협회 소속 생태지도사들이 겨울 독수리 생태관광 체험 활동을 포함해 사계절 월별 생태 체험 프로그램과 생태마을학교 운영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서후 기자 

* 습지 보전 인식 증진 및 생태관광지 추가 발굴을 위해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과 경남도민일보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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